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 ‘1골 남았다’

손흥민(왼쪽)이 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자체 연습경기 하는 모습을 토트넘이 공개했다. 토트넘 인스타그램 캡처/연합

드디어 돌아온다. 해외축구 팬들을 잠 못 이루게 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가 지난 3월 10일(이하 한국시각) 이후 101일 만인 6월 18일 재개된다. 한국인 유일의 프리미어리거인 손흥민은 시즌아웃까지 예상됐던 부상에서 회복했고 기초군사훈련까지 마치는 등 누구보다 알찬 3개월을 보냈다. 이제 손흥민에게 주어질 1개월 반동안 해야할 것은 명확하다. 바로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권에 드는 것과 도움 랭킹 3위 진입, 그리고 4시즌 연속 EPL 두 자릿수 득점이다.

승점 7점차 뒤집어야 하는 토트넘, 케인 돌아왔지만

리그가 중단된 시점에서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29경기에서 승점 41점을 기록해 8위에 머물렀다.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4위 첼시는 29경기 승점 48점인 상황. 그 사이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5위), 울버햄튼(6위), 셰필드 유나이티드(7위)가 있고 바로 밑에 아스널(9위)까지 있다. 첼시와 승점 7점차니 꽤 가까워 보이기도 하지만 11위 크리스털 팰리스가 승점 39점으로 토트넘과 고작 2점차다. 즉 토트넘은 꽤 잘해야 순위 상승이 가능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10위권 밖으로도 밀려날 수 있다.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첼시 등과의 경기는 없지만 당장 20일로 예정된 재개 후 첫 경기가 맨유전이다. 게다가 셰필드 유나이티드전, 아스널과의 라이벌전, 레스터 시티전 등도 남아있어 남은 9경기 대진이 만만치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토트넘은 케인과 손흥민이 돌아왔다는 점이다. 케인은 1월초 햄스트링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리그일정이 밀리면서 다시 뛸 수 있게 됐다. 손흥민 역시 팔이 부러져 시즌 아웃이 예상됐지만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복귀가 가능해졌다.

올시즌 토트넘은 케인과 손흥민의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시즌 토트넘이 EPL에서 거둔 11승 중 케인은 7골, 손흥민은 8골을 넣었다(11승 중 팀득점은 31골). 두 선수가 득점하지 않고 이긴 경기는 단 2경기뿐이었다. 이길 때 팀득점의 절반을 차지하고 두 선수가 넣지 않으면서 이긴 경기가 매우 적을 정도로 케인과 손흥민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토트넘이다. 실제로 손흥민이 부상으로 이탈한 2월 17일 아스톤 빌라전 이후 토트넘은 6경기에서 1무5패라는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케인이 이탈했을 때는 그나마 손흥민이 있었기에 버텼지만 손흥민마저 나가자 완전히 팀이 무너졌던 셈이다. 이렇게 팀 전력의 절반인 케인과 손흥민이 돌아왔지만 순위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남은 경기 일정도 그렇게 좋지 않다는 점, 그리고 올시즌 정상적이지 못한 토트넘의 상황을 감안하면 승점 7점차를 뒤집고 4위 안에 진입하는 것은 상당히 쉽지 않다. 그럼에도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는 것은 손흥민의 존재 때문이다.

도움 공동 4위, 1위 도전은 쉽지 않지만 ‘톱3’는 가시권

올시즌 EPL에서 손흥민은 무려 7개의 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는 EPL 전체에서 공동 4위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순위다. 냉정하게 1위 도전은 불가능하다. 1위는 맨시티의 케빈 데 브라위너로 무려 16개의 도움을 기록 중이다. 2위 리버풀의 트레버 알렉산더 아놀드 12개마저 4개 차이일 정도로 압도적 수치. 올시즌 전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불리는 데 브라위너이기에 도움왕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3위권 도전은 해볼 만한 손흥민이다. 3위는 맨시티의 리야드 마레즈로 8개다. 손흥민의 7개와 고작 1개차. 물론 손흥민과 똑같이 7개의 도움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들이 무려 7명이기에 모두가 3위권 도전을 꿈꿀 것이다. 하지만 케인이 돌아온 상황에서 손흥민이라면 충분히 도움 3위권 진입도 해볼 만하다. 아시아 선수가 세계 최고 무대에서 개인 기록 부문에 ‘톱3’를 도전한다는 것만으로 박수받아야 할 발걸음이다. 지난 3시즌 동안 계속해서 6도움을 기록했던 손흥민은 이미 올시즌 자신 커리어 리그 최고 도움을 경신한 상황에서 과연 EPL 전체 도움 랭킹 3걸에 들 수 있을까.

한 골 남은 두 자리 숫자 득점… 차범근의 다섯 시즌 연속 넘본다

올시즌 손흥민은 EPL에서 9골을 기록 중이다. 남은 9경기에서 1골만 더 기록해도 리그 두 자리 숫자 득점이 가능한 상황. 2016~2017시즌부터 무려 네 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리 숫자 득점을 기록할 수 있게 된다. 이미 EPL에서 뛴 아시아 선수의 모든 기록을 가지고 있는 손흥민이 올시즌도 리그 두 자리 숫자 득점을 기록한다면 남은 건 오직 차범근의 전설적인 기록뿐이다. 차범근은 1981~1982시즌부터 1985~1986시즌까지 다섯 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리 숫자 득점을 기록한 바 있다. 바로 이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손흥민은 차범근의 역대 최다골인 121골을 지난해 11월 넘어선 바 있다. 지금은 132골로 혼자만의 신기록을 경신 중인 손흥민에게 남은 것은 차범근의 다섯 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리 숫자 득점 기록 도전과 유럽리그 98골 도전이다. 121골은 모든 대회를 통틀어서 나온 득점이지만 98골은 순수하게 리그 경기에서만 나온 득점이다. 손흥민은 현재 92골로 멀지 않은 상황. 이 두가지 기록만 넘게 되면 손흥민은 기록적으로는 차범근의 모든 골을 넘어서게 된다. 3개월 만에 돌아온 EPL에서 손흥민이 도전할 것은 여전히 많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