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칼럼] 압도적 우위로 당대표된 이낙연의 3대 과제
김형준 명지대 교수  기사입력 2020-09-07 10:38:03
1.`이낙연 정치’의 정수를 보여줘야 한다
2.야당과의 `용기있는 협치’ 실천해야
3.호남과 친문 넘어 확장성을 확보해야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의원이 8·29 전당대회에서 60.8%의 압도적 득표로 민주당 신임 대표로 선출되었다. 경쟁자인 김부겸(21.4%) 후보와 박주민(17.9%)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면서 ‘어대낙(어차피 당 대표는 이낙연)’이란 ‘이낙연 대세론’을 입증해 보였다. 이 신임 대표는 전국 대의원에서 57.2%, 권리당원에서 63.7%, 국민 여론조사에서 64.0%. 일반당원 여론조사에서 62.3%를 득표하는 등 모든 부문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해 나머지 후보를 압도했다.

관심을 모았던 2위 경쟁에서는 김 후보가 박 후보를 근소한 차이(3.5%포인트)로 앞섰다. 투표 가중치가 높은 전국대의원 투표에서는 김 후보(29.3%)가 박 후보(13.5%)를 앞섰지만, 친문 성향이 강한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박 후보(21.5%)가 김 후보(14.8%)를 제쳤다. 권리당원 투표율은 41.0%를 기록했다. 2년 전 전당대회(34.6%)와 지난 총선 전 비례 위성정당 찬반 투표(30.6%) 때보다 높았다. 국민·당원 여론조사에서도 김 후보가 박 후보에게 뒤졌다. 패배한 두 후보에겐 코로나19 때문에 현장 연설회가 취소되는 등 사실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었던 점이 악재였다. 박 의원은 ‘재선 의원이라는 낮은 체급으로 당권 경쟁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친문(문재인) 지지층 표심을 기반으로 ‘눈에 띄는 3위’라는 성과를 얻었다.

이 신임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코로나 전쟁 승리, 국민의 삶 지키기, 코로나 이후 미래 준비, 통합의 정치, 혁신 가속화’ 등 “5대 명령을 이행하는 데 역량을 쏟아넣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표는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건 코로나19와 여기서 파생된 경제적·사회적 고난, 즉 국난의 극복”이라며 “민주당이 이 전쟁에 효율적 체계적으로 강력히 대처하기 위해 현재의 국난극복위원회를 확대재편하고, 그 위원장을 제가 맡겠다. 국난극복위원회는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국민의 전폭적인 동참을 얻어 이 국난을 더 빨리, 더 잘 극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또 “고통에 직면한 민생을 돕기 위한 당정협의를 조속히 본격화하겠다. 기존의 방식을 넘는 추석 민생대책을 시행하도록 하겠다. 재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과 관련해선 “당 K뉴딜위원회를 원내대표가 맡아 국회와 연동해 한국판 뉴딜의 효과와 속도를 높이겠다”며 “사업 선정과 예산 배정에서 국토균형발전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것을 거듭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통합의 정치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국난을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려면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한다. 그 일에 여야와 진영이 따로 있을 수 없다. 통합의 정치는 필요하고도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렇게 여야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대화를 통해 합의할 수 있는 사안도 늘어날 것”이라며 “합의 가능한 문제들을 찾아 입법화를 서두르겠다. 우선 여야의 의견이 접근하고 있는 비상경제, 균형발전, 에너지, 저출산 등 4개 특위를 조속히 가동할 것”을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문 대통령 29일 “정부에서 내각을 잘 이끌었는데, 이제는 당을 잘 이끌어달라”며 이 신임 대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어 “이 대표님이 언제든지 편하게 전화해달라. 이 대표님 전화는 최우선으로 받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국난극복과 국정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당정청이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겠다”라며 “대통령께 드릴 말씀은 늘 드리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당의 살림을 책임질 사무총장에 3선의 박광온 의원, 정책위의장에 여성 3선 한정애 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또 당 대표 몫의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박홍배 한국노총 금융노조 위원장과 24살 여대생인 박성민 전 청년대변인을 임명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박 최고위원 지명자는 청년을 대표할뿐더러 여성으로서 젠더 문제에 긴밀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는 게 이 대표의 인선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홍배 지명자에 대해선 “영남출신으로서 특히 금융노조에서 노동현안을 두루 책임지는 자리에서 정책능력 쌓아 오신 분”이라면서 “앞으로 노동과 우리당과의 소통, 정책역량 강화에 가장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당 3역을 비롯해 최고위원 등 지도부에 여성을 포진시킨 것은 그만큼 여성의 대표성을 강화해 조직의 변화를 이끌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대표의 비서실장에는 전대 과정에서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재선의 민주당 오영훈 의원이 낙점됐다. 정무실장은 초선인 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맡았다. 김 실장은 노무현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에서도 청와대에서 근무를 했다. ‘신이’(新李)계로 분류되는 그의 인선은 기존의 당대표 정무 보좌역을 넘어 당청간의 소통창구 역할도 맡기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메시지실장은 문장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박래용 전 경향신문 편집국장이 임명됐다. 이 대표의 ‘입’ 역할을 수행할 수석대변인은 부산 출신의 재선인 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맡았다.

