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용의 해양책략 31] 시대에 맞지 않는 中 ‘손자병법’…美 중심으로 중국봉쇄 촉발, 아시아 화약고 된 남중국해
기사입력 2020-09-22 14:12:18
‘마하니즘’으로 충돌하는 미국과 중국
해방과 내전,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면서 숨 가쁘게 내달려 온 대한민국 호는 근래 들어 동북아 세력 재편, 보호무역주의의 대두 등 미증유의 시련에 직면했다. 여기서 주저앉을 것인가,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얻을 것인가. 한국 해양정책의 석학인 홍승용 박사는 동양과 서양, 고대와 중세 및 근현대를 넘나들며 ‘해양을 통한 부국과 강국의 조건과 성취’를 탐문한다.

  • 지난 13일 화상으로 개최된 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들은 강대국 간의 경쟁에 끼이고 싶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외교부.
화약고는 ‘화약을 저장하여 두는 창고’를 뜻하지만, ‘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많은 지역’을 비유적으로 가리킨다. 국가 간 전쟁은 대체로 자원과 지정학적 가치가 높으며, 우월적 위상을 가진 강대 중심국들 간의 이해충돌이라는 특성을 지닌다. 세계의 화약고를 얘기하자면 발칸반도, 중동 지역과 카슈미르, 동북아 한반도 및 남중국해 등이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힌다.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될 확률이 가장 높은 곳들이다.

전쟁은 육군의 시대에서, 해군의 시대로, 다시 공군의 시대로 승패의 중심이 바뀌어 왔다. 해군력과 공군력을 갖춘 항공모함의 대형화와 전쟁 수행력의 극대화로 ‘세계의 화약고’ 지역에서 해양의 제해권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20세기 마한의 ‘시 파워(Sea Power) 전략’은 그 핵심이 ‘제해권’이지만, 21세기 들어서는 항공을 제어하는 ‘제항권(制航權)’의 의미를 더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더 위력적으로 느껴진다.

세계 제해권을 장악한다는 것은 범세계적 해양무역에 개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양무역의 규칙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세계 제해권의 변화는 국제무역의 판도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다. 세계 주요 해로를 유지하는 비용은 막대하며,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교역국은 그런 능력이 있는 패권국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바다헌장’인 1982년 유엔 해양법 협약에 비준하지 않고 있는 것도 연안국들이 200해리 EEZ를 설치하는 경우 미국의 대양해군 작전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100년 전 TR 대통령과 알프레드 마한의 해양책략의 요체인 ‘태평양과 대서양 양 측에서 제해권 확보’는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를 주도하게 된 토대이다.

미국은 20세기 후반부터 세계 주요지역의 해양·공중·우주에 걸친 공간지배 능력을 바탕으로 패권국가의 지위를 유지해 왔다. 미국은 2000년을 전후로 전 세계 600여 개 기지에 20만 명 가까운 미군을 주둔시켰다.

주요 병력 배치는 유럽에 10만 명, 중동지역에 2만 5000명, 한국에 2만 8000명, 일본에 4만 명 등이다. 대영제국 전성기인 19세기 말에 55개 대대, 4만 명의 군대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유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군사력을 배치하고 군비를 지출했다. 미국의 세계 지배 방식과 전략은 2000년 전 로마 제국보다는 200 년 전 대영제국의 유산을 많이 물려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의 공간지배 능력은 세계 몇몇 지역에서 연안전투를 비롯한 반(反)접근·지역거부(A2AD, anti-access, areas denial) 개념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현대화된 해·공군력, 장거리 공격용 미사일, 우주·전자전 기술 등을 포함하는 강력한 ‘반 접근·지역거부 능력’을 앞세워 서태평양에서 미국의 공간지배 능력에 전례 없이 도전하고 있다.



