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시위... 中 무력 개입 가능성은
  • 소수민족으로 확대 경계... 美 압박도 부담
  • | 2019-10-12 08:05:12
홍콩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중국 정부의 무력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지도부의 인민해방군 투입 여부가 홍콩 시위와 관련한 가장 큰 관심사가 됐다. 중국 정부는 준군사조직인 인민무장경찰을 지난 8월 12일부터 홍콩 인근의 선전에 주둔시키고 있다. 선전 스타디움에는 장갑차와 병력수송 차량 수십대가 집결하기도 했다. 선전과 홍콩의 거리는 불과 10분여에 불과해 여차하면 홍콩에 투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하지만 중국이 홍콩에 병력을 투입하기엔 국제사회의 비난, 미국의 경제 압박 등 부담스러운 요소가 많다.

최근 홍콩 정부가 의회의 입법 절차 없이 홍콩 시민의 기본권을 크게 제약하는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를 발동했다. 홍콩 정부는 긴급법에 의거해 복면금지법을 전면 실시하며 홍콩 시위대의 정치적 탄압을 본격화했다. 시위 참가자들이 총에 맞는 등 부상자가 속출하고, 중국계 상업 시설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는 등 홍콩은 큰 혼란에 휩싸였다. 이에 홍콩 안팎에서는 중국 정부가 무력 개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압박

국제사회는 중국의 무력 개입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홍콩 사태에 병력을 투입해 진압하면 제2의 천안문 사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미국도 경제 협상 카드로 중국을 압박하며 중국의 무력 개입 움직임을 경계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각) 홍콩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진행된 미일 무역 합의 서명식에서 “중국이 인도적 해법을 찾기를 희망한다”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홍콩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려 한다면 미중 무역협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다. 중국 정부도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홍콩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조니 라우 홍콩 정치평론가는 “천안문 사태로 보면 중국이 무력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홍콩 인근에 무장 병력을 집결시켰으나 실제 무장 병력을 투입하지는 않았다. SNS를 통해 시위 현장이 전세계로 생중계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무력 진압 현장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면 중국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에 중국은 홍콩 시위를 무력화하는 방법으로 ‘인터넷 규제’도 거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홍콩 시위 일지
“中, 위구르·티베트 등 소수민족 문제로 번지는 것 경계”

중국 정부의 무력 개입 여부는 미국과의 전략적인 경쟁구도에 큰 영향을 받는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교수는 “홍콩 시위를 유혈 진압한다면 미국은 1989년 천안문 사태와 유사한 사건으로 인식하고 자유진영 국가들과 함께 중국에 대한 경제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주요한 국가들로부터 제재를 받으면 대내외적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경제 기반이 흔들릴 수 있어 매우 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도 미국의 적극적인 관여와 후속 조치를 예상하고 있기에 고심을 거듭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전가림 호서대 교수는 “중국 지도부가 홍콩 정부에 직간접적인 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이익도 걸려 있다”며 “이런 면에서 무력진압은 힘들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권 교수도 “중국 정부가 인민해방군을 투입할 수 있다는 카드를 보이며 시위대를 압박하고 있지만 시위대와 물밑에서 접촉해 차분히 해결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인터넷을 막고 SNS활동을 제한하는 방법도 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시진핑 주석이 소심하고 강단이 없어 무력 개입을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지만 명확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아니기 때문에 학문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 지난 8월 15일 홍콩 인근 광둥성 선전의 스타디움 옆 도로에 군용 차량들이 도열해 있다. 연합
중국은 홍콩 문제를 대만, 신장위구르, 티베트 문제와 연관지어 보고 있다. 홍콩 시위가 소수민족으로 번지면 중국의 주권과 국익에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연계된 사안으로 인식한다. 김 교수는 “미국이 작년에 위구르족에 관한 인권법을 통과시켰고 올해는 미 하원에서 홍콩인권민주주의 법안을 상정해 심의 중에 있다”며 “미국이 홍콩 문제를 소수민족 문제와도 연계시켜 보고 있기에 중국으로선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14년에 벌어진 대만의 해바라기 운동도 일국양제에 대한 의문과 중국에게 대만이 흡수될 것이라는 우려로 일어났다”며 “6개월 후에 홍콩에서 우산시위가 일어나고 대만에서도 강한 지지 데모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시위 여파가 주변부로 번지는 모양새다.

중국으로선 홍콩 사태가 소수민족으로 번지는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김 교수는 “홍콩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면 다른 곳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여러 소수민족 문제들에 관해서도 어려운 상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중국은 (홍콩 시위가) 대륙으로 퍼지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문제를 잘 다루지 못하면 신장 위구르, 티베트 지역을 포함한 소수민족 사태로 불거질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압박, 소수민족 문제 등으로 무력 개입을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배경이다.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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