이번 당직 인선의 핵심은 친문·청와대 출신을 적극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합당은 이 신임 대표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 북에 ‘이낙연 당 대표께 거는 기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정치부 기자로 4선 국회의원으로 의회 현장을 지켜온, 김대중 대통령의 ‘애제자’인 이 대표에게 묻고 싶다”며 “김대중 평민당 총재의 제안으로 1987년 체제 이후 지켜 온 ‘의장단-상임위원장단’ 구성의 원칙이 다 허물어졌다. 여당이 이왕 힘으로 깨부순 것, 그대로 방치하실 거냐, 원상회복시킬 거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신뢰받는 국회를 만들라”고 화답한 만큼 이 대표의 결단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여야 협치를 위해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포함한 전체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이 차지한 현 상황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주 원내대표는 “여당은 걸핏하면 ‘법을 고쳐서라도 우리 뜻대로 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있다. 야당에게 공수처장 비토권을 부여한, 시행도 해보지 않은 ‘공수처법’을 고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성숙한 의회민주주의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억지이고 힘 자랑”이라고 지적했다.

여야의 협치도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코로나 전쟁을 비롯한 국가적 현안에 여야가 본격적으로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코로나 경제위기에서 우리가 승리하기 위해서 함께 힘과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 한다”며 “이 대표가 국회에 비상경제와 에너지, 저출산, 균형발전 4개 특위를 설치하자고 제안한 것을 환영한다. 우리가 국회에 사법 감시 특위를 별도로 둘 것을 제안한 부분에 대해서도 현명한 판단이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상황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이 대표의 향후 대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만약 코로나19 극복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이 대표 역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대응을 위한 2차 긴급재난지원금 논의와 관련, “고통을 더 당하는 분들께 더 빨리 더 두텁게 도와드리는 게 제도 취지에 맞다”며 기존의 선별 지급 입장을 재확인했다.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 못지않게 이 대표에게는 몇 가지 중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

첫째, ‘이낙연 정치’의 정수를 보여줘야 한다. 핵심은 당·청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를 끌 수 있는 ‘이낙연 어젠다’를 선보이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민주당 전당대회에 보낸 영상 축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일원임에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당정청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대한민국 정치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하지만 이해찬 대표가 이끈 민주당은 역대 최악이었다. 문 대통령이 공언한 ‘민주당 정부’는 사라지고 오직 청와대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청와대 정부’만 존재했다. 청와대는 민주당을 수직 통치했고, 민주당은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했으며 역대 정부에서와 같이 청와대가 집권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는 정치 적폐가 지속되었다. ‘엄중 낙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대표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역력하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두드러진다.

