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앞둔 박용택 올 목표는 우승… 팀 이적 정근우·장원삼 ‘종착역’서 명예회복 노려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두산의 우승을 자축하는 배영수.

선수에게 옷을 벗는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다른 유니폼으로 갈아입는다는 의미도 되겠지만, 한평생 치고 달리고 했던 야구와의 인연을 끝낸다는 의미도 포함된다. 누구든 마찬가지겠지만, 선수에게 마지막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년 한국시리즈 7차전, 두산과 키움의 경기에서 배영수(39)는 11-9로 앞선 연장 10회 말 1사에서 등판했다. 계획된 투수 교체는 아니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이 마운드 방문 횟수를 착각, 어쩔 수 없이 배영수를 투입했다. 활짝 웃으며 마운드에 올라간 배영수는 박병호와 샌즈를 제압하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 2018년 한화서 방출됐지만 2019년 두산에서 기회를 얻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마무리했다. 현역 138승 베테랑 투수의 마지막은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었다. 그리고 배영수는 곧바로 은퇴를 선언했다. 이보다 더 극적인 마지막이 있을까. 올해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는 각 구단의 주요 베테랑 선수들 역시 배영수 같은 마무리를 꿈꾸고 있다.

배영수가 부러운 LG 박용택

“작년 배영수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한 팀도 아니고 여러 팀에서 뛴 끝에 마지막에도 우승 헹가래를 받지 않았나. 내가 꿈꾸는 일일 수 있다. 주축이든 아니든, 우승하는 경기에서 마지막 타자가 되고픈 막연한 소망은 있다. 한국시리즈 7차전 9회말 주자 만루에서 끝내기 안타랄까.” 작년까지 통산 2439안타를 쳐낸 박용택은 2002년 LG 이후, 꾸준함의 대명사로 활약했다. 18년을 한 팀에서만 뛰었고, 그 사이에 세 번이나 FA(자유계약) 계약을 맺었다. 역대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도 그의 것이다. 선수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그럼에도 올 시즌을 임하는 그의 각오는 그 어느 때보다 남다르다. 지난 2018시즌이 끝나고 2년 FA 계약을 맺으면서 동시에 은퇴를 언급했다. 올해가 끝나면 박용택은 유니폼을 벗는다. 그렇기에 반드시 이루고픈 것이 있다. 바로 우승이다. 2002년 프로 데뷔 시즌에 치렀던 한국시리즈 이후 지금껏 박용택과 우승은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그에게 ‘한’처럼 남아있는 우승, 박용택은 2020년에 모든 것을 걸고자 한다.

세월 아쉬운 정근우-장원삼의 종착역, 명예회복 노린다

한때 국가대표 2루수였다. 작은 체구지만 힘이 넘치는 타구를 날렸고 순발력도 이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 고정된 자리 없이 내^외야를 전전하다가 끝내 팀에서 나왔다. 이제 옷을 벗어야 하나 싶었지만 그의 손을 잡은 것은 바로 LG였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올해 LG 유니폼을 입은 정근우는 명예회복에 나서고픈 마음이 크다. 올해 우승을 노리는 LG 입장에서는 약점인 2루수 자리를 채울 베테랑이 필요했다. 정주현이 있지만 타격에서 아쉬움이 컸다. 그 와중에 밀리고 밀려난 정근우가 한화에서 방출에 가깝게 나오자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영입했다. 자칫 선수 생활을 그만둘 위기에 처했던 정근우는 LG의 러브콜에 냉큼 잠실로 달려갔다. 류중일 감독의 “세컨드(2루수) 되제?”라는 말 한마디에 정근우는 다시 불타올랐다. 그는 “아쉽게 물러난 2루 자리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다. 다시 2루수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선수에게 포지션은 자존심이다. 사실상 LG가 정근우의 마지막 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개의치 않는다. 뛸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로 만족하고 있다. 정근우와 똑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베테랑 선수가 또 있다. 바로 롯데 장원삼이다. 사실 이룰 것은 다 이룬 투수다. 현대를 시작으로 삼성에서 원 없이 우승을 하며 전성기를 보냈고 지금까지 통산 121승을 기록했다. 2012시즌에 다승왕도 했고 골든글러브까지 받았다. 국가대표 왼손 투수로도 활약하며 2009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이미 KBO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투수다.

하지만 2018년 3승 1패에 그치며 삼성에서 방출됐고, LG로 이적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캠프 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시작부터 좋지 못했고 8경기 14.2이닝 평균자책점 7.98을 남겼다. 왕년의 명성에 비하면 터무니없었다. 은퇴를 생각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성적이었다. 그 사이, 롯데가 입단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에 장원삼은 단 1초도 망설이지 않았다. 은퇴와 현역, 그 사이에서 장원삼은 다시 용기를 냈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체면은 중요하지 않았다. 마산까지 직접 내려가서 입단 테스트를 봤고 합격했다. 한때 5억이었던 연봉도 올해는 3000만 원대로 떨어졌다. 롯데 역시 그의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장원삼은 뛰는 것 자체로 만족한다. 그는 “나를 불러줄 구단이 있을까 싶었는데, 롯데에서 좋게 봐주셨다”고 이야기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으니 올해 최선을 다해 공을 던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더욱이 롯데 퓨처스 래리 서튼 감독과는 현대 시절에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마무리를 그 누구보다 아름답게 장식하려는 장원삼의 각오가 남다르다.

김성태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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