미세먼지 ‘文정부의 반격’ 통할까? / 반기문 전 총장 국제협력 유도 기대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로 문재인정부의 국정지지율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리얼미터가 실시한 3월 1주차 문재인정부 취임 96주차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 대비 3.1%포인트 내려간 46.3%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2.4%포인트 내린 46.3%였다. 한국갤럽이 3월 12~14일에 걸쳐 실시한 직무 수행평가에서도 부정평가가 46%로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 청와대는 기존의 미세먼지특별위원회에 더해 미세먼지 범국가기구도 출범키로 했다. 또한 국회는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미세먼지 대책 법안 8건을 처리했다. 그중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 설립이 의무화됐다.

정치권 ‘미세먼지 공감대 확산’ 미세먼지정보센터 의무 설치

8개의 미세먼지 대책법은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실내공기질 관리법 개정안’,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 ‘학교보건법 개정안’, ‘항만지역 등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안’,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 등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미세먼지 대책 공감대가 확산된 것에 따른 결과다.

실제 지난 6일 여야 교섭단체 3당의 원내대표(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가 긴급회동을 통해 미세먼지를 국가재난사태에 포함시키는 것과 미세먼지 대책법을 13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지난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을 통해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했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미세먼지가 ‘공식 국가재난’이 되면서 국가 예산 투입이 가능해졌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법안이 소관 상임위에서 처리된 만큼 후속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 안전 침해를 막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는 지난 11일 환경소위를 열고 ‘실내공기질 관리법’개정안과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이하 미세먼지 특별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 설립을 의무화한 ‘미세먼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주목할 만하다. 이 개정안은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각각 내놓은 미세먼지 특별법 개정안이 병합 심사돼 처리된 법안이다. 기존 미세먼지 특별법은 미세먼지정보센터 설치를 ‘임의규정’하면서 미세먼지정보센터 설립이 미뤄져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개정안은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 설치 및 운영을 임의규정에서 강행규정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가 의무적으로 설립되고 운영될 예정이다.

지난 1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며 본회의장 상황판에 투표 현황이 나타나고 있다. 연합

행안부의 딴지로 설치가 미뤄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7일 미세먼지 특별법 개정안과 관련해 “행안부와 환경부의 힘겨루기로 미세먼지정보센터 설치 문제가 산으로 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행정안전부는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미세먼지 배출량 등의 정보를 생산하므로 미세먼지정보센터를 별도 독립기관으로 두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임 의원실에 ‘정부 간 어떤 이견이 있었나’라는 취재요청을 했지만 질문에 대한 답을 받을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 경제조직과 환경부직제업무를 담당하는 강준엽 사무관은 의견이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며 “임의규정에서 강행규정으로 변화된 것도 있지만 설치·운영에 관한 법령이 부정확했다”고 말했다. 실제 기관의 설치운영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개정안 이전의 17조 4항에 따르면 미세먼지정보센터의 설치·운영에 관한 것은 환경부령으로 정한다. 시설을 설치하고 공무원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통령령이 필요하다. 강 사무관은 “대통령령이 돼야 공무원조직을 위한 직제(행정기관에 대한 제도와 법규)가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미세먼지정보센터가 공무원조직이 아니라 시설에 불과한 상태여서 설치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강 사무관은 “지금은 개정안 통과로 환경부와 신속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전에는 대통령령으로 설치·운영을 정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설치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개정안은 ‘설치운영에 관한 것은 부령으로 정한다’는 것을 삭제했다. 법적인 문제가 해소돼 미세먼지정보센터에 관한 직제를 규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법체제를 바로 잡았고, 대통령령을 통해 공무원 조직의 정원과 규칙을 정할 수 있게 됐다. 강 사무관은 “기존의 미세먼지법은 미세먼지센터를 부령으로 정하도록 했기에 미처 직제 담당을 못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행안부는 지난 2월에 미세먼지 배출량 조사를 위한 공무원 숫자를 늘린 적이 있다. 강 사무관은 “ 과거 미세먼지 관련 인력은 7명을 증원했고 미세먼지정보센터 설립에 대해서는 협의를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적인 미비사안이 있었고 지금은 신속하게 처리하고자 환경부와 협의 중”이라며 “환경부와 충돌하거나 대립하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즉 ‘행안부가 미세먼지 대응에 충분했던 것으로 판단해 미세먼지정보센터 설립을 미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미세먼지정보센터는 언제쯤 그리고 어떻게 조직되나

미세먼지정보센터와 관련된 조직정원은 행안부와의 협의를 통해 결정되지만 소속은 환경부로 될 예정이다. 이 기구가 설립되면 환경부 직제와 직제시행규칙에 따르게 된다. 세부적인 직제시행규정은 대통령령과 부령으로 시행된다.

