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혁통위 중심의 ‘보수 통합신당’ 파괴력은? ②안철수 신당 4년전 ‘녹색 돌풍’ 재현할까?
③호남 기반 통합신당의 파괴력은 어느 정도? ④자유통일당 TK 지역에서 위력 발휘할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박형준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위원장 등이 지난 1월 3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통합추진위원회 제1차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장기표 국민소리당 창당준비위원장, 미래를 향한 전진4.0(전진당) 이언주 대표, 황 대표,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 박 혁통위원장. 연합

총선을 60여일 앞두고 야권의 이합집산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야말로 신당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반(反)문재인’ 명분 아래 범보수·중도세력이 통합을 공식화했다. 지난달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수 정당과 중도·보수성향 시민단체, 원로그룹, 청년단체 등이 참여하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가 1차 대국민 보고대회를 가졌다. 한국당 황교안·새보수당 하태경·미래를 향한 전진 4.0(전진당) 이언주 대표와 원희룡 제주지사, 장기표 국민소리당 창당 준비위원장, 옛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김영환·문병호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참여했다. 또한, 반문(反文) 시위에 참여하는 253개 시민단체와 범보수 연합 95개 단체 등 약 500개의 단체도 합류했다.

박형준 혁통위 위원장은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자유·공정·민주·공화’를 통합신당의 가치로 내세웠다. 혁통위는 늦어도 오는 20일까지 통합신당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혁통위의 통합신당준비위원회(통준위)가 6일 발족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 전진당 이언주 대표, 장기표 국민소리당 창당위원장, 박형준 혁통위원장 등이 공동위원장을 맡는다. 새보수당 정병국 의원은 한국당과 새보수당 간 당 대 당 통합 논의가 일단락된 뒤 위원장으로 본격 참여할 예정으로 현재는 내정 상태다. 박 위원장은 “무도하고 무능한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 요구가 국민들로부터 차오르고 있고, 새로운 야권 구심 세력을 만들자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며 “통합신당준비위에는 이에 동의하는 정당과 세력, 개인들이 모여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통합 신당은 창당 방법과 지도부 구성, 운영 계획 등을 놓고 참여 정당·세력 간 입장 차가 존재해 치열한 ‘지분 다툼’이 예상된다. 또한, 통합의 핵심인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이 여전히 통합의 범위를 놓고 이견을 드러내면서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문재인 정권을 잉태한 것은 우리의 분열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우리가 또다시 분열한다면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반면, 새보수당 유승민 의원은 “혁통위에 (새보수당이) 나가지만 한국당과의 문제가 결론이 안 났다”며 “새보수당이 (통합을) 결론적으로 한다는 이야기는 못 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유 의원이 보고대회에 불참하면서 여전히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당 대 당 협상 결과가 통합 신당 창당의 핵심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런 막판 진통의 기저에는 통합 신당 후 총선 지도체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와 양측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공천 룰을 만드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 일각에서 소통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총선까지 시간을 고려하면 마냥 새보수당과의 협상을 기다릴 수는 없으니 새보수당과 안철수 전 대표 등을 제외한 다른 통합가능 세력과 먼저 통합을 하자는 주장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완전한 창당은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러 정당이 신설해서 합병하는 형식을 취하고 당명을 바꾼 뒤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하는 그런 식의 창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승민 의원 선거 연대에 무게

