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CEO들 유튜브·인스타그램으로 직원·대중들과 직접적인 소통

SK 그룹 최태원 회장. 사진제공=SK
“내가 무슨 일을 벌인 거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유튜브 형식의 사내방송에 깜짝 출연해 한 발언이다. 제목부터 B급 감성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최태원 클라쓰’ 영상에 등장한 최 회장의 파격적인 행보에 직원들은 열띤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 CEO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회장님’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공식석상에서 점잖은 모습으로 비춰지던 이전과는 달리 직접 SNS와 영상으로 소통에 나서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기도 하고 유튜브 채널로 대중 또는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달라진 ‘회장님’들의 모습은 대중에게 친근함을 불러일으키며 기업의 이미지도 올라가고 효과를 누리고 있다. 과거 공식적인 채널로만 소통하고 사생활은 공개하지 않았던 CEO들의 모습과는 달리 다소 파격적으로 보이는 이들의 행보는 대중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유튜브 영상 ‘최태원 클라쓰’ 운영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 직원들과 유튜브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중이다. 지난달 25일 인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패러디한 ‘최태원 클라쓰’라는 제목의 첫 영상에 등장한 최 회장은 SK이천포럼을 앞두고 아이디어 회의 중인 회의실 안으로 불쑥 문을 열고 들어선다. ‘거기서 회장님이 왜 나와’라는 자막과 함께 최 회장은 “직접 유튜브를 통해 이천포럼을 홍보하겠다”라며 “내가 무슨 일을 벌인 거지”라며 웃음짓는다.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 사진=KB금융그룹
지난달 29일 공개된 2회 영상에서도 최 회장은 홍보를 위해 웃옷을 벗으려 하자 영상에서는 ‘19금’이라는 빨간 자막이 등장한다. 최 회장은 제작진으로부터 ‘말하지 말고 몸으로만 설명해달라’는 주의를 받기도 하고 답답함에 “이거 참 좋은데 표현할 수가 없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다. 이렇듯 권위를 내려놓은 회장의 모습에 사내 반응은 열광적이다. 앞서 최 회장은 올 초 신입사원 교육에서 직접 신입사원들과 대화하는 ‘회장과의 대화’를 도입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팔로워 30만 보유한 인플루언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미 유명한 SNS 스타다.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30만을 넘어서는 등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플루언서다. 직접 만든 요리나 맛집을 공개하고 이마트 상품을 올려 홍보하기도 한다.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부탁을 받고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기 위해 못난이 감자 30톤, 해남 왕고구마 300톤을 매입해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과정이 인스타그램에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일은 대중에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실제 감자, 고구마 판매 실적도 급증해 농가와 기업이 모두 윈윈하는 사례로 남기도 했다. 팔로워들은 “일상을 공유하는 모습에 친근감이 느껴진다” “트렌드를 읽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는 댓글을 전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언택트 시대 새로운 공감 소통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도 언택트 시대에 맞춰 새로운 공감 소통에 나섰다. 윤 회장은 지난 4월 ‘e-타운홀미팅’을 통해 KB국민카드 직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직원들은 실시간 채팅방을 통해 윤 회장과 그룹의 경영성과를 공유하고 회사의 현안이나 전략방향, CEO에게 궁금한 사항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이한 타운홀미팅은 최고경영자와 직원들이 다양한 현안과 관련해 자유롭게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대면 방식의 소통 행사가 어려워지면서 유튜브 생중계 방식의 ‘e-타운홀미팅’을 진행했다. 특히 첫 타운홀미팅에서는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을 이겨낸 대구지역 직원들과 화상 통화를 통해 감사의 마음과 응원을 전하기도 했다.

유튜브를 통한 제품 홍보 톡톡…함영준 오뚜기 회장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뮤지컬 배우인 장녀 함연지 씨와 함께 유튜브에 출연했다. 함연지 씨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어버이날 특집 방송에서 모습을 드러낸 함 회장은 오뚜기 제품으로 만든 요리를 먹으며 먹방을 펼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 딸에게 선물을 주는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자사 제품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등 적극적으로 회사 마케팅에 나서기도 했다.

이같은 CEO들의 적극적인 공감 소통 행보는 코로나19와 맞물려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생활 속 거리두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 고객층인 밀레니얼 세대와 더욱 밀접하게 소통하기 위해 그들에게 가장 친숙한 SNS 채널을 통한 마케팅이 증가하고 있다”며 “코로나19 국면이 종료되더라도 온라인 중심의 소통 활동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