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결정…이르면 6월 말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거취가 비(非)검찰 각계 전문가 등에 의해 결정되게 됐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소집된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가 이 같이 판단했다. 이는 일찍이 예상됐던 결과라는 분석이다. 검찰의 앞선 구속영장 청구가 애초부터 ‘무리수’라는 비판이 일었고, 결국 남게 될 선택지는 검찰수사심의위원가 유일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향후 관심사는 수사심의위 입장 및 검찰의 기소 여부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삼성의 경영위축과 그로 인한 국내 경제 여파는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할 여지가 생겼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면 구긴 檢…외부로 넘어간 공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사안은 이제 검찰 손아귀 바깥에서 다뤄지게 된다. 지난 11일 서울중앙지검의 부의심의위는 해당 사건을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검찰시민위원 중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된 부의위원들은 15명으로 구성됐으며 교사와 자영업자 및 대학원생, 택시기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의 관련 논의는 비공개로 이뤄졌다.

이로써 이 부회장 사건의 시나리오는 당분간 검찰 뜻과 반대로 전개될 전망이다. 앞서 검찰과 이 부회장측의 ‘1차전’으로 묘사됐던 구속영장 청구도 기각된 바 있다. 지난 1년 8개월 동안 삼성 관계자 110여 명을 400차례 이상 소환조사했고, 압수수색도 50여 차례 진행한 검찰이다.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가 과하지 않은 배경이다.

나름의 증거들을 이미 확보했다는 검찰이지만 앞으로는 더욱 분주해질 수밖에 없다. 수사심의위가 ‘불기소’를 권고한다면 입장이 크게 난처해져서다. 특히 구속영장 청구도 역풍이 분 상황이다. 기각이란 결과도 뼈아팠지만, 이 부회장측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한지 불과 이틀 만에 이뤄진 청구는 ‘피의자 방어권 무력화’ 논란을 낳기도 했다.

물론 수사심의위 소집이 검찰에 불리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이 부회장측 요청에 따른 조치이긴 하나, 장기간 수사를 진행해온 검찰인 만큼 위원들을 설득할 재료 또한 다수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검찰이 내심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사안의 복잡성 때문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검찰이 만든 사건기록이 20만 페이지에 달한다고 한다. 수사심의위에서는 이를 A4용지 30페이지 분량으로 압축해야 한다. 수사심의위 위원들 가운데 일부 법 전문가들이 포함됐다고는 하지만, 검찰로서는 기소 당위성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가 부담일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전례 살펴보니…전부 수사심의위 판단 그대로 처분

수사심의위는 이달 말 내지 오는 7월초쯤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 부의심의위의 소집 요청 후 2~4주가량 지나 열리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수사심의위가 2차례 이상 열린 적은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국민적 관심이 크고, 사건 고리가 복잡하므로 여러 번 개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규정상으로도 무제한 회의가 가능하다.

수사심의위가 앞서 다룬 사건들은 8차례로 집계된다. 전부 의결 사항 그대로 처분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예측도 일부 있다. 검찰이 워낙 장기간 수사를 진행해온 까닭에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이 수사심의위 결정을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물론 현실가능성에 견줘 “설마 수사심의위 권고와 다른 길을 택하겠냐”는 의견이 더 많다. 이 부회장측 변호인단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하자마자 영장을 청구해 ‘제살 깎아 먹기’란 비판이 거셌는데, 같은 사례를 또 낳겠느냐는 이유에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설령 수사심의위 권고를 무시해도, 명분이 있어야 할 텐데 어렵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기본적’ ‘사실관계’ 소명의 의미는?

이런 가운데 돌연 쟁점으로 떠오른 사항이 있다. 앞서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며 밝힌 사유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냐는 것이다. 당시 원정숙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다”, “피의자들의 책임 등은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실관계’란 표현에 방점을 둔다. 검찰이 적시한 이 부회장의 혐의를 법원이 사실관계로 인정했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또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을 거쳐야 한다는 표현을 두고도 “기소 필요성이 인정된 것”으로 바라본다. 이 같은 시각은 수사심의위원회에 제출할 의견서에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부회장측 변호인단은 ‘기본적’이란 말에 무게를 둔다. 범죄혐의에 대한 사실관계가 아니라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등 과거의 단순 상황만 인정됐다는 의미다. 그 외의 책임 유무와 혐의점들은 일체 소명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변호인단 역시 이런 점을 들어 “검찰의 과잉수사”를 집중 강조할 전망이다.

삼성 위기경영 및 경제여파 불가피

이 같은 상황은 삼성 및 국내 경제에 어떤 식으로든 부정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무역분쟁과 감염병 리스크 등 대내외 악재가 겹겹인 가운데 삼성이 지난 한 달 간 계획해둔 투자 규모만 약 18조 원에 이른다.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 계획 및 집행 등은 오너가 아닌 이상 결정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일각서 가장 우려를 제기하는 대목 중 하나는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이다. 검찰 주장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과정에 불법행위가 개입됐다고 인정되면, 여파가 향후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 등의 과정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범죄라는 검찰의 관점을 두고 투기자본 엘리엇의 주장과 궤가 같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부회장측 변호인단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와 관련해서는 기존 법원이 분식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며 “현재 검찰이 내세우는 주장은 기존 법원의 판결문과 배치되는 셈”이라고 피력 중이다. 그러면서 “이런 바탕에서 기소는 사실상 '유죄의 낙인'으로서, 이는 삼성의 대외 신인도를 떨어트리게 될 것”이라고도 말한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경영행보가 관심사다. 최악으로 꼽힌 구속 상황은 면했으나 ‘고요 속 움직임’을 보이는 정중동 행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불구속 결정은 삼성 불확실성의 ‘해소’가 아닌 ‘감소’로 보는 게 맞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 눈에 띄는 움직임보다는 비교적 차분한 모습으로 사안을 살필 것 같다”고 바라봤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