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2차전 BMW챔피언십 연장 승부

존 람(오른쪽)과 더스틴 존슨. AP=연합뉴스

신(神)들이 잠시 지상으로 내려왔는가, 하늘로 올라가기 위한 시험을 치렀는가.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2차전 BMW챔피언십이 벌어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 올림피아 필즈CC는 ‘골프 신전’을 방불케 했다.

올림피아 필즈(Olympia Fields), ‘신들의 들판’이라는 코스 이름부터가 의미심장하다. 올림피아는 그리스의 펠로폰네소스 서쪽 이오니아해(海)에서 내륙으로 16km 정도 들어간 곳에 자리 잡은 물과 숲이 풍부한 비옥한 지역이다. BC 20세기경부터 제우스와 헤라 등 그리스 신들을 모신 신전이 들어섰고 올림픽 경기도 열렸다. 신들을 위한 종교제전과 함께 고대 경기가 열리던 곳이다.

이 대회에 참가한 69명의 선수들은 지구촌의 ‘골프 신’들이나 다름없다. 페덱스컵 포인트라는 엄격한 선정기준을 거친 이들은 거액의 상금과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1500만달러(약 178억원)의 보너스를 탐하며 ‘신들의 들판’에 섰다. 그리고 모든 샷을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날렸다.

참가 선수들 모두가 능력 닿는 한 최선을 다했지만 존 람(25·스페인)과 더스틴 존슨(36·미국)이 펼친 경기는 소름이 돋았다. 골프 역사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명승부였다.

골프의 본고장인 영국의 전설적인 골프 거장들, 구성(球聖)으로 추앙받는 영원한 아마추어 보비 존스, 잭 니클라우스나 타이거 우즈 등 골프황제들의 명경기 장면들과 같은 반열에 오르기에 충분했다.

특히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간 더스틴 존슨의 퍼팅과 연장전에서 존 람의 퍼팅은 신기(神技) 그 자체였다. 세계 남자골프랭킹 1, 2위가 그냥 매겨진 순위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존 람에 1타 차로 뒤진 더스틴 존슨은 18번 홀서 13m 거리의 퍼팅을 남겨놓았다. 마루와 비탈과 계곡이 도사린 수수께끼 같은 라인이었다. 존슨의 퍼터를 떠난 공은 마치 수은방울이 구르듯 그린 마루와 비탈, 계곡을 지나 거짓말같이 홀 속으로 떨어졌다. 18번 홀에서 진행된 첫 연장전에서 두 선수 모두 드라이버샷이 성에 차지 않았다. 드라이버샷을 러프로 보낸 람은 두 번째 샷을 날렸으나 공은 핀을 22m 지나쳤다. 홀 근처에 붙이기만 해도 성공적이라 할 만했다.

존 람의 퍼터를 떠난 공은 숲속의 뱀처럼 그린 위를 미끄러졌다. 두 개의 언덕과 까다로운 경사면을 구르더니 마법처럼 홀 속으로 사라졌다.

이번엔 더스틴 존슨의 차례. 홀까지 거리는 10여m. 존 람이 주먹을 불끈 쥐며 땅을 굴리고 난 뒤 존슨은 심호흡을 하고 퍼팅을 했다. 볼은 홀을 20cm 정도 벗어났다. 두 골프의 신은 주먹을 부딪치며 서로를 축하하고 위로했다.

존 람은 프랑스와 국경을 이루는 피레네산맥 남서쪽 바스크지방 출신답게 성격이 급한 편이다. 버디가 귀한 난코스에서 연속 버디로 흥분한 그는 다음 홀인 5번 홀 그린에서 마크를 하지 않고 볼을 집어 벌타를 받곤 “이 한 타가 우승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 4라운드에서 무려 10타를 줄였으나 전날의 실수로 더스틴에게 연장 대결을 허용했지만 연장전 첫 홀 마법 같은 퍼팅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5년 전인 2015년 존 람은 올림피아 필즈CC에서 아픈 기억이 있다. 아마추어 세계 1위였던 그는 이곳에서 열린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 참가해 8강전에서 17번 홀에서의 3퍼트로 데랙 바드에게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브라이슨 디샘보가 결승전에서 데랙 바드를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어쩌면 존 람의 BMW챔피언십 우승은 5년 전의 아픈 경험이 보약이 되었는지 모른다.

더스틴 존슨은 2위를 했으나 페덱스컵 랭킹 1위를 지켜 9월 4~7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 레이크GC에서 열리는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서 10언더파를 미리 부여받고 라운드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존 람은 9위에서 2위로 끌어올려 8언더파로 출발한다.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서는 누적 포인트가 없어지는 대신 누적 포인트를 기준으로 환산한 새로운 스코어가 경기 전에 주어진다. 누적 포인트 1위 선수는 최종전을 10언더파에서, 2위는 8언더파에서, 3~5위는 각각 7언더파, 6언더파, 5언더파, 6~10위는 4언더파, 11~15위는 3언더파, 16~20위는 2언더파, 21~25위는 1언더파, 26~30위는 이븐파에서 시작한다. 호아킴 니만(칠레)과 마쓰야마 히데키가 공동 3위에 올랐고 로리 매킬로이는 공동 12위에 머물렀다. 타이거 우즈는 나흘간 하루도 언더파를 치지 못한 채 공동 51위를 기록, 투어 챔피언십 출전이 좌절됐다.

한국선수로는 안병훈(29)이 최종합계 3오버파 283타로 공동 12위를 기록했으나 페덱스컵 랭킹이 33위에 머물러 투어챔피언십 출전이 막혔고 임성재(22)는 최종합계 12오버파 292타로 공동 56위를 기록했으나 페덱스컵 랭킹 9위로 한국선수로는 유일하게 작년에 이어 연속 투어 챔피언십에 나서게 됐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주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