새보수당도 지난 달 31일 중앙당 공관위와 공천감시청년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총선준비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관위원장 임명과 후보 공보, 공천심사 등은 2월 안에 완료키로 했다. 2월 10일~14일 5일간 지역구후보자 공모를 시작으로, 20일~24일에 지역구별 단수추천 후보자 심사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행보는 유승민 의원이 통합 신당보다는 ‘선거연대’ 쪽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새보수당 관계자는 “양당 협의체 논의에 별 진전이 없으니 우리 갈 길을 무작정 멈출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지난 2012년 총선의 경우, 한명숙 대표가 이끌었던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전체 210개 지역구에 공천을 했는데 그중 64곳(30.5%)을 통합진보당과 선거 연대를 했다. 그중에 29곳(45.4%)에서 승리했다. 유승민 의원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통합 신당보다는 선거 연대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각자 후보를 낸 뒤 일부 지역 단위에서 후보단일화를 하는 방식이다. 당세(黨勢)로 볼 때 새보수당이 전국 모든 선거구에 후보자를 내기는 어려운 만큼 일부 지역에서 선거연대를 하자는 제안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유 의원이 제시한 선거연대는 통상적인 방법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말도 전해진다. 통합신당에서 지역구 후보를 출마시키고,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각각 비례대표 정당 역할을 하면서 범보수 진영 의석을 최대한 확보하자는 구상이다. 황교안 대표는 이런 구상에 일단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민 의원이 연대냐 통합이냐를 놓고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최종적으로 통합신당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유 의원이 요구해온 통합 3대 조건을 한국당이 수용하기로 한 상황에서 통합을 거부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 따라서, 유 의원도 결국 통합의 대의에 따를 가능성이 크다. 만약 유 의원이 끝내 통합을 거부할 경우엔 새보수당 일부 의원이 선도 탈당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와중에 이번 총선부터 적용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비해 자유한국당이 만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5일 공식 출범했다. 한국당은 비례대표 의원을 공천하지 않고, 미래한국당은 비례만 공천하고 지역구 공천은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의석수를 최대한 늘리겠다는 의도다. 미래한국당 대표로는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원조 친박 한선교 의원이 추대됐다. 한국당에서 제명된 비례대표 조훈현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았다. 황교안 대표는 축사를 통해 “역사적인 날”이라며 “나라를 살리기 위한 자유민주세력의 고육지책”이라고 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미래한국당은 자유한국당과 함께 해나갈 ‘자매정당’”이라며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유민주주의 방어적 차원에서, 생존의 차원에서 미래한국당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한선교 대표는 수락연설에서 “미래한국당은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정당”이라며 “비례대표 전문으로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수호하기 위한 모든 지지 세력을 맨 앞에서 껴안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한국당은 공약이 없다. 미래한국당이 영입해 공천하는 전문가, 젊은이, 소외계층 등 사회적 약자가 곧 공약이 되는 것”이라며 “존재 자체가 공약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정당은 미래 한국당 출범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코미디 같은 정치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했고, 박광온 최고위원은 “미래한국당은 ‘페이크정당’, ‘유령정당’, ‘꼼수정당’, ‘속임수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황교안 대표가 미래한국당에 당 소속 불출마 의원들을 이적하도록 권유한 것이 정당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해당된다면서 고발했다. 정의당은 중앙선거위에 미래한국당 등록을 허가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여하튼 “보수대통합”을 외쳐온 한국당이 실리를 위해선 당을 쪼갠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보수 통합의 흐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보수 분열의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지난 달 31일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광화문 집회를 주도해온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목사와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하고 당 대표가 됐다. 김문수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자유통일을 위해 광장에서 뭉쳤고, 적화통일을 하려는 ‘문재인 일당’과 힘차게 싸워 오늘 창당하게 됐다”며 “국회의원 배지를 위해 당을 만든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광화문 애국 세력과 1600여 개 자유우파 시민단체가 하나로 결집한다”며 “시민단체와 애국 세력을 하나로 묶어 문재인 주사파 정권 퇴진운동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광훈 목사는 “황교안은 정치가가 아니다. 4·15 총선은 100% 망하게 돼 있다”며 “후보 단일화만이 대한민국을 살리지만, 한국당은 단일화를 못 시킬 것”이라고 언급했다.

자유통일당은 범보수·중도 세력이 함께하는 혁통위의 통합신당에도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우리공화당은 혁통위 1차 보고 대회에는 참석하지 않고 자유통일당 창당대회에 참석했다. KBS^한국리서치 조사(1월 18~21일)에서 “선거 전에 보수 야당 간 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50.7%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비율은 37.5%였다. 특히 TK(59.9%)와 PK(55.3%)에서 보수 통합의 필요성 응답이 높았다. 통합 범위에 대해서는 ‘자유 한국당과 새로운 보수당과 우리 공화당에 안철수계까지 함께하는 통합’이 44.6%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자유 한국당과 새로운 보수당 중심의 통합:(19.6%), ‘자유 한국당과 새로운 보수당에 우리 공화당도 함께하는 통합’(12.4%), ‘자유 한국당과 우리공화당 중심의 통합”(3.9%) 순이었다. 그만큼 이번 총선에서 ‘집권 여당 대 통합 야당’이 한파 승부를 펼칠 것을 기대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철수 전 대표 독자 신당 추진