현재까지 이낙연 사전에 문 대통령과의 전략적 차별화는 없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에서 집권당 대선 후보 선출 과정의 특성과 대선 승리 여부를 심층 분석해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대통령과의 관계는 크게 일체화, 독자화, 차별화로 구별된다. 대통령과 철저하게 일체화해서 성공한 사례는 1987년 민정당 시절 노태우 후보다. 그는 전두환 대통령과 12·12 군사쿠데타의 주역으로 민정당 주류 세력으로써 대선 후보로 선출되어 야권이 김영삼 후보(통민당)와 김대중 후보(평민당)로 분열되어 36.6% 가장 낮은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당내 비주류로서 현직 대통령과 노골적인 차별화로 승리한 후보는 1992년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와 2012년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다. 높은 대선 지지도를 토대로 현직 대통령과 섣부른 차별화로 대선후보가 되지 못한 사람은 2002년 새천년민주당 이인제 후보였다. 대선 해인 2002년 초반에 대선 구도는 여당의 이인제 대 야당의 이회창으로 굳혀지는 것 같았지만 국민 참여 경선에서 노무현 돌풍이 불면서 비주류였던 이인제는 패배했다. 당시 노무현 후보는 범주류였지만 현직인 김대중 대통령과는 일체화되기보다는 독자화 노선을 걸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이낙연 대 이재명 대권구도 지속 여부에 “지금으로 판단할 수 없고 하나하나 상황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지에 힘입어 새로운 사람이 나오는 것은 필연지사”라고 했다. 그러나,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경쟁은 문재인 대통령과 철저하게 일체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범주류의 이낙연 대표와 비주류이면서 대통령과는 독자화의 길을 걷는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양자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이 대표는 1997년 집권당인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와 2007년 정동영 후보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는 것 같다. 이회창 후보는 비주류로 현직인 김영삼 대통령과의 차별화로 대선 후보는 되었지만 야당의 김대중 후보에게 패배했다. 2007년 대선에서 비록 노무현 대통령이 탈당했지만 국민에게 집권당으로 인식되었던 대통합민주신당(열린 우리당 후신)의 정동영 후보도 노 대통령과 노골적인 차별화 전략을 펼치면서 후보는 되었지만 대선에선 야당의 이명박 후보에게 531만표 차이로 완패했다.

만약 이낙연 대표가 내년 3월까지 당 대표로 재임하는 동안 자신의 정치를 펼치지 않으면서 친문에 얹혀가려고 한다면 이재명 지사와의 경쟁 구도에서 밀릴 수도 있다. 국민들은 “문재인 시즌 2”보다는 이낙연이 펼치는 새로운 정치를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여전히 신중함과 엄중함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의료인들의 집단휴직 사태에 대해 “생사기로에 놓인 환자를 의사가 외면하는 것 자체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자꾸 요구 조건이 붙는데, 그렇게 하면 진심 여부를 신뢰받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 발언은 문 대통령과 맥을 같이한다. 문 대통령은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에 “의사가 있어야 할 곳은 환자 곁”이라고 파업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이어 “코로나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법을 집행하여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선택지가 많지도 않다”고 의료계에 경고를 했다.

이 대표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면서 “매매시장은 안정화의 길로 가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청와대와 정부가 내놓은 메시지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하고 있다. 이 대표는 ”강성 친문의 예쁨 받을 소리만 하는데, 대안이 없다”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비판을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이 대표가 문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기보다는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이낙연의 정치’를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둘째, 인식의 대전환을 통해 ‘용기 있는 협치‘를 실천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민주당 새 지도부에 “야당과의 협치를 통해 신뢰받는 국회를 만들고 국민 통합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도 “민주당도 통합의 노력을 강화할 것이다. 원칙은 지키면서도 야당에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원칙 있는 협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해찬 전 대표도 2년 전 당 대표로 취임하면서 “최고 수준의 협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친박 일색으로 망한 게 미래통합당인데, 민주당은 친문 일색으로, 똑같은 일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칙 있는 협치”란 야당이 협조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 최근 이 대표는 1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만났다. 협치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원 구성이나 경제민주화 문제를 놓고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김 비대위원장은 “원 구성 과정에서 과거 관행이 깨지는 바람에 의회 모습이 종전과는 다른 형태”라며 “정기국회를 맞아 이 대표가 새롭게 여당 대표로 선출됐기 때문에 정치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통합당의 혁신 노력을 환영한다면서 “4·15 총선 공통 공약과 양당의 공통된 정강정책을 입법화하자”며 “국회 비상경제특위를 빨리 가동해 상법, 공정거래법 등 경제민주화 문제를 포함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정책에서의 협치는 쉽게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협의 과정에서 원칙은 지키지만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유연함을 보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진정 야당과 협치하려면 자신들의 지지층으로부터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셋째, 시대정신에 맞는 자신만의 비전과 가치를 제시해 호남과 친문을 넘어 확장성을 확보해야 한다. 역대 대선에서 승리한 후보는 예외 없이 자신이 추구하려는 가치를 통해 ‘이슈 파워’를 선점해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가령, 김영삼 후보의 ‘신한국 창조’, 김대중 후보의 ‘IMF 극복과 수평적 정권 교체’, 노무현 후보의 ‘특권과 차별이 없는 사람 사는 세상’, 박근혜 후보의 ‘원칙과 신뢰’ 등이 대표적이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지난달 28일 2년 임기를 마치며 자신의 페이스 북에 “지도부가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국민께 진솔하게 말씀드려야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사람이든 정당이든 완벽할 수 없고 누구나 실수할 수도, 잘못할 수도 있다”며 “솔직하게 잘못했다고 인정하면 국민께서도 웬만한 것은 이해해주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임기를 마친 이해찬 전 대표와 함께 수석대변인에서 물러난 강훈식 민주당 의원도 30일 “잘못을 잘못이라고 쉬이 인정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적지 않았다”고 반성과 소회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습니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했지만 “친문만을 위한 대통령”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되었다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가 “연성 독재의 길로 가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진보 통치자들이 발산한 내면의 권위주의’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와 여권 인사들은 “남에 대한 비판은 잘하면서 남의 비판은 못 참는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문재인 정부가 세종대왕의 말을 잘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면서 “나는 고결하지도, 통치에 능숙하지도 않소. 하늘의 뜻에 어긋날 때도 있을 것이오. 그러니 내 결점을 열심히 찾아보고, 내가 그 질책에 답하게 하시오”를 인용했다.

