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다”는 사측 주장에도 투자은행 업계서 구체적 회자

[주간한국 이주영 기자] G마켓·옥션·G9 등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매각설이 심상찮다. 이베이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지만, 5조원이라는 매각가와 인수 후보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해마다 영업이익이 줄고 있는 점이 매각 추진설에 힘이 실리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외 기업들이 인수합병에 나서기 힘들어진 게 변수다.

미국 이베이 본사는 이달 초 한국법인인 이베이코리아 보유 지분 100%를 전량 매각하기로 정하고, 주관사를 정해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는 얘기가 투자은행 업계에 돌기 시작했다. 후보로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국내 유통 대기업과 MBK 등 사모펀드이며 매각가는 약 5조원 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투자는 이와 관련해 15일 보고서를 통해 쿠팡과의 합병설을 제기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21년 미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는 쿠팡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시장 재편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며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를 사들여 합병을 추진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재 미국 이베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지난해 초 이베이 지분을 약 4% 정도 매입한 후 이베이는 지난해 11월 자회사인 티켓 플랫폼 기업 스텁허브를 40억 달러(약 4조7000억원)에 매각했다. 또 광고사업 부문을 약 100억 달러(약 12조원)에 내놓은 상태다. 이 과정에서 이베이코리아도 정리 대상에 오른 것 아니냐는 후문이다.

조용선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쇼핑·신세계·이마트·현대백화점과 같은 유통 기업뿐만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인터넷 기업, 사모펀드 등도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가능성은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말 이베이코리아가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한 점도 매각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유한회사는 내부 실적이나 배당 현황을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이베이의 한국사업 철수가 현실화된다면 그 과정이 공개될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매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베이코리아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오픈마켓을 주축으로 국내 이커머스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업계 중심축은 오픈마켓에서 식품 위주의 배송 인프라와 물류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부진으로 5조원에 맞출 인수자가 나타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유일하게 안정적인 이익을 거두고 있어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면서도 “5조원이라는 금액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주영 기자



이주영 기자 jylee@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