통합신당 참여 요청을 받아온 안철수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독자 신당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2일 신당 비전 발표 기자 간담회에서 ‘작은정당·공유정당·혁신정당’을 신당의 3대 지향점 및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또 신당의 비전으로 ‘탈(脫)이념’과 ‘탈진영’, ‘탈지역’을, 정치노선으로 ‘실용적 중도’를 내세웠다. ‘작은 정당’과 관련해서 정당 규모와 국고 보조금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또 모바일플랫폼을 통해 공유정당을 현실화하겠다고 밝혔다. 당원들이 당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국민 사이에 이견이 있는 쟁점이나 이슈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회계시스템을 투명하게 하는 ‘블록체인’을 예로 들며 국고 보조금의 예산과 결산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혁신정당’을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여하튼 안 전의원은 새로운 정당을 통해 “이념과 진영 정치를 극복하고, 기존 정당의 틀과 관성도 앞장서서 파괴하며 무책임한 정치를 구출시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 의원은 3월 1일 이른바 ‘안철수 신당’ 창당을 목표로 움직였다. 그런데 이런 구상이 제동이 걸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일 안철수 전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이 ‘안철수 신당’이라는 이름을 쓰지 못한다고 결정했다. 중앙선관위는 “현역 정치인의 성명을 정당 명칭에 명시적으로 포함하는 것은 정당의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이나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정당의 목적과 본질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고 정당 지배질서의 비민주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안철수 전 의원 탈당이후 바른미래당의 공중분해가 가속화되고 있다. 손학규 대표의 최측인 이찬열 의원이 탈당하면서 바른미래당은 원내 교섭단체(20석) 지위가 무너졌고, 이어 당권파로 분류됐던 김성식 의원과 호남계 김관영 의원마저 탈당했다. 당내 거센 퇴진 압박에 내몰린 손 대표는 위기 모면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제3지대 중도 통합에서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과의 통합은 필수적 요소”라며 호남 기반 정당들과의 통합 논의를 가속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 대표는 7일 대안신당·민주평화당과의 통합에 대해 “늦어도 12일까지는 (통합신당) 창당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은 대통합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호남 중진인 박주선 의원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보수 정당 간 대통합이 무산되는 분위기고 안 전의원마저 독자 창당에 나섰기 때문에 야권이 사분오열한 채 각자도생의 길로 빠질 가능성도 커졌다. 이 경우 21대 총선이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다자 대결 구도로 펼쳐질 전망이다.


4^15총선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야권의 현란한 이합집산 속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존재한다. 첫째, 혁통위가 중심이 된 보수 통합신당의 파괴력이 얼마나 될까? 어느 세력이 최종적으로 신당에 참여하느냐가 관건이다. 황교안 대표와 유승민 새보수당 의원이 통합 조건을 두고 아직 이견을 완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개혁 보수를 표방한 유승민이 빠진 ‘小통합’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선거전문가들은 이런 소통합으로는 영남 지역은 몰라도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대결에서 보수 야권이 승리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유승민 의원이 대표하는 새보수당은 수도권에서 약 5% 정도의 득표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의원은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바른정당 후보로 출마해 6.8%(2,208,771표)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서울 7.3%(476,973표), 인천 6.3%(118,691표), 경기 6.8%(540,023표)의 득표력을 보였다. 수도권에서 획득한 총 득표수(1,135687표)는 유 의원이 얻은 전체 득표에서 차자하는 비중이 51.4%로 상당히 컸다. 리얼미터^오마이뉴스 조사(12월 23~27일)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중 유 의원을 지지하는 응답은 3.9%였다. 또 리얼미터^tbs 1월 5주차(28~29일) 조사 결과, 새보수당 지지도는 3.8%였다. 그런데 서울 지역에서는 5.8%로 훨씬 높은 지지를 받았다. 새보수당의 이런 3~5%의 득표율은 1·2위 후보가 팽팽히 경합하는 선거구에서는 충분히 당락을 가를 수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국민의당 등 3자 구도로 치러진 2016년 20대 총선에선 득표율 격차가 3%보다 적었던 수도권 선거구는 17곳(13.9%)이었다. 선거 4곳 중 1곳은 득표율 5%포인트 차 이내에서 당락이 갈렸다. 이런 수치는 수도권의 경우 유 의원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후보 당락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하튼 유 의원이 최소 3% 정도 득표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수도권 선거구에서 유 의원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어떤 정당에 투표하는지에 따라 민주당과 한국당 중 어떤 당이 1당이 될지가 결정될 수 있다. 보수는 단순한 통합 신당만으로 승리하기 어렵다. 혁신 없는 통합에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진보 매체 한겨레 신문의 성한용 기자는 “범보수·중도 통합신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잘못을 인정·사과하고, 김문수·전광훈·우리공화당 등 태극기 부대와 결별하고, 공천에서 자유한국당 친박세력을 물갈이하면, 총선에서 중도층 유권자들이 통합신당을 대거 지지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이른바 보수가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로 거듭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보수 진영이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안철수 신당 ‘녹색 돌풍’ 재현할까