아마도 현 집권 여당이 안고 있는 치명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향후 유력한 대권 후보로서의 입지를 구추하기 위해선 이 대표가 추구해야 할 핵심 가치로는 ?ㅑ耽?소통’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모두가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아가야 할 것이다. 거짓과 위선, 무능과 교만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국민들은 이런 ‘철학이 있는 정치’를 타는 목마름으로 갈구하고 있는지 모른다.

4·15 총선 대패 직후 통합당 비대위원장을 맡은 김종인 체제가 출범 100일(9월 3일)을 맞이했다. 취임 일성으로 ‘진취적인 정당으로의 변화’를 강조했는데 재임 기간 김 위원장의 행보는 일단 ‘파격’으로 요약할 수 있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탈(脫)보수 선언, 친(親)호남 행보, 중도 어젠다 제시 등을 통해 당을 중도화하는 혁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선, ‘한국형 기본소득’ 추진, 경제민주화, 사회양극화 해소 등 그동안 진보진영의 것이라 여겨졌던 정책 이슈를 선점했다. 이를 통합당의 새 정강정책에까지 포함시켰다. 이는 중도로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강경한 장외투쟁 대신 장내 정책 투쟁으로 전환하고, 장외집회를 주도한 극우세력과 거리를 두는 행보를 이어왔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광주를 찾아 무릎을 꿇고 사과하면서 ‘호남과의 동행’을 시도했고, 대구에 내려가 박근혜 국정 농단에 대해 비판한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새로운 인물을 전면에 내세워 당의 이미지를 제고한 점도 눈길을 끌었다. 정책 전문가인 KDI 교수 출신인 윤희숙 의원을 국회 5분 자유토론에 내세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합리적으로 비판하면서 큰 호응을 이끌었다. 이런 성과 때문에 코로나 재확산 이전 통합당 지지도가 민주당을 역전하기도 했다. 리얼미터·YTN 8월 2주차(10~14일) 조사에서는 미래통합당 지지도가 36.3%로 더불어 민주당(34.8%)보다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으로 보수 계열 정당이 민주당을 앞선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시작된 2016년 10월 3주 차(새누리당 29.6%, 민주당 29.2%) 이후 처음이다.

여하튼 단기간 안에 통합당 지지율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호의적인 평가가 많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 임기를 연장해 대선까지 분위기를 끌고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심지어 ‘김종인 대망론’도 거론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종인 대망론과 관련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017년 4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가 번복했던 김종인 위원장이 대선을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헤쳐 나아가야 일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당의 이미지를 바꾸는 것이다. 통합당은 9월 2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새 당명 ‘국민의힘((PPP: People Power Party)’과 정강·정책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후 선관위 허가를 거쳐 공식 정당명으로 쓰게 됐다.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 미래통합당(2월 17일) 이후 198일, ‘김종인 비대위 체제’ 출범(5월 27일) 99일 만에 당 간판이 바뀌었다. 국민의 힘은 1987년 민주화 이후 보수정당이 내건 7번째 이름이다. 박근혜 탄핵이후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개정했고, 지난 2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황교안 전 대표가 주도해 미래 통합당으로 개명해 선거를 치렀으나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했다.