남중국해는 패권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세계의 화약고 최전선이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기원은 역사적, 경제적, 정치적 이유뿐만 아니라 최근 확대된 지역적, 세계적 차원의 지정학 투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세계에서 둘째로 큰 해역인 남중국해(면적 124만9000㎢)가 갖는 경제적, 군사적 가치는 막대하다. 분쟁해역 중 스프래틀리 군도의 도서는 총 면적 2.1㎢에 불과하나, 점유 해역은 73만㎢로 가장 넓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있는 파라셀과 스프래틀리 군도-중국 명 난사군도(南沙群島)·베트남 명 쯔엉사군도·필리핀 명 칼라얀 군도-가 온전히 중국 땅이라고 주장하며, 인공 섬을 조성하고 군사기지와 석유플랫폼을 건설했다.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과 필리핀 등 주변국들은 때로는 군사력으로, 때로는 외교와 국제법적으로 분쟁의 해결을 거세게 촉구하고 있다. 2016년 7월 12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유엔 상설중재재판소가 필리핀이 제기한 사건에 대해 “중국이 주장해 온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판결로 중국이 패소했지만, 중국의 반발과 도발은 오히려 강해지고 있다.

2019년도 남중국해 분쟁의 두드러진 특징은 첫째, 지역/역외국가의 이례적이고 동시적인 개입(아세안, 일본, 인도, 호주, 미국, 영국, 프랑스)이 이뤄졌고, 둘째, 중국 해안경비대 선박이 약소 분쟁국(베트남, 필리핀)의 영해와 EEZ를 상시적으로 침범하기 시작하였으며, 셋째, 중국의 하이브리드 위협에 대한 미국의 트럼프 정부의 대응이 본격화되었다는 점이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 남중국해 분쟁, 2020.1.).

금년 9월에 열린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도 남중국해 문제는 뜨거운 감자였으며, ‘미국의 남중국해 군사화를 비난하는’ 중국의 왕이 외교장관과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괴롭힘을 당하는 아세안국들이 중국 국영기업과 상거래 단절을 해야 한다’는 미국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충돌했다(출처 <연합뉴스>, 2020. 9.10.).

이러한 분쟁 전개 과정에서 우려스러운 점은 미·중 양국 군함의 위험한 조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으며, 양국의 무력시위가 서로의 임계점을 시험하는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는 점이다.

중국에게 남중국해가 중요한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풍부한 석유 및 천연가스 부존. 미국 에너지 정보국은 이 지역에 최소 110억 배럴의 석유와 190조㎥의 천연가스가 부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둘째, 국제교역의 생명선인 해로, 전 세계 해운의 30%의 국제 무역이 남중국해를 통과한다. 중국의 석유 수입품의 약 80%가 인도네시아 말라카 해협을 경유한 후 남중국해를 지나 중국에 도착한다. 셋째,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양생물자원(약 2500종)이 존재한다.

중국이 경제규모와 속도에서 세계패권 국가로 급부상함에 따라 2010년경부터 미국은 ‘중국 포위망 강화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의 해군 65%를 거머쥐고 있는 미국은 아시아에서 쫓겨날 수도 있는 위협을 상정하고, 적국이 될 수 있는 중국을 향해 ‘포위망’ 을 만들어가고 있다.

미국은 경제적 포위망으로 중국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대항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창설하였다. 그러나 2017년 미국 트럼프 정부가 탈퇴하면서 당초 목적이 희석되었다. 외교 군사적으로는 미·일 안보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한국, 호주, 인도, 대만, ASEAN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략적으로는 중국의 ‘A2AD전략’에 대응하여 ‘공해(空海) 전투(Air Sea Battle) 전략’을 수립했다. 중국의 중동부터 남중국해까지 거점항구를 활용해 석유 수송로를 확보하는 ‘인도양 진주목걸이전략’과 일대일로 전략에 대응해 ‘인도양·태평양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전략가인 로버트 카플란은 21세기 직전부터 시작된 중국의 해양력 증대를 경계하면서 미국의 해양봉쇄를 주장했다. 그는 20세기 말부터 시작됐고 21세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중국의 ‘시 파워 전략’, ‘마하니즘(Mahanism)’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플란은 그의 책 <아시아의 도가니(Asia’s Cauldron), 2014>에서 말라카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의 마하니즘 충돌을 예리하게 분석하였고, 동남아국가들의 ‘핀란드화 포지셔닝’(경제적 지원을 통해 외교적으론 중국 편을 들게 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출처 Robert D. Kaplan, , Random House, 2014).

