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론 vs 신중론 엇갈리는 코로나 향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남아 있는 한국 교민이, 질병 감염 걱정뿐만 아니라 생계의 막막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가 지난 14일 기준 나흘째 추가로 발생하지 않았다. 이달 말을 기점으로 서서히 진정되는 게 아니냐는 ‘낙관론’이 고개를 드는 이유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신중론 또한 만만치 않다.

이 가운데 중국이 후베이성의 코로나19 확진 범위에 갑자기 이상 진단 병례를 추가해 하루 새 사망자와 확진자가 각각 250명과 1만5000명 넘게 급증했다. 전 세계는 또 한 번 혼란에 빠졌고, 일각에선 그동안 중국 당국이 비난을 피하기 위해 감염자 통계를 일부러 축소?은폐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 지나치게 우호적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 환자가 급증했지만 코로나19의 발병 패턴에 큰 변화는 없다”고 일축했다.

中 확진자·사망자 통계, 왜 갑자기 급증했나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지난 12일 하루 동안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5152명, 사망자가 254명 늘었다고 밝혔다. 후베이성의 신규 확진자 수치에 임상 진단 병례 1만3332명을 새로 넣었기 때문이다.

임상 진단 병례는 핵산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오지 않아도 폐 CT촬영을 통해 확진 범위로 분류한다. 이에 따라 지난 13일 0시 기준 중국 전역의 누적 확진자는 5만9804명, 사망자는 1367명이 됐다. 지난 10일과 11일 신규 확진자는 2000명대를 유지해 증가세가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후베이성의 통계 기준이 바뀌면서 폭증하는 추세로 전환됐다.

중국 확진자 수가 갑자기 늘어난 다른 원인으로 중국 현지를 조사한 WHO 국제 전문가팀을 중국 정부가 의식해 확진 기준을 바꿨을 가능성 또한 제기됐다. 하지만 이처럼 중국 확진자 수가 수직상승했는데도 WHO는 환자에 대한 보고 방식 등이 바뀐 것일 뿐, 발병 패턴에는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 세계 여론은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홍콩 매체들은 그동안 의료 현장에서 느끼는 확산 속도와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숫자에 차이가 있다며, 중국 정부가 확진자 수나 사망자 수를 축소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번 발표도 최근까지 감염이 추정된 상당수가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내선 확진자 나흘째 ‘0’…낙관론 신빙성은?

국내에서는 지난 14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가발생 없이 나흘째 28명을 유지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4일 오전 9시 기준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없다고 밝혔다. 국내 확진자는 총 28명이며, 이중 7명(1,2,3,4,8,11,17번 환자)은 완치돼 퇴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한 물리학자가 코로나19 확산이 사실상 이달 말에 멈출 것으로 예측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계물리학으로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이 물리학과 교수는 “중국 정부가 발표해 온 확진자 숫자가 정확하고, 감염병 확산을 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이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에는 추가 확산이 사실상 종료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코로나19의 실제 심각성보다 과도한 불안이 사회 전반에 퍼진 것을 안타깝게 여겨 예측값을 공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내·외에서는 바이러스가 진정세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낙관론’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중국의 허칭화 위건위 질병관리국 부국장은 “후베이성과 우한을 포함하더라도 중국 전체의 감염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 추세라면 이달 말 절정기를 지나 4월 전 사태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언 리프킨 미국 콜롬비아대 감염·면역센터 소장도 “코로나19 대응 조치가 효과를 발휘하고 이른 봄이 오면 이달 중순이나 후순에 극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기온이 상승하는 이달 말이면 확산세가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하루새 10배가 갑자기 증가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어, 일각에선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중국 매체 차이신 등은 실제 감염자 수가 정부 발표보다 훨씬 더 많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 위생·열대병 연구소 전염병 전문가인 존 에드먼드는 “중국 자료는 너무 엉망이어서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국내에서는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중국이 아닌 제3국에서 코로나19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정 본부장은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춘제 이후에 다시 사회활동에 들어가게 되고, 고향으로 돌아가 또 한 번 감염 인구가 섞이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 수 없다”며 “아직은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라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사람들이 전 세계에 퍼져 있기 때문에 또 어디서 어떤 접촉으로 환자가 보고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주영 기자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