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판문점 회동 이후 북미 실무협상이 곧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지 석 달이 지났지만 북미대화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현재로선 북중수교 70주년을 기념해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북미 실무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다음달 6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여 북미 실무협상의 성과는 10월이 지나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차기 북미 정상회담도 연내에 열리기엔 상황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일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뒤쪽)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에서 '리비아 모델'을 대체할 '새로운 방법'을 언급한 것을 환영하며 향후 실무협상에 대한 기대감을 표명했다. 사진은 2019년 2월 26일,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베트남 북한대사관 방문 당시 김 위원장을 수행하는 김명길 당시 대사의 모습. 연합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연내 북미정상회담 개최여부는 북미 간 실무협상에서 어떤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며 “양국이 어느 정도 입장을 좁힐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비핵화 접근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국정원은 북미 실무협상과 관련해 “앞으로 2주 내지는 3주 안에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10월 6일이 북중수교 70주년인 점과 1·2차 북미 정상회담 전 (김정은이) 방중한 전례 등을 봤을 때 북중 친선강화와 북미협상 관련 정세 공유, 추가 경협 논의 등을 위해 방중할 가능성이 있어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김 위원장은 전격 방중하며 북중정상회담을 북미대화의 지렛대로 삼았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북미 교착상황에서도 북중 밀착 행보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는 모양새다.

문 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미국을 염두에 두고 압박하려는 의도보다는 중국의 70주년을 계기로 가는 성격이 짙다”며 “지난 두 차례 북미회담 직전에 중국을 방문한 것이 그다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기에 미국을 압박하고 자극할 이유는 없다고 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중회담이 열리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 불쾌함을 표시하며 북미회담에 긍정적이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도 북한으로선 부담이 가는 대목이다. 문 센터장은 “북한이 현재 미국과 협상을 시도하고 있긴 하지만 자기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체제 유지에 필수적인 중국과의 관계를 최우선적으로 하는 것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