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공산당 정서 폭발... “급속한 중국화가 원인”
  • 더욱 격해지는 홍콩 시위
  • | 2019-10-12 08:00:13
홍콩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시위는 지난 3월 처음 시작됐다. 특히 지난 6월 12일 송환법(범죄인 인도 법안) 2차 심의를 앞두고는 시위가 더욱 거세졌다. 홍콩 정부는 송환법 추진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지만 시위대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사퇴와 송환법 완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시위는 반중국 성향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내정간섭을 받아오던 홍콩 시민들은 민주체제가 위협받는 것에 대해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홍콩은 과거 영국과 청나라 사이에 맺어진 난징조약(1842년)으로 영국령 식민지가 됐다. 지난 1984년 영국과 중국은 홍콩반환협정을 체결하면서 홍콩은 1997년 7월 1일부로 중국에 반환됐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였던 홍콩이 중국에 귀속되면서 사상 최초의 1국가 2체제가 성립됐다. 홍콩은 다른 체제를 이유로 중국과 번번이 갈등을 이어왔다.

특히 시진핑 체제 이후 중국의 홍콩에 대한 내정간섭이 극심해졌다. 홍콩시위의 불을 댕긴 송환법 도입 시도가 대표적인 예다. 중국은 송환법으로 홍콩의 반체제 인사, 인권운동가 등을 정치범으로 간주해 중국으로 인도하여 민주인사를 탄압할 것이라는 우려를 사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15년 중국 공산당을 비판하는 서적을 팔던 서점상 5명을 중국으로 데려가 조사한 적이 있다. 송환법이 완료되면 합법적인 인도가 되는 것이다.

홍콩 시위대의 5가지 요구

홍콩 시위대는 홍콩 정부에 5가지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4일 캐리 람 장관은 송환법을 철회하겠다고 했지만 시위는 넉 달 동안 지속되며 오히려 더 격화되는 모양새다. 아직 4가지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다. 특히 지난 1일 홍콩 경찰이 발사한 총알이 18세 남자 고등학생의 폐를 관통하는 사건 이후로 홍콩 시위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캐리 람 장관은 지난 5일 0시부터 긴급법을 발동해 합법적인 집회를 진행할 때도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도록 했다.

홍콩 시위대는 5가지 요구 중에서 송환법만 해결됐고 4가지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나머지 요구사항은 송환법 외에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실시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다. 시위대는 “5가지 요구 중 하나도 빼놓을 수 없다”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지난 6일 한 홍콩 시위자가 정부의 복면금지법 시행에 반대해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있다. 연합
홍콩 시위대 “독재 정권 종식” 민주화 열망

시위대가 가장 우선시하는 요구사항은 행정장관 직선제다. 행정장관 직선제는 홍콩의 민주화와 연관돼 있어 지난 ‘우산시위’의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지금 홍콩의 행정장관 선출 방식은 중국 정부가 친중국 인사를 장관 후보로 선택하면 1200명의 홍콩 선거인단이 간선제로 임명하는 방식이다. 홍콩이 영국 식민지 시절에도 영국이 직접 장관을 임명했다. 그래서 행정장관 직선제에 대한 열망이 더욱 크다.

1997년 홍콩이 반환될 때 중국은 홍콩의 행정장관은 직선제를 통해 선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도 지키지 않았다. 이에 홍콩 시민들은 자신들은 여전히 중국의 압제 아래 있다고 여기며 반발하고 있다. 홍콩은 실질적으로 중국의 지배를 받고 있으며 중국이 주장하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는 허울뿐이라고 주장한다. 홍콩 시위대가 ‘독재 정권 종식’을 외치며 홍콩 시민에게 권력을 돌려달라는 민주화 구호를 외치는 배경이다.

지난 5일 0시부터 즉각 시행된 복면금지법에 따르면 시위가 합법이든 불법이든 마스크를 착용하면 최대 1년 징역 혹은 2만 5000홍콩달러(약 380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이 법은 ‘긴급법(긴급정황규례조례)’에 의해 입법 과정을 아예 생략할 수 있다. 이 법은 영국의 식민지 시절 홍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만든 법으로 1967년 반영 폭동 당시 딱 한 번 발동됐다. 긴급법에 따르면 영장 없이 압수수색과 체포, 구금 및 추방이 가능하다. 또한 언론 검열, 인터넷·교통 통제 등도 가능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급속한 중국화가 시위의 원인

주홍콩 총영사관 선임연구원 출신의 전가림 호서대 교수는 “시위대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반대를 하고 있다”며 “정치적으로 홍콩의 자치와 일국양제가 보장받지 못했다는 점과 홍콩시민들의 경제적 상실감이 더해져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홍콩 시위의 원인을 급속한 중국화로 봤다. 중국화가 급속하게 이뤄지면서 일반 홍콩 시민들이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중국 지도부에 대한 반중국공산당 심리와 홍콩 행정부가 시민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더해졌다”고 덧붙였다.

홍콩 시위대가 중국 정부와 타협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지만 전 교수는 부정적으로 봤다. 시위대의 주도세력과 조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 교수는 “시위대의 주체가 없어 중국 정부와 협상하기 힘들고, 중국은 특별행정구역에 시위에 중앙정부가 개입하는 것도 격이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입장에서는 일국양제를 실행해야 하는데 홍콩 사태를 잘 마무리하지 못하면 일국양제 무용론이 터져 나올 것”이라며 “일국양제로 대만까지 흡수 통일하려는 중국에겐 뼈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캐리 람 장관이 물러나는 것도 홍콩 정부로선 스스로 잘못한 것을 인정하는 꼴이기에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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