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서울지역 중진 정치인들이 2일 서울 종로구 한 음식점에서 만찬 회동을 위해 각각 입장하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 위원장, 나경원, 김성태, 김용태, 이혜훈, 박진, 권영세, 오세훈./연합

野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는
문 정권 실책 겨냥해 능력자 공천이 필수적…”경제통·행정통 주목”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6개월 가량 앞둔 가운데 야권 후보군은 ‘경제통’ 또는 ‘행정통’으로 좁혀지고 있다. 지난 2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찬·만찬 자리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 ‘부동산’과 ‘세금’이 이슈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부산시장 선거는 ‘경제’와 ‘지역 현안’을 가장 큰 이슈로 꼽았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4년차 하반기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현 정권의 실책을 겨냥한 선거전략을 세우는 모양새다. 야권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른 인사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혜훈 전 의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조은희 서초구청장 등이 있다. 야권 부산시장 후보로는 뚜렷하게 거론되는 인물이 없는 상태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시민후보 찾기 공청회'를 열어 지역 민심을 경청하기도 했다.

서울·부산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자체장들의 성추문 의혹으로 공석이 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당헌을 개정하면서까지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하겠다는 입장이다. 여론의 반응이 싸늘한 만큼 민주당의 고심은 깊다. 반면 야권은 여유로운 모습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야권은 누가 나와도 이긴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야권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대권가도를 결정할 선거이기 때문에 민주당의 공천은 신중하고 절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 막바지까지 야권이 긴장의 끈을 늦추면 안된다는 조언이다.

야권 일각에선 이번 보궐선거를 ‘패자부활전’으로 보고 있다. 비록 4년이 아닌 1년짜리 시장직이긴 하지만 국민적인 관심도가 높기 때문이다. 4·15 총선에서 낙선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혜훈·나경원 전 의원 등이 서울시장에 도전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혜훈 전 의원은 이미 서울시장 선거를 대비해 사무실을 마련했다. 경제학 박사 출신인 이 전 의원은 “서울 집값과 세금, 자영업자들의 잇단 폐업 등 문제들을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서울시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본인의 강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 전 시장도 유력한 예비 후보 중 하나다. 김 교수는 “오 전 시장은 서울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며 “서울시장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 측은 “서울시장은 출마하지 않고 대선을 준비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해서 “전임자를 고려해 여성 시장이 당선되는 것도 의미가 있다”며 “나 전 의원의 합리적인 측면을 강조하면 승산이 있다”고 평가했다.

부산의 패자부활전으로는 이언주 전 의원, 서병수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정치 입문 전 경제인이었다. 국회에 있을 때도 경제·혁신 문제를 강조해왔다”며 “고향인 부산의 경제를 살리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에는 아직 구시대 패러다임이 자리잡고 있다”며 “이를 타파해 부산의 경쟁력을 제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도 “이 전 의원은 목표지향적이고 실천력 있는 사람”이라며 “다만 이 전 의원은 당적을 바꿨던 이력이 단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장을 역임한 서병수 의원은 또다시 부산시장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박 교수는 “국민의힘은 말로는 신진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하지만 중진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산에는 젊은 사람의 역동적인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는 패자부활전이기도 하지만 ‘정권심판대’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재보궐 선거는 지난 총선처럼 코로나 영향이 또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 집권 4년차 하반기에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선거 결과는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궐 선거 후보로 관료·행정 전문가 출신에 방점을 뒀다. 야권이 부동산, 세금 등 문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찌르려면 ‘능력자’를 앞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카드도 야권의 선택지 중 하나”라며 “지나치게 정치적이지 않으면서 행정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을 국민들이 선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차인’ 연설로 인지도가 올라간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도 서울시장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윤 의원은 컬럼비아대학교 경제학과 박사 출신으로 한국개발연구원 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 부장,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을 역임한 ‘경제통’이다. 야권에서 유일하게 서울에서 당선된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서울시장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가 ‘단일화’ 경쟁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무소속 후보와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단일화 과정을 거쳐 흥행에 성공했다. 당시 박원순 후보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단일화 이후 크게 벌어졌다. 김 교수는 “단일화 효과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2011년 사례를 봤을 때 단일화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승리 여부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연합 공천을 할 수 있듯 더불어민주당, 열린민주당, 정의당도 단일화를 할 수 있다”며 “단일화로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는 정당이 승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