당의 간판을 6개월 만에 바꾼 것은 총선 참패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고 내년 4월 재보선과 2022년 대선 승리를 위한 쇄신 시도로 풀이된다. 김종인 위원장은 당명 개정 배경에 대해 “시대 변화에 맞는 국민 의견을 제대로 섭렵해서 적응하지 못해서 국민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정당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하튼 그동안 ‘국민’이 들어간 당명은 중도와 진보 진영에서 많았던 만큼, 이번 당명 개정은 당의 중도 지향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보수 정당 계열의 색채를 완전히 지우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당명 개정 작업을 진두지휘한 김수민 미래통합당 홍보본부장은 “국민을 위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라는 국민 대다수의 간절한 소망을 읽을 수 있었고 이를 당명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내에선 적잖은 반발도 있었다. 의원총회에선 당명이 17년 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설립한 시민단체와 이름이 같고, 안철수 대표가 이끌고 있는 국민의 당과 이름이 비슷한 점도 제기됐다. 당명이 너무 추상적이라 미래통합당보다 후퇴했다는 공개 비판이 이어졌다. 그러나 김종인 위원장은 “만약 여기에서 균열이 생기면 ‘그러면 그렇지’ ‘저 당이 그럴 수 있느냐’ 이런 소리를 (들을 것)”이라며 “절대 그런 소리를 들으면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이고, 당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를 냉철히 직면해 다소 마음에 안 들더라도 동의해 주기를 간절히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통합당 전국위원회는 2일 당명 개정안과 함께 새 정강·정책인 ‘모두의 내일을 위한 약속’(정강)과 10대 약속인 기본 정책도 통과했다. 기본 정책에는 국민이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가장 먼저 명시됐다. 경제 민주화 구현, 국민 주거 안정 등이 포함됐고 새로운 노동형태의 대유행에 대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약속도 담겼다. 이런 정강 정책은 그간 부자와 기득권 층을 위한 정당으로 보였던 보수정당의 이미지에 ‘약자와의 동행’을 확실하게 새겼다.

다만 논란이 되었던 ‘국회의원 4선 연임 제한 추진’ 조항과 기초의회·광역의회 통폐합 방안은 비대위원회와 의총에서의 논의 끝에 최종안에서는 제외됐다. 당명 변경과 새 정강정책으로 외형을 바꾸고 있는 통합당의 ‘재창당’ 작업이 얼마나 효과가 낼지는 두고 봐야 한다. 통합당 정당 지지율은 지난 8·15 광화문 집회와의 연루설이 불거지면서 꺾였다. 리얼미터·YTN 8월 4주(24~28일) 조사 결과,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0.4%, 통합당 30.1%로 집계됐다.

민주당은 전주보다 0.7%포인트 올라 6월 4주 차(41.2%) 이후 2개월 만에 처음 40%선을 넘었다. 반면 통합당은 전주보다 5.0%포인트 급락해 30.1%를 기록했다. 창당 후 주간 낙폭으로는 최대치였다. 두 당의 지지율 격차는 10.3%포인트로 7월 2주 차(민주 39.7%·통합 29.7%, 격차 10.0%포인트) 이후 7주 만에 두 자릿수로 벌어졌다. 리얼미터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가운데 방역, 경제 악영향 최소화 등의 바람이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며 “통합당은 광화문 집회와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전광훈 목사 등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 여론의 방향을 돌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 2000년 6월 24일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의약분업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회동을 했다. 이 긴급 회동은 이 총재가 요청해서 이뤄졌다. 일주인 전인 17일 남북정상회담 설명을 위해 두 사람이 만찬 회동을 가졌는데 또 다시 회동한 것은 여야 관계의 재정립을 예고하는 정치 이벤트였다. 대권을 노리고 있는 이 총재로서는 ‘국가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주려는 의도가 있었다. 특히, 이 총재가 ‘정국 주도권 우선’ 자세를 바꾸어 대통령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주목을 받았다. 이것이 국민이 원하는 정치다.

보수진영의 고질적인 인물난은 아직도 국민의힘 발목을 잡고 있다. 여하튼 김 위원장의 성패는 내년 4월 재보선 승리를 이끌 수 있는 후보와 보수혁신을 끌어갈 대권후보를 찾는 것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명 개명으로만은 부족하다. 국민의힘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정당’으로의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분명, 진정성 있는 혁신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그런데 김 위원장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조건을 달지 말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을 통해 산적한 민생 현안들을 풀 수 있는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당의 외연을 확대하면서 추락하고 있는 당 지지율을 끌어올려 여당과 의미있는 대권 경쟁 구도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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