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인간중심 아니라면 혁신이 무슨 소용”
  • 혁신지침 첫 공개 현대車…단순 교통수단 넘어선 미래차
  • | 2019-11-18 08:05:15
혁신에 분주한 현대자동차가 그 방향성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것은 ‘인간중심’이라고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밝혔다. 언뜻 보면 여느 기업들이 내세우는 일반적인 구호처럼 비치지만, 현대차는 이를 공개한 데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현대차의 일종의 ‘혁신지침’이란 것이다. 현대차는 실제로 인간 중심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연구하는 기구까지 설립했다. 현대차의 그간 연구개발 및 투자 행보 또한 눈길을 끈다.
  •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혁신 철학은 ‘인간 중심’

현대차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 2019’를 개최했다. 글로벌 기업 경영자와 석학, 정부 관계자 등이 참석해 미래 모빌리티 방향성과 혁신 비즈니스 등을 논의하고 공유하는 자리였다. 현대차의 현재와 미래를 내다보는 행사였는데 주목받은 부분은 따로 있었다.

정 수석부회장의 발언이 흥미를 끌었다. 그는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혁신적 모빌리티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세계 미래 기술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대규모 포럼을 개최했다”며 “이 자리에서 차세대 모빌리티 개발 방향성을 공개한 것은 게임체인저로 나아갈 의지의 표현”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정 수석부회장은 “제가 대학원을 다녔던 95년 이후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큰 변화는 모빌리티가 소유에서 공유로 바뀌기 시작하는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차량을 소유한다는 개념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고 새로운 서비스들이 완전히 기존의 문제점들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전기차, 마이크로 스쿠터 등 혁신적인 이동수단 역시 땅 위를 다니는 또 다른 모빌리티에 불과하기 때문에 한정된 도로상황을 극복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새로운 모빌리티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계획이 함께 실현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또 “저는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혁신적 모빌리티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도시와 모빌리티는 그 시작부터 우리 인간을 위해 개발되고 발전돼 왔다. 그렇기에 현대차는 보다 넓은 인문학적 관점에서 인간 중심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모빌리티를 연구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업계에선 정 수석부회장이 혁신의 ‘진정성’을 강조한 것으로도 바라본다. 연결성을 무기로 하는 미래 기술이라지만, 단지 뛰어난 기술력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인문학적 진보까지의 결합을 목적에 뒀다는 뜻이다. 현대차 관계자도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사회적 가치가 공평하게 배분될 것이라는 신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부연했다.

정 수석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에 현대차가 운영하는 ‘인간중심 스마트시티 자문단’에도 관심이 쏠렸다. 현대차에 따르면 최근 구성된 ‘스마트시티 자문단’ 인간을 위한 통찰력에 대해 연구하는 곳이다. 자문단은 ‘포용적’, ‘자아실현적’, ‘역동적’ 도시구현이라는 미래 도시를 위한 세 가지 핵심 가치를 도출했다고 한다.

자문단은 미래도시가 인간 중심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어떻게 설계 및 제공돼야 하는지에 대해 글로벌 각계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하며 답을 찾고 있다. 구성원은 ▲심리 ▲도시 및 건축 ▲디자인 및 공학 ▲교통 및 환경 ▲정치 등 각 분야 글로벌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현대차는 내년 초 연구결과 공개를 목표로 한다. 자문단과 함께 지속적인 브레인스토밍 과정을 거치며, 스마트시티와 미래 모빌리티가 추구해야 할 청사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측은 “‘2050 미래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전문가들과 각 지역의 유형별 특성에 따라 변화, 발전하게 될 미래 도시를 예측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통수단 넘어선 미래차

새로운 모빌리티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계획까지 고려하는 현대차지만 당장은 단순 교통수단을 넘어선 미래차 개발에 주력 중이다. 대표적 결과물 중 하나는 ‘차량 내 간편결제 시스템’이 꼽힌다. 현대차는 해당 기술이 ‘카 커머스’ 서비스를 시장을 선점하고, 본격적인 커넥티드 카 시대를 열게 될 것으로 자부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적용된 ‘차량 내 간편결제 시스템’은 주유소나 주차장 등 비용지불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갑 속 신용카드나 현금을 찾는 번거로움 없이, 차량 내에서 화면 터치만으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다. 결제서비스 전용 스마트폰 앱에 차량 및 결제 카드를 등록한 이후 제휴 주유소 및 주차장에 진입하면 내비게이션 화면에 결제 안내창이 표시된다.

현대차에 따르면 화면 터치만으로 결제는 물론 제휴 멤버십 사용, 적립까지 한 번에 자동으로 이뤄진다. 현대차는 이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SK에너지 ▲파킹클라우드 등 주유·주차 회사를 비롯해 현대, 신한, 삼성, 롯데, 비씨, 하나 등 모두 6개 카드사와 제휴를 맺었다. 향후에는 패스트푸드나 커피체인점, 전기차 충전 등의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6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 터치패드에 손으로 글자를 필기해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는 필기인식 기술도 탑재했다. 터치패드에 손가락으로 문자와 숫자를 입력하면 내비게이션 화면의 키보드를 조작하지 않고도 목적지를 설정하거나 전화발신 등의 작업을 할 수 있다.

운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단어 자동 완성 등의 기능을 제공할 뿐 아니라 운전자나 동승자의 입력 자세에 맞추어 필기 인식과 제스처 각도를 편하게 조절할 수도 있다. 또한 음성으로도 카카오톡 메시지 듣기와 메시지 보내기가 가능해졌으며,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활용한 구글과 아이클라우드 캘린더 연동 기능도 지원한다.

추교웅 현대차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장 상무는 “새롭게 개발된 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커넥티드 카 시대에 운전자가 자유롭고 안전하게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혁신기술들을 대폭 적용했다”며 “이를 통해 자동차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진보적인 기술을 체험하는 즐거움과 함께 보다 안전한 여정을 보내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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