미세먼지 센터 조기 설립을 위한 계획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다른 현안보다 시급한 것으로 알고 최우선순위로 진행할 계획이나 따로 계획은 없다”며 “행안부가 검토를 하더라도 기재부와도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설립에 필요한 재정도 따로 협상을 거쳐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행안부는 미세먼지정보센터 설치를 위한 실무적 검토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새로 설립되는 미세먼지정보센터는 국립환경과학원과 같이 환경부 소속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 말고도 수질과 대기, 자원 등 환경 전반에 관한 것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미세먼지’ 문제만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조사하는 기관이 아니다보니 미세먼지 맞춤형 정책을 제공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미세먼지 예보에 관한 것은 20대 정도의 모델을 돌리고 있고, 미세먼지 측정과 관련해서는 대기환경과에서 주관하는데 전국의 6-8개 정도의 측정소에서 측정하고 있다”며 “각 시도에서 측정망에서 올라온 자료를 검수해서 갖고 있는 정도”라고 밝혔다.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12일 오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한강 일대가 미세먼지로 뿌옇게 보이고 있다. 연합

국회 차원의 미세먼지 대응 시작

신창현 의원은 국가재난으로 지정된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국회 미세먼지 방중단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며 “한중외교에서 선조치 후 책임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 모두 자기에게 유리하고 상대에게 불리한 측정 자료를 동원해 공방을 벌이고 있다”며 “이런 책임공방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연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세먼지 오염의 책임을 최대한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염의 책임을 인정하면 피해 인접국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신 의원은 “1979년 산성비 문제로 유럽국가들이 합의한 ‘장거리 대기오염물질 이동에 관한 협약’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중환경협력 센터가 가동되며 미세먼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청와대에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구성’을 제안했다. 지난 12일 브루나이를 순방 중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 제안을 적극 수용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기존 미세먼지특별위원회와 새로 만들어질 범국가적 기구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손 대표의 ‘미세먼지 범국가적 기구안’은 정부와 국회, 사회 각계 계층이 참여하는 조직이다. 손 대표는 이 기구의 총괄책임자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추천했다. 반 전 총장은 국제사회에서 잔뼈가 굵은 외교전문가로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성사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외교적 위상과 역량이 미세먼지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까닭이다.

손 대표는 지난 8일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에서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해서는 여야를 떠나 초당적이고 범국민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며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 대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또 우리나라뿐 아니라 주변국이 함께 나서 해결해야 하고 전 세계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외 미세먼지 특별법 개정안 내용은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 설치를 의무화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과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에 포함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 외에도 7개의 미세먼지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실내공기질 관리법 개정안’은 2021년 3월 31일까지 지하역사의 실내공기질 측정기기를 부착하고, 환경부 장관의 공기질 개선대책을 5년마다 수립하고 시행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은 수도권 외 지역도 대기오염이 심각하면 대기관리권역으로 설정할 수 있게끔 했다. 수도권 인접 지역까지 대기관리권역이 확대 적용된다.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은 저공해 자동차의 종류와 배출허용기준을 해당 법으로 정하고,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에서 규정된 저공해 자동차의 보급과 구매에 관한 것을 대기환경보전법으로 이관했다.

이제 일반인도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을 통해 액화석유가스(LPG)차량 구매가 가능해졌다. ‘학교보건법 개정안’은 유치원과 초중고 교실에 미세먼지 측정기와 공기정화설비 설치를 의무화한 법안이다. ‘항만지역 등 대기질 개선에 관한 특별법안’도 있다. 이 개정안으로 해양수산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은 공동으로 항만 지역의 대기질을 5년마다 실태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5년마다 대기질 개선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