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 체제 가동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격한 갈등 속에 빠졌으나 김관영 전 원내대표가 물러나면서 일단락됐다. 바른정당계의 오신환 원내대표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되면서 바른미래당이 당세를 수습하고 총선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우선 오 원내대표가 각 당의 원내대표들을 예방하면서 본격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오 원내대표는 민생을 위해 국회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시종일관 강조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청와대는 연쇄 영수회담 형식으로 야당 대표를 순차적으로 모두 만나는 해법을 진지하게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한걸음씩 양보하며 사태를 일단락 짓고 다음 진도로 나가야 할 때임을 강조한 것이다.
오 원내대표는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향해 “서로 말꼬리를 잡고 거친 언사를 주고받으면서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며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것 같은데 이런 정치가 낡은 정치”라고 지적했다. 또한 민주당의 역할론을 강조했는데, 자유한국당을 자극하는 발언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패스트트랙에 관한 입장도 밝혔다. 오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의 패스트트랙 강행에 반대한 장외투쟁에 관해 “극단적 대립 속에서 패스트트랙이 진행됐고 한국당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면서도 “민생이 절박한 상황이고 국회에 많은 현안이 있는데 일부 지지층만 보고 정치할 수는 없다”며 부정적인 시선도 드러냈다.
패스트트랙 법안이 본회의에 올라가기 전에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을 끝내고 협상에 나설 것도 촉구했다. 또한 합의가 불발되더라도 이미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법안을 막을 명분도 없기에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합의 없이 본회의장에 가면 통과 가능성은 저조하다”라며 “바람직한 것은 한국당과 함께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의 조속한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패스트트랙 번복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오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합의가 안 되면 그냥 가는 것”이라며 “자꾸 의심하는데 제가 원내대표라고 이걸 부정하거나 거스를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밖에서 투쟁할 것이 아니라 국회로 돌아와 논의하고 합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강조한 셈이다.
극에 달했던 바른미래당의 갈등은 오신환 원내대표 체제로 우선 봉합된 모양새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 퇴진 압박은 여전하고 바른정당계과 국민의당계의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남아있다. 바른정당계 출신인 오신환 원내대표가 당의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내고 캐스팅보트를 쥔 제3당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화하는 길이 차기 총선에서 바른미래당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천현빈 기자
<박스> 달창·싸이코패스·한센병…막말 대잔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달창’ 발언 후폭풍이 결국 지지율 하락이라는 역풍을 몰고 왔다. 지난 16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5월 3주차 주중집계 조사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무려 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으며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던 양당의 지지율 차이는 다시 벌어졌다. 반사효과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도 소폭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달창’에 이어 ‘한센병’ 발언도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문 대통령을 향해 국민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한센병 환자에 비유했다. 5.18망언 사태 이후 의원 징계를 미루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5.18 전후로 뒤늦은 후폭풍을 맞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사이코패스 수준”이라고 맹공을 퍼부으며 자유한국당은 막다른 골목에 몰리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이 지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4.1% 하락한 30.2%를 나타냈다. 지난 4주 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하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주 대비 4.6% 상승한 42.3%를 기록했다. 특히 나 원내대표는 정치권 안팎에서 갖은 비난을 받으며 여당 내 여성의원에게 퇴진 압박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나 원내대표는 즉시 사과하면서 논란을 진화하려 했지만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이번 지지율 변화는 갖은 막말 사태와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 장기화, 황교안 대표의 5.18 기념식 참석 논란 등이 겹치면 지지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야권의 한 중진의원은 “한국당의 장외투쟁이 강경 보수층의 결집을 가져왔을진 몰라도 장기화되면서 중도보수 층의 이탈이 나타난 것으로도 보인다”라며 “나 원내대표의 ‘달창’발언이 굉장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