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관악구 왕성교회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교인들이 검체 채취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대로 확진자가 늘어날 경우 가을, 겨울에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기승을 부릴 수도 있다는 불안한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 해외에서도 확진자가 대거 늘어나고 있어 대비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말 한 자릿수로 줄었던 신규 확진자 수가 5월 초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증가세를 보이더니 현재는 30명대를 넘나들고 있다. 방역당국이 수도권에서 코로나 2차 유행이 진행되고 있다며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박원순 시장, “하루 확진자 800명 이를 수 있어…현재 2차 대유행 한 달 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추세대로라면 한 달 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800여명에 이를 수 있다며 서울 신규 확진자 수가 3일간 평균 30명을 넘어서면 이전 ‘사회적 거리두기’로 돌아가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박 시장은 2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감염병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4월 30일부터 6월 11일까지 전국의 평균 R값 1.79로 급격히 증가된 상황”이라며 이런 상태가 유지된다면 한 달 후 하루 확진자 수가 8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감염재생산지수인 ‘R값’은 환자 1명이 추가로 감염시키는 다른 환자의 수를 계산한 수치다. 이어 “이대로라면 지금이 2차 대유행 한 달 전이라는 것”이라며 “만약 (2차 대유행이 발생해) 여름철이든 가을철이든 아니면 겨울철 독감 유행과 겹칠 경우 지금의 의료방역체계가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방역당국, “코로나19 2차 대유행 차단해야 할 중요한 시기”

방역당국도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코로나19 유행을 차단하지 못한다면 가을이 오기 전 대유행이 먼저 올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미 수도권에서는 코로나19 2차 유행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방역당국이 지칭한 ‘대유행’이란 의료체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발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말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수도권의 경우 1차 유행이 3~4월에 있었고 한동안 많이 줄었다가 5월 연휴로부터 촉발된 2차 유행이 진행되고 있다”며 "유행을 막지 못해 감염 규모가 커지고 감염자가 누적되면 더 큰 유행이 가을철까지 가지 않고 가까운 시일 내에 발생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5월초 황금연휴 이후 발생한 이태원 클럽, 물류센터 집단감염으로 시작된 수도권발 감염이 현재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 본부장은 “코로나19 유행이 여름에 잦아들 것이란 예측도 모두 맞지 않았고, 결국은 밀폐된 곳에서 사람 간 밀접 접촉이 계속 일어나는 한 유행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이 계절과 상관없이 지속하자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 ‘거리두기’를 정비해 강도에 따라 3단계 정도로 구분하는 방안을 시행하기로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사시간 2부제와 탁자 사이 칸막이 설치, 1인용 탁자 마련 등 음식점에 대한 방역 관리 방안도 마련했다. 대다수 대학들은 1학기 수업에 이어 계절학기 수업도 비대면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전세계적인 2차 대유행 점쳐지는 상황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점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24일(현지 시간) “다음주 중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세계 누적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910만 명, 사망자는 47만 명을 넘어섰다. WHO는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 데는 미국의 재확산과 중남미의 창궐 등을 주 원인으로 꼽았다.

세계 최대 감염국인 미국은 현재 사망자가 12만명을 넘어섰다.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10월1일까지 코로나19 사망자가 약 18만명에 달할 수도 있다는 예상치를 내놨다. 브라질이 세계 2위 감염국, 페루와 칠레가 7,8위를 차지하는 등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은 중남미는 최근 확진자가 25~50%까지 증가했으며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고 우려했다.

경제재개를 선언한 유럽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다시 늘면서 2차 봉쇄 우려가 고조되고 있고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했던 중국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감염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WHO “한국은 안정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이에 비해 한국은 안정적인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22일 언론브리핑에서 “한국은 여전히 통제 조치를 잘 조정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확진자 수도 매우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3일 국무회의 및 수도권 방역 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자신 있게 말씀 드리지만, 우리의 코로나19 상황은 여전히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 속에 방역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해외의 확산세가 다시 커지고 있고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규 확진자 수를 줄여 빨리 안정적 상황으로 넘어가기 위한 중요한 고비”라며 “장기전의 자세로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방역 전선을 사수하겠다고 밝혔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