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실패, 성추문 등으로 여론 급속히 냉각…행정도시 이슈화.개각으로 반전 노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o여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심상치 않은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 등 잇단 부정적 이슈에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는 데 이어 여당 지지율도 추락하는 등 지금 민심을 잡지 못하면 조기 레임덕이 올 수도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불과 3개월 전 4·15 총선 당시만 해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발빠른 대처로 여당의 압승을 이끌어냈던 정부와 여당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대통령 지지율 8주 연속 하락세…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 앞지르는 ‘데스크로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8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48%)가 긍정 평가(45%)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회사인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45%,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8%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다. 특히 부정평가는 전주(43%)보다 5%포인트나 급등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지난 5월 넷째 주(65%) 이후 8주째 하락세를 보여 두 달만에 20%포인트 떨어졌다. 연령대별 부정평가 비율은 각각 Δ20대 46% Δ30대 44% Δ40대 39% Δ50대 51% Δ60대 이상 54%다. 긍정평가 이유로는 코로나19 대처(26%)가 1위를 차지했고, 전반적으로 잘한다(12%), 최선을 다함/열심히 한다(7%), 복지 확대(5%) 순으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단연 부동산 정책(35%)이 1위로 꼽혔다. 이어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12%), 전반적으로 부족하다(11%), 북한 관계(6%), 세금 인상(3%) 등을 꼽았다. 부동산 정책은 3주째 부정 평가 이유 1순위에 랭크됐다.

25일 오후 제주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기호 1번 이낙연 당대표 후보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 지지율도 ‘위기’…유권자 절반 “내년 재보궐 선거서 야당 후보 당선돼야”

대통령 국정 지지율 하락에 따라 여당 지지율도 위기를 맞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 절반이 내년 재보궐 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24일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도 조사결과(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에 따르면 한 결과 유권자 절반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내년 여론조사업체인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재보궐 선거의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49%,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7%로 나타났다.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12%포인트 높았다. 특히 실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서울과 부산에서는 야당의 우세가 현격했다. 서울에서는 응답자의 55%가 ‘야당이 다수 당선’이라고 답했고(여당 35%) 부산·울산·경남에서도 52%가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여당 32%).

“3040 문재인에 속았다” 등 실시간 검색어 챌린지 등장

이 같은 정부 비판 여론은 실제 온오프라인 퍼포먼스로도 드러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반대하는 인터넷 모임 회원들이 연이어 실시간 검색어로 항의의 뜻을 표명하고 있는 것.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시민모임’ ‘7·10 취득세 소급적용 피해자 모임’ 등은 부동산 대책 피해자들과 함께 ‘문재인 내려와’ 등의 키워드를 네이버 포털 실시간 검색어 리스트에 올렸다. 이들은 이달 1일부터 실검 챌린지를 자발적으로 시작해 △김현미 장관 거짓말 △헌법13조2항 △6.17위헌 서민피눈물 △문재인 지지철회 △소급위헌 적폐정부 △국토부 감사청구 △조세저항 국민운동 △임대차3법 소급반대 △중도금잔금 소급반대 △못살겠다 세금폭탄 △3040 문재인에 속았다 등을 차례로 실검 순위에 올렸다.

특히 ‘문재인 내려와’ 키워드는 20일 실제로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대항에 정부 지지자들도 결집, 한쪽에서는 ‘문재인 힘내세요’라는 검색어를 띄워 대립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부동산 대책 모임 등은 오프라인 집회로도 항의 표시를 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종로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항의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규제 소급적용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일반 서민인 임대사업자와 다주택자를 정부가 범죄자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17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집회에는 경찰 추산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 개원 연설에 참여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투척한 사건을 패러디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에 항의하며 단체로 신발을 벗어 하늘로 던져 올리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회원 100여명도 지난 4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오늘 이 순간에도 서울 집값은 매일 수 천만원씩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의 좌절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야당은 이 같은 기회를 통해 결집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30일 미래통합당 일부 의원들은 부동산 피해를 입은 시민 500여명과 함께 하는 공청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 인사들에 대한 부정적 이슈로 실망감 쌓인 결과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본격적으로 촉발된 시발점은 부동산 대책이지만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전직 비서 A씨 측이 성추행 의혹에 대한 민주당의 대처를 비롯해 윤미향 의원과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관리 문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양정숙 의원 탈세 의혹 등 총선 뒤 여당에 관련한 부정적인 이슈들로 쌓인 실망감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당 차원에서 처음으로 박 전 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사과하면서 “피해 호소인이 겪는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A씨를 ‘피해자’가 아닌 ‘피해 호소인’으로 지칭하며 논란을 불러일으킨 점이나 당에서 박 전 시장 사건 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점 등이 여성과 젊은 층을 비롯한 민주당 지지층들을 돌아서게 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부정적 여론을 일시적인 실망감으로 해석하고 넘어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특히 기존 민주당의 지지층이었던 30~40대들과 여성 지지자 등이 안희정 조국 오거돈 박원순 사건 등으로 이어지는 진보 인사의 도덕성에 대한 질타를 보내고 있는 데 이어 부동산 정책에 있어 ‘이미 가진’ 586 세대에 대한 감정적 분노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9월 전 내각 재정비 위한 개각설

청와대는 민심 악화를 의식한 듯 참모진 개편과 오는 9월 정기국회 전에 내각 재정비를 위한 개각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국정 감사 등의 일정과 내년부터 시작될 대선 관련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지금이 내각을 재정비할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현재 5~6명의 참모진 교체를 계획하고 있다. 강기정 정무수석 등은 교체 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유임하는 방향으로 논의중이다.

앞서 청와대는 참모진 다수의 다주택 논란으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비서진 인선을 단행한 가운데 5명의 교체대상 중 3명이 이른바 ‘다주택자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부동산 정책 추진에 있어 청와대 내부에서 ‘내로남불’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을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 인적 쇄신 카드로 위기를 돌파하고자 하는 것이다. 개각 규모는 아직 예측이 어렵지만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장관직을 수행중인 원년 멤버 장관들이 교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박 장관은 현재 방역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 강 장관은 문 대통령의 신뢰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실제 교체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부동산 정책 논란의 중심에 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유임 여부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거듭된 비판 여론을 감안하면 교체를 고려할 만 하지만 이 경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시인하고 야당에 주도권을 내 주게 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 “현장 이슈 해결하는 통로 열겠다”

민주당 내에서도 쇄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권에 도전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의원 전원과 원외 지역위원장까지 정책위에 배치하는 상시정책위 체제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혁신적 포용국가 미래비전 창립총회 및 초청강연’에서 ”21대 국회에는 역대 어느 국회보다 전문가가 많이 모였다“고 피력했다. 그는 “지금은 현장성이 떨어진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부동산 등으로 야단을 많이 맞고 있는데 해결하는 방안으로서 언제든지 말씀을 투입할 수 있는 통로를 항시 열어둬야겠다”며 민주당의 실책을 인정하며 소통 창구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본인이 속하지 않은 기구라도 언제든지 자유롭게 정책을 제안하고 토론하는 상시정책위 체제를 가동해야겠다로 생각한다”며 “지도부도 ‘리얼타임’으로 듣는 체제로 가야겠다 싶다”고 밝혔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