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판 만큼 성공
지역현안 담은 공약 필수
한눈 팔면 순식간에 역전
발품 판 만큼 성공
19대 총선이 있었던 2012년 정세균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는 홍사덕 새누리당 후보와 맞붙어 득표율 52.3%로 5선에 성공했다. 홍 후보 득표율은 45.9%에 그쳤다. 연고가 없는 종로에 전략 공천된 두 후보는 서로 다른 선거전략을 펼쳤다. 정 후보는 지상전과 정권심판론을 병행했다. 선거 슬로건도 ‘종로부활, 정권심판’, ‘종로는 대한민국 심장’이었다. 당 차원에서 이명박 정권 4년에 대한 심판론을 진행한 가운데 정 후보는 지역 주민과의 친밀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16대 총선 종로구 당선자인 정인봉 전 의원은 “정세균 후보는 총선 약 1년 전부터 지역을 훑었다”며 “발품을 판 만큼 주민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홍사덕 후보는 정권심판론을 방어하기 바빴다. 종로의 발전보다 자신의 청렴결백함을 강조하는 선거 슬로건을 이용했다. ‘깨끗한 정치, 겸손한 청렴 6선!’이란 문구는 종로구민의 감동을 자아내기에 부족했다. 또 친박이었던 홍 후보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거리두기에 앞장섰다. 당시 홍 후보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는 박근혜의 선거지 MB의 선거가 아니다”라며 “(박 비대위원장이) 4년 동안 참고 서러움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한 바 있다.
지역현안 담은 공약
지역 현안을 반영한 공약도 정 후보의 강점으로 꼽힌다. 2011년 7월 일찌감치 종로 출마를 선언했던 정 후보는 지역을 훑으며 민심을 파악하는 데 홍 후보보다 유리했다. 홍 후보는 선거가 있던 2012년 3월에 종로 공천을 받아 출발이 늦었다. 당시 정 후보가 내놨던 공약은 크게 경제ㆍ복지와 교육ㆍ문화로 나뉘었다. 정 후보는 서북벨트에는 교육ㆍ문화 정책을, 동남벨트에는 경제ㆍ복지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종로구는 △평창동·부암동 등의 서북벨트, △창신동·숭인동 등의 동남벨트, △종로5·6가와 이화동 등의 중립지역으로 구분된다. 서북벨트에는 영남 출신이 대부분이고 동남벨트에는 호남출신이 많다.
한눈 팔면 달아나는 민심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때 득표율은 52.6%로 상대 후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었다. 오 후보는 득표율 39.7%에 그치고 말았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전했던 오 후보는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정 후보에게 역전 당했다. 당시 오 후보는 서울 권역 선대위원장으로 다른 후보의 선거를 돕느라 정작 종로구민을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임성학 서울시립대 교수는 “오 후보가 전국단위 선거운동을 하는 동안 정 후보는 밑바닥부터 열심히 닦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 후보는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발로 직접 뛰는 지상전을 펼쳤다. 당시 정 후보 캠프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대개 현장 유세를 나갈 땐 트럭을 타곤 하는데 정 후보는 가급적 걸어 다니려고 했다”며 “골목 구석구석을 파고들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태도는 선거 슬로건과 일맥상통했다. 종로를 나타내는 표어는 ‘삶의 질 1번지! 종로’였고, 후보를 설명하는 슬로건은 ‘바른 정치 큰 일꾼’이었다. 정 후보는 현직의원이란 이점도 살렸다. 지난 4년간 공약이행률이 83.6%라는 점을 강조하는 등 의정활동을 홍보했다. 정 후보는 평창동, 사직동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오 후보보다 우세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낙연 vs 황교안
현재는 이낙연 전 총리가 발 빠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9일 종로 정책 4가지 방향을 제시하는 등 ‘정책 선거’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의원, 전남도지사, 국무총리 등을 역임한 이 전 총리는 자신의 강점을 묻는 질문에 “일을 제대로 해봤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사무소 현수막에 적힌 슬로건은 감성 마케팅에 가깝다. ‘따뜻한 종로, 따뜻한 사람’이라는 문구는 정책 선거와는 거리가 있다. 이에 대해 정인봉 전 의원은 “이낙연 후보 공천 과정은 전략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며 “감동 없는 공천은 종로구민들의 마음을 사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종로 민생과 정권 심판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황 대표는 지난 10일 "종로구민들의 마음을 얻는 게 필요하고 그것을 통해 종로의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문제가 중요하다"면서도 "또 큰 목표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총선"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문재인 정권 3년간의 실정을 거론하는 것은 전국 선거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정인봉 전 의원은 정권심판론이 야당심판론으로 번질 것을 우려했다. 그는 “야당이 분열돼 있으면 야당심판론이 통할 수 있지만 단일대오일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