둘째, 안철수 신당이 4년 전 녹색 ‘돌풍’을 재현할 수 있을까? KBS^한국리서치 조사 결과(1월 18~21일) 지난 안철수 전 의원의 정계 복귀에는 70.6%가 ‘기대되지 않는다’고 부정적으로 응답했는데, 특히 호남에서 그런 여론(77.4%)이 강했다. ‘기대한다”는 비율은 24.3%였다. 젊은 세대인 20대와 30대에서 부정적 여론이 각각 73.5%와 77.6이었다. 이는 지난 2016년 총선과 비교해 큰 변화다. 2016년 총선직후 한국선거학회^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가 실시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지역구 투표에서 20대와 30대는 국민의당 후보를 각각 25.3%와 24.0%를 지지했다.

반면, 비례구 투표에서는 그 비율이 각각 36.7%와 33.7%로 훨씬 높았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당시 국민의당은 최종 정당 투표에서 26.7%로 민주당(25.5%)보다 더 많이 득표했다. 일각에서는 새정치 퇴색, 호감도 추락, 사라진 지역기반, 부족한 시간 등으로 안철수 신당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난 해 조국 사태를 거치며 유권자 지형이 진보와 보수 양극단으로 갈려 있어 중도가 파고들 여지가 없다는 것을 지적한다. 안 전의원은 2012년 정치 입문 이후 8년 동안 2년에 한 번꼴로 새정치민주연합·국민의당·바른미래당에 이어 ‘네 번째 창당’을 함으로써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또한, 지난 2016년 2월 2일에 창당한 국민의당은 당시 호남이라는 확고한 지역 기반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총선까지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약점이다. 정치인으로서의 호감도 역시 큰 폭으로 하락한 것도 부담이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2월 둘째 주에 유력 대선주자들을 대상으로 한 호감도 조사에서 안 전 의원은 ‘호감이 간다’에서 17%로 꼴찌를, ‘호감이 가지 않는다’에서 69%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정치 상황의 변화로 안풍은 다시 불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짓긴 어렵다. 여(진보)도 싫고 야(보수)도 싫다는 제3세력에 대한 정치적 수요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KBS 조사에서 지역구 현역의원이 이번 총선에 또 나온다면 51.4%가 ‘안 뽑겠다’고 응답했다. ‘안 뽑겠다’는 사람들에게 그럼 누굴 뽑을 건지 다시 물었더니, 절반 가량(49.8%)은 정당과 무관하게 인물만 보고 뽑겠다고 응답했다. 한국갤럽이 설 연휴가 끝난 직후 실시한 1월 5주(1월 28~30일) 조사에서 지지정당이 없다고 밝힌 무당층(無黨層)은 현 정권 출범 이후 최대치인 33%를 기록했다. 20대 응답자의 무려 53%가 무당층이라고 밝혔다. 향후 안철수 신당이 어떤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 서느냐에 따라 중도, 무당층을 공략할 수 도 있다. 정당 투표에서 안철수 신당이 정의당보다 득표를 더 많이 할 수 있느냐 여부가 관심 포인트다. 만약 이것이 실현되면 준연동형비례대표제 수혜자는 정의당이 아니라 안철수 신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남 기반 통합신당의 파괴력은?

셋째, 호남 기반 통합신당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 일까?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의 제3지대 통합 논의가 호남 기반 정당들에만 국한될 경우 ‘도로 호남당’이라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이와 함께 파급력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호남에선 민주당과 대안신당의 정체성을 같다고 보기 때문에 양당이 진보정권 재창출에 확실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총선에서) 1:1 경쟁시키자는 것이지, (호남 기반 통합신당이) 크게 석권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 역시 이들의 통합 추진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각종 여론조사에 민주당의 호남 지역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일가에서는 김대중 총재가 창당한 평민당이 1988년 총선에서 호남 지역을 싹쓸이 했던 것이 재연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리얼미터의 2월 1주 조사(2월 3~5일) 결과,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의 지지는 64.7%인 반면, 바른미래당(4.9%), 대안신당(3.8%), 민주평화당(3.9%)의 지지도를 모두 합쳐도 12.6%에 불과했다.

