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국가 ‘경쟁’으로 백신·치료제 조기 개발 가능성↑…”일부 국가는 이 와중에 정치쇼”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자국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 지원을 받아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러시아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승인하고 나서면서 세계적으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중국 제약사 “백신 12월 출시”, 호주 정부 “전 국민 무료접종”, 독일 연구소 “내년 초 백신 접종 기대”, 한국 GC녹십자 “혈장치료제 2상 돌입” 등 지난주에도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관련 소식은 꾸준히 나왔다. 물론 아직 코로나19 백신·치료제가 나온 것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임박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한때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백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임상시험 최종 단계인 3상 시험을 거치지 않았고, 1상과 2상 시험 대상자도 부족해 백신 효능과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러시아는 코로나19 백신 시판을 앞두고 3단계 임상시험(‘3단계 임상 후 등록’ 아닌 ‘등록 후 3단계 임상시험’)에 돌입하는 독특한 절차를 밟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위한 각국의 ‘무한경쟁’

누가 봐도 성급해 보이는 러시아 백신 개발 소식 외에 지난주에 가장 흥미를 끌었던 코로나19 백신 소식은 스콧 모리슨 호주 연방 총리가 발표한 내용이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무료 접종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결국 오해로 밝혀졌다.

모리슨 총리는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공급 협약을 체결했고 백신 효능이 검증되면 바로 자체 설비로 생산해 공급할 것”이라며 “공급 시 호주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할 수 있고 이번 거래로 모든 호주 국민의 백신 조기 접근이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백신 효능이 검증된다는 전제가 깔려있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역시 3차 임상을 진행 중인데 3차 임상 중인 백신은 이미 여러 개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실제 백신이 출시됐을 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제약사 등과 선제적 공급 협약을 맺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코로나19 진원지 중국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지역 감염 ‘0’을 기록하는 날이 있을 정도로 확산세가 안정화된 중국이 코로나19 백신을 오는 12월 말에 출시한다고 발표한 것. 중국 국영 제약사 시노팜 산하 연구소가 현재 해외에서 3상 임상시험 중인 백신 후보 물질은 시노팜 회장이 직접 두 번이나 접종한 후 부작용이 없다고 전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WHO에 따르면 임상 3상에 들어간 백신 후보 물질은 최소 7개로 이 중 4개가 중국에서 개발 중이다. 백신 개발 선두권에는 역시 미국, 영국, 독일 등이 있다. 미국 모더나를 비롯해 호주와 백신 공급 협약을 맺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3상을 진행 중이다.

독일 폴 에르리히 연구소도 1~2단계 임상 실험 결과 일부 백신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저항할 수 있는 면역 반응을 보였다며 안전과 효과가 입증되면 내년 초까지 조건이 달린 승인이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 세계 여러 국가들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경쟁은 분명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앞당길 수 있지만 몇몇 국가들은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과정을 단축하거나 확대해석이 가능한 발표를 서두르는 등 세계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개발 코로나19 혈장분획치료제 2상 임상 승인

코로나19가 재확산 중인 국내에서도 정부, 제약사, 연구소 등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국내 개발 코로나19 혈장분획치료제 ‘GC5131’에 대해 2상 임상시험을 지난 20일 승인했다. 이로써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관련해 진행 중인 치료제 및 백신 임상시험은 총 16건(치료제 14건, 백신 2건)이 됐다.

이번에 승인한 ‘GC5131’은 녹십자에서 코로나19 완치자 혈장을 이용해 개발 중인 ‘고면역글로불린(Hyper-immune Globulin)’ 성분 의약품으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2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된다. 해당 제품은 코로나19 완치자 혈액 중 혈장을 대량으로 수집한 후 여러 공정을 거쳐 제품화한 것으로 코로나19 중화항체가 농축된 면역글로불린이다.

식약처는 지난 3월부터 혈장분획치료제 개발을 위해 사전상담을 진행해 왔다. 특히 원료물질인 혈장이 인체에서 유래하고 중화항체를 이용해 질병을 치료하는 동일 원리를 적용한 제품이 예전부터 개발돼 사용되고 있는 만큼 1상 시험을 면제했다. 해외에서도 프랑스, 중국, 일본 및 이탈리아에서 혈장분획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현재 6개 소규모 임상시험이 진행 중에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앞으로도 국내 개발 제품의 임상시험 현황에 대해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토록 하겠다”며 “특히 안전하고 효과 있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신속히 개발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GC녹십자랩셀은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한 실험실(In-vitro) 연구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세포가 자사 NK세포치료제에 의해 사멸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NK세포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와 감염되지 않은 세포에 반응시켜 효능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NK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 대조군 대비 7~8배 이상 활성화되고 면역력 평가 중요 지표 중 하나인 ‘IFN-g’ 분비량도 대조군 대비 약 1.5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NK세포가 직간접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세포 사멸화를 유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유경 GC녹십자랩셀 세포치료연구소장은 “이번 연구로 NK세포의 항암 작용과 함께 항바이러스 효능까지 다중 효과가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며 “향후 진행될 후속 연구를 통해 전임상 단계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축적해 글로벌 임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