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북한 비핵화 위한 소통·협력 강화”…12일 문 대통령-바이든 첫 전화통화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관저 접견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첫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첫 전화 통화를 한 데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방미 중 바이든 측 인사들을 만나는 등 정부가 ‘바이든 시대’ 한미 외교의 첫 시동을 걸었다.

여야는 한미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대북 정책 방향에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전화 통화로 미국 새 행정부와의 정상외교에 첫 발을 뗐다. 최근 북미협상이 장기교착 상황인 가운데 바이든 당선인과 직접 통화한 문 대통령은 이후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간 소통·협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한미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책에 대한 당선인의 높은 관심과 의지에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오전 9시부터 14분간 이뤄진 통화에서는 한미동맹, 북핵문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및 기후변화 대응 등에 대해 의견이 오갔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미국의 대선 결과는 바이든 당선인의 오랜 국정 경험과 탁월한 리더십, 그리고 명확한 비전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높은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바이든 당선인이 줄곧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미국 재향군인의 날인 11일(현지시각) 필라델피아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한 사실 등을 언급하며 한반도 평화에 대한 바이든 당선인의 높은 관심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바이든 당선인과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 “한국은 인도태평양지역 안보 ‘핵심 축’”

이에 대해 바이든 당선인은 “한국이 인도태평양지역의 안보와 번영에 있어 ‘핵심 축’”이라고 강조하면서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확고히 유지하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핵심축’을 ‘린치핀(linchpin)’이라고 지칭했는데, 이는 미국이 미국이 핵심 동맹국을 거론할 때 주로 쓰는 용어다. ‘다자주의’에 입각해 동맹과의 공고한 관계를 중요시하면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을 지향하는 ‘바이든식 외교’의 단면을 보여주는 어법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서는 경의를 표하며 “미국이 한국과 같이 대응을 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도 “다행히 백신이 개발되고 있어 길이 열리고 있으며 지금부터 새로운 행정부 출범식까지 코로나 억제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 대통령 취임식 이후 가능한 빠른 시일내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방미중인 강경화 장관, 바이든 측 외교 인사 접촉…북미대화 의견 교환

방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10일(현지시간) 바이든 당선인 측근 인사들을 만나 북미대화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갖고 민주당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과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 등을 면담했다면서 북미 대화에 대해 “정상 차원의 우선적 관심을 가져야 될 이슈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방미 중 이뤄진 이들과의 만남에 대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추진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고 북핵 문제의 시급성을 감안하여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과거 민주당 행정부는 우리 정부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하고 협력해 온 경험이 있는 만큼,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 후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 간 호흡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현 국무장관과의 만남에서는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여권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지속 추진” vs 야권 “유화적 대북정책 전환”

‘바이든 시대’ 한국 정부의 외교 행보에 여야는 한미 관계를 굳건히 하자면서도 대북 정책에 대한 시각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굳건한 한미 동맹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지속적인 추진을 강조했다. 이낙연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실질적으로 진전시키도록 미국 새 행정부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쌓고, 여야 초당적 외교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한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필요성을 거론하며 “바이든 당선자는 손녀와 비무장지대를 방문해 한반도 분단의 고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분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의 새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반면 야권은 그간의 유화적인 대북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지난 몇 년간 한미 양국의 잘못된 대북정책과 오판은 북핵o미사일 위협을 키워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북핵 폐기와 한미 군사훈련 복원 등 원칙 있는 한반도 정책으로 복귀하기를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최고위에서 “흔들리고 약해진 한미동맹이 굳건히 복원되길 기대한다”며 “정부와 여야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선호를 떠나 절제된 표현과 행동으로 오직 대한민국의 이익과 동맹전략의 강화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