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B씨는 계절마다 꼭 감기를 앓는다. 그리고 감기가 시작되면, 처음 하루 이틀은 앓아누울 정도로 증상이 심하고, 그 후에도 3~4주 감기 증상이 지속된다. 잦은 감기로 자나 깨나 걱정이다. H씨는 별명이 염공주다. 비염 인후염 피부염 방광염 질염 관절염 등등 염증이 안 생기는 날이 없기 때문에 염증 + 공주로 친구들이 염공주로 별명을 지어줬다. 염증이 생기면 항생제나 소염제를 먹는데 예전에는 며칠만 먹으면 치료되던 염증들이 이제는 2주 이상을 먹어도 증상이 좋아지질 않는다. 최근에는 소염제를 한 달 이상 먹게 되었고, 매일 설사와 소화불량까지 겹쳐서 소염제를 너무 오래 먹어서 그런가 싶은 생각도 든다.

감기 자주 앓는 B씨, 염증 자주 생기는 H씨 모두는 공통된 문제점이 있다. 세균이나 염증의 증식, 그리고 바이러스 감염이 쉽게 되는 몸 상태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감염에 대비해서 몸을 지켜주는 면역력이 바닥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조금만 추워도 금세 감기 걸리고 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년 내내 감기한번 앓지 않고 지나는 사람이 있는 것은 바로 면역력의 차이다. 면역력은 이처럼 감염이나 염증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시스템이어서, 외부에서부터 침입하는 바이러스나 염증 등을 무찔러 내부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군대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또 몸 내부에 있는 염증이나 이물질을 가려내어 정상세포를 보호하기도 하는 경찰의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

건강한 사람의 몸 속에서도 암세포는 쉴 새 없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만들어지지만, 우리 몸 속에는 다행히도 면역시스템이라는 군대와 경찰이 있기 때문에 바로바로 암세포를 걸러내고 차단한다. 그러나 이 면역시스템이 약한 사람은 매일 생성되는 암세포가 없어지지 않고 모여서 종양이 되거나 온 몸에 퍼진다. 감기나 바이러스도 마찬가지 이치다. 건강한 면역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감기나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도 잘 되고, 몸 속의 염증과 바이러스를 바로 찾아내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서, 가벼운 감기약으로 조금만 몸을 도와줘도 하루 이틀 새 감기가 금세 없어진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의 감기나 바이러스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몸을 지켜주는 군대도 없고, 찾아내어 없애는 경찰도 없는 무법천지 세상이어서 감기와 바이러스가 서식하기 딱 좋은 숙주가 되기 십상이다. 면역시스템은 자율신경 기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면, 면역세포인 백혈구의 균형도 깨져서 면역력이 떨어진다. 불안, 긴장, 심리적인 압박, 번 아웃 등으로 교감신경이 오래 동안 항진되어 있으면 백혈구 중에 과립구가 늘어나고, 과립구는 나쁜 균, 좋은 균 가리지 않고 다 잡아먹게 되기 때문에 결국은 면역력이 낮아진다. 그리고 남아도는 과립구는 활성산소를 높여 노화를 촉진시킨다. 우울 만성피로 등으로 부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항진되어 있으면 백혈구 중에 림프구가 늘어나고, 과 생산된 림프구가 쌓이면 정상 몸인데도 과하게 반응하는 알레르기가 생기는 것이다.

면역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몸을 회복하는 일은 단기간에 이루기는 힘들다. 그러나 멀리 보자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특히 요즘처럼 치료백신도 없는 바이러스가 몇 년에 한 번씩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당장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에 중점을 둘 일이 아니라, 자율신경의 균형을 조절해서 면역력을 회복하는 것에 관심을 둬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정기(正氣-바른 기운, 면역력)와 사기(邪氣-나쁜 기운, 병균)가 싸울 때, 정기가 강하면 사기가 물러나고, 정기가 약하면 사기가 번성한다고 보았고, 어떤 질병이든 (특히 전염병이 돌 때는 더욱) 정기를 강하게 돋워야 한다고 보아왔다. 즉, 한의학은 치료에 앞서, 예방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예로부터 강조해 왔다는 것이다. 병이 생기기 전인 미병(未病) 단계에 미리 치료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정기를 북돋는 예방적인 처방을 해왔다. 바로 보약, 공진단, 산삼, 경옥고 등을 활용해서 체력을 보충하고 원기를 보강하는 예방의학적인 ‘치미병(治未病)’ 의 묘미가 한의학에 있다. 바이러스를 겁내고 피해 다닐 것이 아니라, 우리 몸 속의 정기(좋은 기운, 면역력)를 강화시켜 바이러스를 잡는 군대로 내 몸을 지키도록 하는 것이 현명하다.

<면역력 높이는 생활수칙과 음식>

첫째, 배는 따뜻하게 유지하라. 배가 따뜻하면 손발이 따뜻해진다. 더불어 몸도 따뜻해져서 장 운동이 활발해질 뿐 아니라, 혈액순환에도 도움이 되고 면역력이 올라간다.

둘째, 충분한 수면을 유지하라. 수면이 부족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하루에 한 시간씩 더 잠 자는 것만으로도 면역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

파이토케미컬.

파이토케미컬 (phytochemical) : 식물 속에 들어있는 천연물질로, 녹색, 적색, 황색, 백색, 흑색의 식물의 색깔 속에 들어있는 항산화, 항염, 해독효능이 있는 색소다. 식물은 성장하면서 외부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천연색소를 만들어내어 스스로 면역력을 갖춘다. 블루베리와 포도의 안토시아닌, 토마토의 라이코펜, 버섯의 베타글루칸 등등의 식물의 색깔 속에는 사람에게 이로운 면역력을 보충해줄 수 있는 비밀이 들어있다.

따뜻한 음식.

따뜻한 음식 : 체온이 따뜻한 사람은 차가운 사람보다 면역시스템이 튼튼하다. 차가운 음식보다는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것이 면역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아침식사는 위장에 부담이 적고 따뜻한 음식으로 챙겨먹는 것이 면역향상에 도움된다.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직장인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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