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물류 자회사 설립 추진, 해운운수업계 거세게 반발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포스코의 물류 자회사 설립 추진이 곳곳서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포스코는 물류역량 제고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해운·항만·물류 업계의 여러 단체는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 강화 및 물류생태계 혼란 등 갖은 이유를 들며 결사항전의 뜻을 내비쳤다.
포스코 “물류효율성 높여야”

앞서 포스코는 지난 12일 물류통합 운영법인 ‘포스코GSP(Global Smart Platform·가칭)’를 연내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통합법인은 포스코 및 그룹사 운송물량의 통합계약과 운영관리를 담당하고, 물류파트너사들의 스마트·친환경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 물류 효율과 시너지를 제고해 나가는 게 목표다.

포스코에 따르면 현재 철강원료 구매, 국내외 제품 판매와 관련된 각종 운송계약은 포스코 내부의 여러 부서에 분산돼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SNNC, 포스코강판 등 계열사별로 물류 기능이 흩어져 있다. 이를 하나의 회사로 통합하면 각종 중복과 낭비를 제거, 효율성 및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포스코는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포스코는 계열사를 포함한 물동량이 약 1억6000만톤, 물류비는 약 3조원 규모에 달했다. 그럼에도 물류업무가 회사별, 기능별로 분산된 탓에 판매 및 조달 지원 기능으로만 운영돼 비효율을 낳았다. 물류통합 법인을 세우면 원료 및 제품의 수송계획 수립, 운송 계약 등을 합침으로써 이런 문제가 일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이 같은 계획을 실행하고자 일찍이 포석을 깔아놓기도 했다. 최근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제철소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육상 운송에 직접 참여할 의향이 있는 개인 화물차주 모집을 시작했다. 시범 사업으로 시행되는 이번 화물차주 직거래 계약·운송은 6월부터 시범 운영을 거쳐 개선사항 등을 반영해 물류법인 설립 시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9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 관련 해양산업계 합동 기자회견에서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 강무현 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포스코의 물류업 진출, 항만 업계 붕괴시킬 것”

포스코의 통합법인 설립이 원만하게 이뤄지긴 힘들어 보인다. 관련 업계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들은 “포스코 물류통합 법인이 설립되면 해운업, 운송업까지 진출해 사업영역을 침범하고 물류 생태계를 황폐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는 “해운업 등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피력하지만 논란은 줄지 않고 있다.

한국선주협회와 부산항만공사 등 55개 해운·항만·물류 단체와 기관들로 구성된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한해총)는 지난 19일 합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포스코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해운업 불황과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업계 입장에서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며 "설립을 철회하고 해운 물류업계와 지혜를 모아 상생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해운업 진출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포스코지만, 한해총은 작은 빌미조차 내어줘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참여정부 말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강무현 한해총 회장은 “포스코 물류자회사 설립은 다른 대량 화주인 한국전력 등이 해운물류산업에 진출하는 빌미를 제공수 있다"며 "대기업은 물론 공기업의 시장지배로 물류생태계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포스코 입장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방법이 틀렸다는 말도 나온다. 강 회장은 "포스코 내에서 분할된 물류의 효율을 향상하고, 비용 절감을 하겠다는 입장은 동감한다"면서도 "다만 그 부분은 회사 내 물류전담 조직을 만들어 하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LG 등 다른 대기업도 물류부분을 내부로 가져가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 논란이 업계 최초의 파업사태를 낳을 조짐도 보인다. 최두영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개항 이래 144년 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고되고 위험한 노동을 했지만 한 번도 파업을 한적이 없었다"면서 "우리의 철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에 공식 건의해 각종 노동단체와 연대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