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양원의원 총회서 의원 투표로 결정…한일관계는 기존 정책 유지할 듯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오는 14일 당 총재 선거를 열어 아베 신조 총리의 후임을 사실상 결정한다. 사진 왼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사임 의사를 밝힌 아베 신조 총리의 뒤를 이을 일본 자민당 총재를 뽑는 선거가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 등 3파전으로 좁혀진 가운데 스가 관방장관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스가 장관은 국회의원 표의 70%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요미우리신문은 스가 장관을 지지하는 파벌 등의 표를 합산 시 총 394표의 국회의원 표 중 약 294표(약 75%)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스가 장관이 집권당인 자민당 내 7개 파벌 중 5개 파벌의 지지를 확보한 결과다. 아사히신문도 “스가 장관이 총재로 선택되는 흐름이 강해졌다”고 전한 데 이어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스가 장관이 우세해졌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총리를 집권당(자민당) 총재 선거로 결정하고, 자민당 총재는 국회의원 표 394표에 자민당 각 광역자치단체 지부연합회 대표가 행사하는 141표를 더해 총 535표로 결정된다. 자민당은 1일 총무회를 열고 국회의원(394표)과 광역지자체 대표(141표)가 참여하는 중o참의원 의원총회를 통해 새 총재를 뽑기로 했다. 이에 오는 14일 열리는 양원 의원총회에서 과반(268표)을 얻으면 총재가 된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스가 장관은 이미 국회의원 표만으로 전체 투표 수의 과반이 넘는 55%를 확보한 셈이다.

스가 관방장관, 자수성가형 정치인…기존 아베 노선 이어받을 듯

스가 장관은 파벌 정치 문화가 강력한 부모의 배경이나 파벌, 학벌 없이 성공한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농촌 출신으로 고교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호세이대 정치학과 야간학부를 졸업했다. 의원 비서관으로 시작해 1996년 자민당 공천으로 국회에 진출한 8선 정치인이다. 2012년 12월 아베 총리 재집권 때부터 7년 8개월째 관방장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행정부 2인자로 자리매김했다.

국가안보정책 담당상, 오키나와 기지부담 경감 담당상, 납치문제 담당상 등을 겸임하는 등 아베 총리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으며 활동해 ‘아베의 복심’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작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아베 총리와의 불화설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여전히 아베 정권 최고의 계승자로 꼽히고 있으며 집권할 경우에도 아베 정권의 기조를 이어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본적으로 보수 우익 성향이지만 지난 2013년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할 때 이례적으로 “경제 재생이 우선”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국 관련 정책에 대해서는 기존 아베 총리의 노선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위안부 합의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맞수’ 이시다 전 자민당 간사장 여론조사 1위

아베 총리와 매번 선명한 대결 구도를 형성했던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은 1일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국민의 납득과 공감을 얻는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다음 세대에 부과된 책임이다. 총력을 기울이고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대처하겠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일본 언론들이 실시한 총리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국민들의 선호도가 높지만 당내 국회의원 지지 기반이 약해 당원투표를 생략하는 이번 선거에서는 불리하다.

2012년과 2018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해 아베 총리에 패배했으며 이번이 4번째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다. 1986년 최연소 (만 29세)로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연속 11선을 기록하는 등 풍부한 국회 경험이 있으며 방위청 장관, 방위상, 농림수산상 등을 지냈다. 보수 우익 성향의 자민당 국회의원 중에서는 한일 관계나 역사 인식에 있어 온건한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아베 입김 기대하기 어려워”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은 일찌감치 ‘포스트 아베’ 주자로 꼽혀 온 인물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사의 표명 기자회견에서 차기 총재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염두에 둔 후보 이름을 밝히지 않아 선거에서 아베의 입김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그는 총재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경제와 외교 분야를 강조하면서 “시대가 변화하고 있고 그 변화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새롭게 떠오른 과제에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3대째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가문 출신인 기시다는 부친의 사망 다음 해인 1993년 지역구를 물려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9선 중의원으로 아베 총리보다는 온건한 역사 인식을 가진 것으로 분류된다. 2012년 12월∼2017년 8월까지 아베 정권에서 4년 7개월가량 외무상을 지냈으며 2015년 12월 28일 윤병세 당시 한국 외교부 장관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를 발표한 인물이기도 하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