“미국과 다른 나라들은 남중국해를 국제 수로로 여기나, 중국은 그곳을 ‘핵심관심사’로 여기고 있다. 중국은 19세기 대영제국의 전략을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맞춰 진화시킴으로써 중국의 전함들을 통해 무역 네트워크를 보호하려 한다. 중국에게 있어 남중국해의 중요성은 미국에게 있어서 19세기 카리브 해가 갖는 중요성과 같다. 미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중국을 상대로 ‘항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자유롭게 군사작전을 벌이는 ‘행동의 자유’를 원한다. 마찬가지로 최근 중국은 ‘중국 마하니즘’ 전략으로 남중국해를 장악함으로써 자신의 무역항로 안전을 보장하고, 미국과 바다에서 겨룰 지정학적 기반을 획득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에드워드 루트워크 선임 연구원은 “지금 중국은 시대에 맞지 않는 손자병법으로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이끌고 있고, 이는 주변국의 반발을 고조시킬 따름”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출처 송홍근, <신동아>, 2016. 8.).

손자병법의 핵심은 ‘전승전략(全勝戰略)’이다. 전승전략의 요체는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높은 차원의 전승전략과, 싸우고 이겨야 할 경우에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승리를 얻는 낮은 차원의 전승전략’ 등이다.

손자병법 논리는 최근의 센카쿠 열도 분쟁에서 볼 수 있다. 중국은 전쟁이 시작될 수도 있는 함대를 보내지 않고, 전쟁 없이 일본을 겁먹게 만들어 이기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역효과만을 초래하고 있다. 일본이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도모하려는 노력을 방해하고, 미국에의 군사력 의존을 더 강하게 만든다. 이는 중국이 의도하는 것과 정확히 정반대의 결과이다.

센카쿠 열도와 남사군도에서 손자병법 논리로 주변국과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려는 중국의 대결주의적 군사·외교 전략은 결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의 인접국들이 대중국 봉쇄동맹 결성을 촉발하고 있다. 중국은 다시 서둘러 해군력 증강으로 연쇄 반응하면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의 화약고는 더욱 커져가는 양상이다.

국제 정치경쟁은 ‘제로섬 게임’이다. 경제학과 정치학의 논리는 다르다. 경제학 논리는 상대방의 희생보다 적은 손해를 입으려는 것인 반면 정치논리는 내가 이기기만 하면 얼마나 손실을 보느냐는 상관이 없다. 그러므로 둘의 논리 및 게임규칙은 다르다.

동북아 해역과 남중국해에서 해양의 힘 대결은 일방적 경제논리도 일방적 정치논리도 아닌 혼합형 논리일 수 있다. 미국엔 경제의 문제가, 유럽엔 정치의 문제가, 아시아엔 역사의 문제가 있다. 아시아의 최대 문제는 과거사로 인한 영토 분쟁과 여기서 비롯된 민족 간의 감정적 대립이다. 민족주의를 대내 정치무기로 삼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아시아 각국 간 경제 협력에 심각한 타격을 줄 뿐 아니라,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는 개연성을 부정할 수 없다.

미·중 간 충돌은 대국 간 힘 싸움으로 50년 이상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역사적 게임의 시작이다. 전쟁과 평화는 패권국가가 쓸 수 있는 책략이다.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이웃국가들에 ‘원교근친(遠交近親)’이 아닌 ‘원교근공(遠交近攻)’의 공세적 책략을 기조로 삼는 한 전쟁의 전초전은 ‘마하니즘’으로 충돌하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발발할 수 있기에 세계가 이 해역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 AD

하루 동안 많이 본 기사

  • 이전
  • 다음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