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탄전에 장외집회까지...20대 국회, 4년간 일하지 않았다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 기사입력 2020-05-30 05:12:42
  • 문희상 국회의장이 2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78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연합
역대최저 법안처리율 기록한 20대 국회
육탄전에 장외집회까지…4년 동안 일하지 않았다


역대 최저 법안처리율을 기록하며 20대 국회가 막을 내렸다. 이번 국회에서도 여야는 일하는 대신 진영싸움을 이어갔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제도는 ‘4+1 협의체’, ‘비례위성정당’이라는 꼼수를 낳았고 이 과정에서 여야는 몸싸움을 벌이며 극한 대치를 벌였다. 국민을 두 동강 낸 ‘조국 사태’도 있었다. 국회 내 편가르기는 장외 집회로 이어졌고 릴레이 삭발, 단식 투쟁 등이 나타나기도 했다. 21대 국회는 초선의원만 151명이다. 이들이 국회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뒤바뀐 집권여당
20대 국회를 이끈 건 더불어민주당이었다. 2016년 4·13 총선 결과 민주당은 12년 만에 제1당이 됐다. 2017년 대선에서 대통령을 배출하며 승기를 잡았던 민주당은 2018년 재보궐 선거에서도 완승을 거뒀다.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보수 혁신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민주당이 집권여당인 여대야소 정국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시발점이었다. 그해 국회는 본회의에서 재석 299명 중 찬성 234명으로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2017년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서둘러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득표율 41.1%로 당선됐다. 집권여당이 뒤바뀐 것이다. 진보세력은 9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했다.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2018년 6·13 재보궐선거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민주당은 총 12석 중 한국당에 단 1석(경북 김천)만 내주고 11석을 독차지했다. 민주당의 승기는 2020년까지 이어졌다. 지난 4월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177석을 차지하며 거대여당으로 변모했다.

민주당의 모든 당론이 국회에서 관철된 것은 아니다. 2018년 문 대통령은 대통령 4년 중임제와 지방분권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정족수 미달로 투표는 불성립됐다. 재적의원 3분의 2인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것이다. 당시 본회의에는 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이 불참했다.

동물국회이자 식물국회
2019년은 동물국회, 조국사태, 꼼수로 요약된다. 지난해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과 대안신당은 이른바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를 구성해 각종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렸다.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한국당은 이를 저지하는 데 실패했다. 결국 한국당과 나머지 정당들은 몸싸움과 욕설로 점철된 극한 대결을 벌였다. 국회의장 경호원이 1986년 이후 33년 만에 발동되는 등 국회는 동물국회로 아수라장이었다. 상대를 고소·고발한 여야는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이때 입건된 국회의원은 약 110명에 이른다.

2019년 중후반기부터는 식물국회로 돌변했다. 여야는 이른바 ‘조국 블랙홀’에 빠져 의정활동에 집중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했다.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세력은 조 전 장관이 사퇴할 때까지 삭발 투쟁, 장외 집회를 이어갔다.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밖으로 나가 장외투쟁을 벌였다. 조국 옹호 세력은 서초동으로, 반대 진영은 광화문으로 나뉜 채 대한민국은 두 동강 났다.

꼼수에는 꼼수로
여야는 꼼수에 꼼수로 화답하며 협치보다 대결의 정치를 보였다. 지난해 말 ‘4+1 협의체’는 제1야당인 한국당을 배제한 채 패스트트랙 상정에서 나아가 본회의 처리를 시도했다. 한국당은 ‘4+1 협의체’란 꼼수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로 맞받아쳤다. 그해 11월에는 당시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공수처와 선거법 저지를 위해 죽기를 각오하겠다”며 무기한 단식 투쟁을 벌이는 등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민주당은 임시국회 회기를 잘게 쪼개는 ‘살라미 전술’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데 성공했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거대 정당들은 총선 비례대표 의석수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한국당은 위기를 피하기 위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당명도 자유한국당에서 미래통합당으로 바꿨다. 위성정당 명칭은 미래한국당으로 결정했다. 이 같은 창당은 ‘꼼수’라며 세간의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도 위성정당을 창당하기에 이른다.

역대 최저 법안처리율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는 법안처리율 3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발의된 법안 2만여건 중에 8904건만이 통과됐다. 국회는 20일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서둘러 법률안 133건을 포함한 141건의 안건을 의결했다. 처리되지 못해 자동 폐기되는 법안은 1만5000여건에 달한다. 20대 국회가 동물·식물 국회라는 비난을 의식한 듯 25일 민주당은 21대 국회 제1호 법안으로 ‘일하는 국회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5월 28일 “국민의당은 창당 때부터 ‘일하는 국회’를 표방했고 4ㆍ15 총선에서 1호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 1호 공약인 ‘일하는 국회’ 슬로건을 양해도 없이 갖다 썼다”고 비판했다.

노유선 기자 yoursu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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