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정치국 회의에 참석한 김여정. 사진=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최근 북한 국정 전면에 나서면서 김여정이 후계자 구도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여정이 대북전단 살포 비난 발언을 시작으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까지 강력한 도발 사건을 직접 주도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이전에는 오빠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 보조하는 역할로 주로 비쳐졌던 김여정은 4일 대북전단 살포 비난 담화로 시작해 이후 13일간 세 차례에 걸친 강력한 담화 메시지로 대남 강경 노선을 보여주고 있다. 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 파견 제안을 공개하며 “김 부부장이 이 제의를 불허한다는 입장을 알렸다”고 밝혔다. 이는 국가 지도자의 권한을 김 부부장이 행사했음을 만천하에 알린 대목이기도 하다. 아울러 북한 언론은 김여정의 담화를 그대로 읽거나 인용하면서 반복적으로 이에 대한 해설을 보도하고 있다.

북한이 통상적으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최고 지도자의 말을 전달하는 방식을 김여정에게도 적용하고 있는 대목이 주목된다. 이는 김정은의 건강악화설과 맞물려 김여정이 후계자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을 가능성이 비중있게 점쳐지고 있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김여정이 후계 구도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17일(현지시간) “김여정은 탄탄해진 권력과 ‘혁명적’ 혈통을 기반으로 김정은을 대체할 잠재적 후보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이어 “32세의 김여정은 보잘것없는 직함과 나이에 비해 훨씬 많은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라며 “특히 김정은이 숨지거나 불구 상태에 놓이게 된다면,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후보”라고 언급했다. 특히 김 위원장의 형 김정철, 숙부인 김평일 전 주체코 북한대사 등에 비해 가장 유력한 후계자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최근 긴장을 고조시키는 동기가 무엇이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라며 “김여정이 2인자로서 지위를 굳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여정이 후계 구도로 떠오른 데는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이 있다고도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김여정은 이번 달 들어 공식적으로 김정은의 대행으로 승격된 상태”라며 “김여정의 급부상은 북한 지도자의 건강이 최상의 상태가 아니라는 추측에 불을 지필만 한 깜짝 놀랄 변화”라고 전했다.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도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부각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태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을 통해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흔들리는 북한 내부를 김여정 후계체제로 결속시키려는 의도”라며 “김여정 한 마디에 북한 전체가 신속히 움직이는 새로운 지휘구조를 알리고자 한 것”이라고 했다.

또 “김정은 남매는 김여정이 여성이지만 강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려 하는 것 같다”며 과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을 숙청한 것을 거론하며 “지도자의 무자비함을 각인시키는 데는 중요인물 숙청이나 건물 폭파보다 더 효과적인 수단은 없을 것”이라고 명백한 후계체제를 알리고자 하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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