자유통일당의 파괴력 여부는

넷째, 자유통일당의 파괴력 여부다. 특히, TK 지역에서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할까? 지난 문화일보^엠브레인이 지난해 12월 TK 지역 유권자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30∼31일)에 따르면 76.3%가 “박근혜 신당 지지 의향 없다”고 답했다. 통합 범위에 ‘탄핵 찬성 세력은 제외해야 한다’는 응답도 17.6%에 불과해 민심은 이미 ‘탄핵의 강’을 넘어섰음을 시사했다. 이 조사 결과는 TK 지역 유권자들이 고도의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총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김윤환, 이기택 등 거물 정치인을 공천에서 배제하면서 공천 학살 파동을 일으켰다. 공천에서 탈락한 김윤환 의원은 영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국당을 창당했지만 참패했다. 65석이 결린 영남에서 단 한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했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64석을 싹쓸이했다. 당시 영남 지역의 정서는 보수가 분열되면 김대중 대통령을 견제할 수 없다는 정서가 짙게 깔려 있었다.

대구의 2030 비율은 지난해 12월 기준 25.8%에 달한다. 2030 표심의 향방이 이번 총선에서 ‘보수 통합 신당’과 자유통일당 중 누구에게 표를 던질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과거에는 정당이나 정책공약이 중요했지만 최근엔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 같은 인물 요인이 더 중요하게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총선직후 한국선거학회가 실시한 국민의식조사 결과, 투표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한 요인으로 인물(35.6%), 소속 정당(33.2%), 정책공약(19.4%) 순이었다. 최근 KBS^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조사( 결과, “총선에서 무엇을 보고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인물(39.1%)이 정당(34.1%)보다 높았다. 통상 총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층에서는 인물(42.8%)이 정당(25.2%)을 압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야 모두 총선 승리를 위해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총선은 본질적으로 심판이고 선택이다. 각 정당들은 공약 제시와 후보 공천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심판과 선택을 받는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달 28일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들에게 평가 결과를 통보했고, 자유한국당은 현역 의원 평가를 위한 여론조사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현역 의원 불출마 선언자(13명)와 경선 탈락자 등을 합쳐 최소 현역 의원 40명 정도를 교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당은 현역 의원 50% 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다.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1월 18~21일) 결과, 현역 의원 물갈이에 대한 요구가 크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다른 인물을 뽑을 것(A)’이라는 비율을 ‘지역구 현역 의원을 뽑을 것(B)’이라는 비율로 나는 수치를 교체지수(A/B)라고 한다. 교체지수가 1보다 크면 교체 요구가 더 많다는 것이고, 1보다 작으면 재신임 요구가 더 크다는 뜻이다. 조사 결과, 교체지수가 2.07(‘다른 인물을 뽑을 것’ 51.4% / ‘지역구 현역 의원을 뽑을 것’ 24.8%)로 나타났다. 국민들의 현역의원 물갈이 요구가 엄청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특히,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호남(2.59)과 한국당의 핵심지지 기반이 영남(TK 2.44, PK 2.70)에서 교체 지수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역대 한국 총선에서 현역 물갈이를 많이 한 정당이 승리했다. 2008년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현역 공천 물갈이 비율은 38.5%인 반면, 통합민주당은 19.1%에 불과했다. 결국 한나라당이 승리했다. 2012년 총선에선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현역 의원 25% 컷 오프와 불출마 의원을 포함해 47.1%를 물갈이하면서 승리했다. 2016년 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이해찬, 정청래, 정봉주 등 강성 친노 인사들을 포함 33%의 현역 의원을 물갈이 하면서 24% 물갈이에 그친 새누리당을 제치고 제1당이 되었다.

이러한 경험적 법칙이 이번 총선에서도 재현될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지난 1월 초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대표가 한 달 가까이 결정을 미루다가 7일 이낙연 전 총리와 맞서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구에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민심을 종로에서 시작해 서울 수도권,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 했다. 더 나아가 “종로 선거는 개인 후보간 대결이 아니다”면서 “나라 망친 문재인 정권과 미래 세대의 결전이기 때문에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고 했다. 이 전 총리와 황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1·2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차기 유력 주자간에 빅매치가 성사되게 됐다. 한국당이 제기하고 있는 정권 심판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여하튼 정당간 통합과 신당 창당도 중요 변수이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어느 정당이 좋은 후보와 빅 매치 후보를 많이 공천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인가가 최대 승리 요인이 될 것이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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