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에부터 유로·올림픽까지 ‘파행’

세계축구계가 코로나19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유럽 축구에서 무관중 경기가 열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인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전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인 축구 역시 코로나19의 직격탄에 맞아 사상 유례없는 파행이 불가피하게 됐다. 당장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중국과 한국, 일본은 춘추제(봄에 시작해 가을에 끝나는 일정)를 시행 중이기에 이미 3월에 개막했어야 했지만 개막이 잠정 연기됐다. 한창 시즌 막바지가 진행 중인 유럽리그 역시 리그 잠정 연기나 무관중 경기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은 결국 세계 축구에 대규모 도미노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리그 중단, 유로 2020에도 직접적 영향 줄 듯

세계에서 가장 관심이 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와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경기를 계획 중이거나 이미 진행 중이다. EPL의 경우 남은 시즌은 대략 팀당 9~10경기. 무관중으로 진행하면 한 라운드당 2500만파운드(약 390억원), 10경기로 잡으면 3900억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이미 아스날의 미켈 아르테타 감독까지 확진자로 판명나며 ‘리그를 중단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리버풀은 우승에 2승만 남겨두고 30년만에 우승을 놓칠 위기에 놓였다. 프랑스 역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면서 13일(이하 한국시각)부로 리그를 중단했다. 이탈리아는 이미 10일부터 세리에A 리그를 포함한 모든 스포츠 경기를 중단했다. 스페인 라리가 역시 리그 중단을 결정했다.

가뜩이나 잉글랜드 리그(EPL), 독일 리그(분데스리가)에 비해 폐막이 늦은 이탈리아, 스페인 리그의 폐막은 예정보다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5월 24일로 예정된 폐막이 6월까지 밀릴 수 있다. 아예 리그를 조기종료하는 방안도 얘기되고 있다. 자연스레 올해 6월 12일부터 열릴 ‘브라질-아르헨티나를 뺀 월드컵’으로 불리는 유로 2020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유럽 5대 빅리그로 불리는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 선수 없이 유로를 진행한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이번 유로 2020은 참가국 각국에서 조별리그가 열린다. 공식 개막전은 로마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었다. 확실히 로마 개막전은 불가능한 모양새다. 유럽축구연맹은 오는 17일 화상회의를 통해 유로를 포함한 유럽대회 일정을 모두 결정하기로 했다. 이미 유로 대회를 2020년이 아닌 2021년에 여는 방안도 진지하게 논의 중이다.

유로 2020 늦어진다면 올림픽에도 영향?

유로 2020이 2020년 내에 열리지만 예정된 6월보다 늦어지면 다음시즌 유럽리그 개막 일정도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또한 7월 말 개막해 8월 초까지 열릴 예정이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가장 관심이 큰 종목 중 하나인 축구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원래 유로 2020에 나오는 23세 이하의 선수 중 일부는 올림픽에도 출전한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원하는 국가의 경우 A급 선수를 와일드카드(23세 초과 선수)로 활용하는데 유로 2020과 일정이 겹치면 자연스레 차출이 불가능해진다. 원래 유로 2020이 열리고 올림픽이 개최되기에 두 대회 모두 참가가 가능했지만 이럴 경우 한쪽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도쿄 올림픽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열리는 사태도 예견되고 있다. 이럴 경우 역시 유럽리그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보니 아예 유럽리그에서 1군에서 뛰는 23세 이하 어린 선수는 올림픽 차출이 힘들어진다. 남미의 경우 와일드카드로 네이마르 등 슈퍼스타를 쓴 전례도 실제로 있었다. 자연스레 올림픽 축구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고민에 빠진 김학범호-평가전 불투명해진 A대표팀

당장 한국 축구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K리그 개막이 잠정 중단된 것도 모자라 3월로 예정됐던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평가전과 A대표팀의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모두 잠정 연기됐다. 급한 건 김학범호다. 올림픽대표팀은 7월에 예정대로 올림픽이 개막한다면 평가전도 제대로 가져보지 못한채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 올림픽이 늦게 열린다고 해도 11월, 12월이면 시즌 막바지에 다다른 K리거들을 대거 차출해야 하기에 원성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개막이 예정대로 되든 안 되든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김학범 감독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의 경우 월드컵 2차 예선이 미뤄지면서 올해 하반기로 예정했던 평가전 일정을 모두 취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예선에는 아무래도 약한 상대와 맞붙기도 하기에 평가전을 통해 남미나 유럽 강팀을 초청하거나 원정을 가 진짜 실력을 점검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정이 연기되면서 자연스레 월드컵 2차 예선 일정이 평가전을 가지기로 한 날짜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경우에 A대표팀은 2020년에 아시아 약팀과 경기만 가진채 A매치 데이를 마칠 가능성도 다분하다는 계산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