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수급조차 우왕좌왕하는 정부 모습에 백신·치료제에 대한 희망 더 커져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급한 마음에 각종 방안을 내놓지만, 일이 계속 꼬이면서 공염불만 남긴다. 자연히 사회의 불안감은 나날이 커간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는 정부의 마스크 수급책과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모습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이처럼 균열을 보이면서 세간의 기대는 치료제에 쏠렸다. 다만 그 역시 시민 곁에 다가오려면 짧지 않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오전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전동식 호흡 보호구를 착용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진료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혼선 거듭 ‘지각 대책’

이제는 마스크를 약국에서 1인당 한 주에 2장까지만 살 수 있다. 출생 연도 끝자리에 따라 구입 가능한 날이 정해졌다. 정부는 마스크 유통과정을 집적 관리하는 공적물량의 생산량을 일일 80%까지 늘렸다. 하루 1000만장 수준인 마스크 생산량은 전량 국내에만 공급된다. 수출은 전면 금지된다. 마스크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도 오는 6월까지 수출 불가다.

이 같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이 나오기까지 십 수 일이 걸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특히 거센 경북·대구를 중심으로 전국서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그런데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매일 발생하는 등의 대란 반복이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은 때였다.

당초 정부는 이 대책을 지난 4일 오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돌연 발표를 하루 뒤 오전으로 연기했다. 하지만 그 역시 지켜지지 못했다. 이날 정부는 발표시점을 당일 오후로 재차 미뤘다. 공적 마스크 공급을 민간 유통업체가 하느냐, 조달청이 담당하느냐를 놓고 부처 간 이견이 생긴 까닭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사이 혼란은 더해져만 갔다. 마스크 판매처 앞에서 밤을 새운 시민들의 고충은 말할 것도 없고, 의회에서도 난타전이 이어졌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특위 회의에서 여당 소속 김상희 의원이 야당 의원들의 질책에 “우리 정부가 정말 국민들에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어떻든 이런 과정을 거쳐 대책은 마련됐지만 늑장대응이란 비판은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대책의 상당 부분이 새롭다기보다는 일찍이 요구받아온 사항이기 때문이다. 마스크 수출을 제한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중국이 한국산 마스크를 싹쓸이 해가면서, 그에 대한 수출금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제기돼 왔다.

실제 상당량의 국내산 마스크가 이미 중국에 넘어 갔다. 지난 1월 한 달 간 마스크 등의 대중(對中) 수출액이 작년 총 수출액에 육박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 기간 기타 방직용 섬유제품의 수출액은 7261만1000달러에 이른다. 2019년 연간 수출액 8091만 달러의 89.7% 수준이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지적돼 온 컨트롤타워의 역할 부재가 반복된 배경이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최근 전국 1000명의 시민을 조사해 발표한 ‘국민 위험인식 2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기관들 중 청와대에 대한 신뢰도는 1차 때보다 8.1%포인트 하락한 49.5%에 그쳤다. 시민들은 질병관리본부(81.1%)를 가장 신뢰했다.

믿을 건 치료제뿐…항체는 발견

상황이 이렇다보니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커가고 있다. 당장 치료에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약이 몇 있긴 하다. 정부는 에볼라 치료제로 불리는 '렘데시비르'를 코로나19 환자에게도 사용하도록 최근 허가했다. 미국 등 해외 사례에 견줘 해당 약이 코로나19 치료에 비교적 효과를 본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가운데 한국화학연구원은 지난 4일 코로나19를 무력화하는 항체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항체는 인체에 침입하는 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해 인간 몸의 면역반응이 만든 일종의 무기다. 연구진은 기존의 사스 중화항체 2개, 메르스 항체 1개가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할 수 있다는 결과를 예측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 및 전용치료제의 개발이 단기간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통상 신약을 개발할 때는 활용 가능한 물질을 발굴, 동물실험과 임상시험 등을 거쳐 보건 당국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이에 이르기까지 수년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코로나19의 경우는 신종 바이러스인 만큼 백신과 전용치료제로의 개발도 이제 첫발을 뗀 단계다.

한 전문가는 “신종플루의 경우 2009년 세계적으로 퍼지면서 주목받았지만, 사실 이전부터 예측 가능했던 감염병으로 관련 연구가 다수 진행돼 왔었다”며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그 시기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라 오랜 기간의 연구 및 임상 등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의 경우 신종 바이러스기 때문에 축적된 연구량이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의 백신, 전용치료제 개발이 어려운 이유가 수익성 때문이란 말도 있다. 일시 유행에 그치는 감염병의 경우 꾸준한 수익을 내기 어려워 신약개발에 대한 의지가 덜하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년 사이 한국을 강타한 감염병들 중 전용치료제가 있는 건 신종플루의 타미플루뿐이다. 신종플루는 당시부터 매년 겨울 유행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한편에선 코로나19 예방에 필요한 백신은 곧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코로나와 관련한 연구가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백신을 개발하는 데에는 충분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국내 모 제약 기업 관계자는 “코로나와 관련된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연구가 비교적 잘 돼 있는 편”이라며 “그동안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경계심이 부족했을 뿐 각종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한 치료 백신 개발은 의외로 어렵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코로나 바이러스를 방지할 수 있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은 이미 많은 논문에서 보고가 돼 있다”며 “백신 개발회사 입장에서는 이미 가지고 있는 플라스미드에 해당 염기서열을 합성하면 되는 것이어서 제약회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만큼 백신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