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측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 이틀만…오는 8~9일 영장실질심사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삼성 합병 및 승계 등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강력한 기소 의지를 피력했다. 이 부회장 측이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검찰보다 시민들에 맡기겠다고 하자, 구속영장 청구라는 초강수로 맞대응한 것. 다만 이런 타이밍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는 적법절차의 무력화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이 도입한 제도인데, 이를 스스로 위배했다는 시각에서다. 영장이 실제 발부될지 여부가 불확실성을 띤 가운데 재계에서도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사진은 지난 5월 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입장하는 이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으로 맞불…수사심의위 무력화?

검찰이 지난 4일 청구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삼성 측 대응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해석된다. 바로 이틀 전 이 부회장 측은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바 있어서다. 수사심의위는 지난 2018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59·사법연수원 18기)이 도입한 기구로서 시민과 각계 전문가들이 검찰 수사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법조계·학계·언론계·시민단체 등의 인사로 구성돼 있다.

검찰의 이 같은 행보는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 1년8개월여 동안 삼성 승계 의혹 등에 대한 관계자 110여 명을 400차례 이상 소환조사했고, 압수수색도 50여 차례 진행한 검찰이다.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수사란 분석이 많았지만 이 부회장 측은 적극 협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검찰의 기소 의지가 워낙 강하다고 느껴 신청한 게 수사심의위 소집인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이를 무력화하려는 듯한 모양새를 연출 중이다.

여론이 이러한 배경은 수사심의위의 도입 취지에 있다. 이 기구는 검찰 수사의 중립성·투명성 제고를 목적으로 설치됐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제도 도입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따르는 경우 과잉 논란은 물론 수사 동기 등에 대한 문제제기도 따르곤 한다”며 “이런 부분을 수사심의위로부터 점검받고 사후 수사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발언했었다. 현재 재계에선 “이 부회장 등 재벌은 예외냐”는 식의 불만이 많다.

실제로 법원이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심의위원회는 열리지 않을 공산이 크다. 기소 여부를 따지는 의미가 크게 축소하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검찰 권력의 오남용 견제가 수사심의위의 핵심”이라며 “동일한 이유로 검찰개혁 요구가 사회에 빗발치는 게 현실인데 검찰의 이번 조치는 결국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도 말을 보탰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수사심의위) 소집요청에 대해 묘수니 지연책이니 말이 많지만, 어쨌든 사건관계인이 제도화된 위원회를 이용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며 “결과 못지 않게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검찰이 어떤 연유로 이런 판단을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몹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도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입장문을 통해 변호인단은 “수사가 사실상 종결된 시점에서, 이 부회장 등은 검찰이 구성하고 있는 범죄혐의를 도저히 수긍할 수 없어 국민의 시각에서 수사의 계속 여부 및 기소 여부를 심의해 달라고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심의신청을 접수했던 것”이라며 “(구속영장 청구는)수사심의위원회에서 객관적 판단을 받아 보고자 하는 정당한 권리를 무력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각’ 관측 많지만…혐의입증 자신하는 檢

일각에서는 “수사심의위 소집요청에 검찰이 심기에 불편을 느낀 것”이란 말마저 나온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걸까. 검찰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은 기자단에 “분식의 규모, 죄질, 그로 인한 경제적 이익 등을 감안하여 피의자 측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하기 이전에 이미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결정하고 검찰총장에게 승인을 건의했다”고 지난 4일 문자메시지로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도 규정돼 있듯이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은 사건 관계인 신청에 따른 수사 심의의 대상이 아니며 소집 신청으로 수사 절차가 중단되지도 않음이 명백하다”면서 “어제 검찰총장의 최종 승인 이후 기록 조제, 영장 청구서 및 의견서 완성 등 절차를 거쳐 오늘 오전 법원에 관련 서류를 접수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3일 이미 영장 청구에 사인 했다는 뜻이다.

남은 관심사는 영장의 발부 여부다. 검찰이 법원을 설득할 만한 증거를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달린 문제지만, 전례에 비춰 기각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게 현재 분위기다. 지난 5월과 7월 회계부정 등의 의심을 받아 청구됐던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두 차례 모두 기각됐었다. 참고로 지난 5월 검찰이 적용한 혐의는 증거인멸 교사, 7월에는 수사 본류인 분식회계였다.

두 번째 영장이 기각됐을 당시 법원의 말은 “증거가 이미 수집돼 있으며, 주요 범죄의 성립 여부에 다툼 여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번의 영장청구 사유는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및 외부감사법 위반 등인데, 역시 비슷한 이유를 들어 기각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법원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도 있어서 관심이 모인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증거인멸 우려도 이번에는 먹혀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수사에 본격 돌입한지가 약 2년여 지났는데, 정말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면 왜 이제야 구속영장을 청구했는지를 소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도주할 확률이 전혀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와 반대되는 분석도 있다. 검찰이 오랜 기간 수사를 진행해온 데다 자신감을 보이는 데에도 이유가 있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검찰은 단순 증거인멸 등을 이유로 영장발부를 요청하진 않을 전망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할 것이란 게 법조계 대다수 예측이다. “사안이 중대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추가적인 증거인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펼 것이란 뜻이다.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8~9일쯤 이뤄질 전망이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