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신임 CEO에 50대 권봉석…30대 임원·외부인재 수혈 가속화

용퇴를 결정한 LG전자 조성진 부회장(왼쪽)과 권봉석 LG전자 신임사장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취임 2년차를 맞아 혁신 인사를 단행했다. 그동안 사업을 이끌어 온 주요 계열사 60대 최고경영진 가운데 상당수를 50대 초중반 CEO로 교체했고, 30대 여성 상무를 비롯해 젊은 인재를 대거 중용했다. 4차 산업혁명기를 맞아 미래 준비를 가속화하겠다는 복안이다.

LG그룹은 지난달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계열사별로 이사회를 열고 2020년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CEO 변화는 지금까지의 성공방정식에 대한 관성을 벗어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게 그룹 설명이다.

승진자는 사장 승진 1명, 부사장 및 전무 승진 58명 등 전년의 185명 대비 줄어든 165명이다. 올해 인사에서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에 이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용퇴를 결정했다. 이로써 LG그룹을 이끌던 ‘6인 부회장’ 체제는 ‘4인 부회장’ 체제로 바뀌게 됐다. 그룹경영 최상층권에서부터 변화가 이뤄진 것이다. 이와 함께 사업 리더에 젊은 인재들이 대거 발탁됐다.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오로지 능력과 성과만을 따져 젊은 인재를 과감하게 전진 배치한 것이다.

50대 CEO 전면

이번 인사에서 60대 CEO들이 대거 용퇴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63)을 비롯해 LG전자 최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정도현 사장(62), 민경집 LG하우시스 대표(61), 손옥동 LG화학 사장(61) 등이 물러났다.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
이연모 LG전자 MC사업본부장
이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
배두용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
이들을 대신해 50대 초중반의 최고경영자들이 전진 배치됐다. 권봉석 LG전자 사장(56)과 배두용 LG전자 신임 CFO(53),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55·부사장), LG하우시스 신임 CEO인 강계웅 부사장(56) 등이다.
황현식 LG유플러스 신임 사장.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 사업본부장
이번 인사에서 유일한 사장 승진자인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57)과 LG전자의 새 사업본부장으로 선임된 박형세 HE사업본부장(53), 이연모 MC사업본부장(57), 이상규 한국영업본부장(58) 등도 모두 50대다. 안승권 LG사이언스파크 사장(62)과 조준호 LG인화원장(60)의 후임자들도 모두 50대 인사로 채워졌다.

특히 황현식 LG유플러스 신임 사장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LG유플러스 모바일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를 인정받았고, 5세대(5G) 이동통신과 유무선 서비스 결합 상황에서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을 받았다.

심미진 LG생활건강 퍼스널케어사업 총괄 상무
임이란 LG생건 퍼스널케어 상무
임원들 역시 30대의 젊은 임원들이 대거 채워졌다. LG생활건강 신규 임원인 심미진 헤어&바디케어 마케팅부문장(상무)과 임이란 오휘마케팅부문장(상무)은 각각 1985년, 1981년생이다. 김수연 LG전자 수석전문위원(39)도 30대 임원 반열에 올랐다. 30대 임원 수가 늘면서 신규 임원 중 45세 이하 비율이 19.8%로 지난해(15.6%)보다 높아졌다.

여성임원 역시 늘었다. 전무 승진 3명, 신규 임원 선임 8명 등 모두 11명이 임원급으로 승진했다. LG 그룹 내 여성 임원은 총 37명이 됐다.

LG 관계자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차세대 사업가를 키우고,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시각에서 과감한 도전을 통해 빠른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젊은 인재를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CSO 신설·외부 인사 영입 활발

외부인사 영입 수도 늘었다. LG그룹은 올 들어 LG생활건강 에이본법인장(부사장)에 이창엽 한국코카콜라 대표, LG CNS 커스터머데이터앤애널리틱스사업부장(부사장)에 김은생 한국델이엠씨컨설팅서비스 총괄 등 14명을 새로 수혈했다.

이와 함께 LG그룹은 CSO(Chief Strategy Office)부문을 신설했다. CSO부문은 신사업 추진과 전략 기능을 통합해 전사 미래준비와 디지털전환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CSO부문은 북미지역대표를 역임한 조주완 부사장이 맡는다.

이번 인사에서도 ‘기술의 LG’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졌다. 지난해에 이어 전체 승진자의 60%를 이공계 출신으로 채웠으며,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5G 등에 대한 전문성을 주요 평가항목으로 삼았다.

계열사별 디지털 전환 전담 조직도 구성했다.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은 ‘미래기술센터’를 신설하고 산하에 인공지능연구소·로봇선행연구소·소프트웨어사업화PMO를 두기로 했다. CTO 부문은 또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위해 클라우드센터를 ‘디지털전환기술(DXT)센터’로 재편하며 기반기술연구소·차세대공조연구소·전력전자연구소 등은 H&A사업본부로 이관한다.

소재·생산기술원은 생산기술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H&A본부에 H&A연구센터를 신설해 어플라이언스연구소·에어솔루션연구소·제어연구소의 운영을 맡긴다. 최고재무책임자(CFO)에는 배두용 세무통상그룹장을, 최고인사책임자(CHO)에는 김원범 VS사업본부 HR담당을 각각 선임하며 인력 재편에도 힘을 줬다.

LG전자 관계자는 “성과와 역량에 기반을 둔 인사를 통해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는 어려운 경영 환경을 돌파해 나가기 위한 것”이라면서 “디지털 전환 등 사업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준비를 위해 젊은 인재를 전진 배치함으로써 고객 가치 창출을 촉진시키기 위한 실용주의 인사”라고 설명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