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선점 현대백화점그룹 ‘승기 잡았다’


서울 각 지역의 백화점 사업권을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롯데마트 서울역점 매장 등이 새로운 임대 사업자 선정 절차에 한창이다. 현 사업자인 롯데쇼핑이 수성할 수 있을지 신규 사업자가 들어설 것인지 셈법이 복잡하다. 그 가운데 현대백화점그룹은 미래를 대비한 신규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정지 작업을 마쳤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주요 점포들의 증축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압구정본점·신촌점·미아점·중동점 4개 점포는 리노베이션(층별 공간·기획 등을 한꺼번에 바꾸는 작업)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압구정 본점의 경우 2008년 이후 11년 만의 증축이다. 이르면 6월부터 새 단장에 나서는 압구정 본점은 칸막이와 벽을 없애 개방감을 넓히고 휴식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은 500억원 가량을 투자한다.

현대백화점의 총 공사 면적을 합치면 대형 백화점과 맞먹는 5만2337㎡(약 1만5000평) 규모다. 리노베이션을 통해 각 점포의 격(格)을 높이고, 고객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리노베이션을 앞두고 조직 개편으로 브랜드 전략을 총괄하는 영업전략실 내 공간 디자인 전담 부서인 ‘공간기획팀’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적인 투자로 점진적인 실적 상승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올해 이후에는 백화점·아울렛 등의 신규 출점도 잇따른다.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인 현대백화점 여의도점(2020년)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남양주점(2020년), 현대시티아울렛 동탄점(2021년) 등이 준비 중이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영등포와 여의도 등 서울 서남권이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의 사업권을 놓고 롯데와 신세계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020년 말 현대백화점이 국내 최대 규모의 백화점을 여의도에 열기 때문이다.

백화점의 각축장으로 떠오른 가운데 각 백화점 업체가 어떤 전략을 내세우며 고객 확보에 나설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서도 현대백화점이 시장을 선점해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이 들어서는 장소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지어지는 여의도 파크원이다. 파크원은 오피스와 호텔도 함께 입점한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하나 없는 여의도에 출사표를 던져 여의도는 물론 인근 마포와 용산까지 고객군을 대폭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운다. 또 현대백화점 여의도점(가칭)은 서울 시내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다. 지하7층~지상 9층 규모로 영업면적만 8만9100㎡(2만7000평)에 이른다. 수도권 백화점 중 영업면적이 가장 큰 현대백화점 판교점(9만2416㎡)에 버금가는 규모다.

앞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여의도) 현대백화점을 통해 현대백화점그룹의 위상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도록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지선 회장은 직접 여의도점 사업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가 문화 중심지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쇼핑과 문화, 체험을 아우르는 초대형 복합공간으로 꾸며질 현대백화점의 출점으로, 인근 상권에도 지각변동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신규 사업 투자도 확대

지난 해 11월 야심차게 면세점 사업에 진입한 현대백화점면세점도 당장 실적은 부진하지만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 1분기 순매출액은 52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 늘었다.

다만 영업이익은 26.9% 줄어든 751억원을 기록했으며, 당기순이익은 671억원으로 26.4% 감소했다. 면세점 투자 때문이다. 1분기 면세점 총매출액은 1569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236억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백화점은 면세점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첫 진출 당시 현대백화점그룹은 면세점에 1100억원을 유상증자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25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출자했다.

그 결과 사업 초기인 현대백화점 면세점사업의 현재 하루 평균 매출은 약 19억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11월 초기 하루 매출인 10억원에 비해 높은 상승세다. 2020년 매출 1조원 돌파를 목표로 잡고, 흑자 전환을 노린다.

식품 제조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낸다. 현대그린푸드는 종합건강식 ‘그리팅(Greating)’을 선보인데 이어 올해 제조 확대를 위한 경기도 성남에 ‘푸드센터’를 건립한다. 올 하반기 완공될 예정으로, 국내 첫 ‘헬스케어푸드’ 제조 전문시설을 갖춘다.

현대그린푸드의 성남 푸드센터는 기업 간 거래(B2B)용 메뉴와 소스류 300여 종,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용 식재료·가정간편식 300여 종 등 600여 종의 식품을 동시에 제조할 예정이다.

그 외에는 토탈 인테리어 기업 현대리바트도 2020년까지 경기도 용인 본사에 첨단 가구생산공장과 물류센터를 구축해, 갈수록 커가는 국내 리빙 시장 수요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생산공장 및 물류센터 규모는 연면적 기준 약 8만2000㎡(약 2만4000평) 수준이다.

한편 현대백화점의 시장 선점 행보는 정지선 회장의 역할이 주요했다는 분석이다. 정지선 회장이 젊은 세대 직원들의 업무 역량과 다양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근무 환경 및 기업 문화를 구축할 것을 강조하면서부터 변화가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지선 회장은 2007년 35세에 회장으로 승진해 12년째 그룹을 이끌고 있는 재계의 대표적인 젊은 기업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지선 회장이 다소 보수적이었던 현대백화점그룹의 구조를 탈피하고 변화를 모색해 긍정적 영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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