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메모리 반도체도 '초격차' 가능할까…'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 열려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선언한 삼성전자가 해당 시장의 ‘초격차’를 위해 본격 행보에 나섰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산타클라라 메리어트 호텔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를 개최하고 '차세대 3나노 GAA(Gate-All-Around) 공정'과 새로운 고객 지원 프로그램인 '세이프 클라우드'를 소개했다.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진행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비메모리 ‘세계 1위’ 의지 재확인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 비메모리 반도체에 2030년까지 133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분야 세계 1위를 목표로 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 구축에 6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프라와 기술력을 공유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디자인하우스(설계 서비스 기업) 등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생태계의 경쟁력 강화도 주요 방침이라고 밝혔다.

뒤이어 진행한 이번 포럼은 삼성전자의 목표를 재확인한 자리였다. 지난해 GAA를 3나노 공정에 도입하겠다고 밝힌 삼성전자는 이 행사에서 3GAE(3나노 GAA Early)의 공정 설계 키트를 팹리스 고객들에게 배포했다고 밝혔다.

공정설계 키트는 파운드리 회사의 제조공정에 최적화된 설계를 지원하는 데이터파일이다. 이를 활용하면 팹리스 업체가 제품설계를 보다 쉽게 할 수 있어 시장 출시까지 소요기간을 단축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는 비메모리 분야 경쟁력 강화에 꼭 필요한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 육성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해당 부문 사업에서 대만 파운드리 TSMC에 이어 세계 2위로 도약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약 19.1% 수준으로 나타났다.

TSMC의 점유율은 48.1%로 삼성전자에 크게 앞서지만, 업계에서는 극자외선(EUV)를 활용한 최신 미세 공정 기술로는 삼성전자가 TSMC를 넘어섰다고 분석한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팹리스 고객에 배포한 3GAE 공정은 최신 양산 공정인 7나노 핀펫 대비 칩 면적을 45% 가량 줄일 수 있다. 약 50%의 소비전력 감소와 약 35%의 성능 향상 효과가 기대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향후 3나노 공정에서 독자적인 MBCFET(Multi Bridge Channel FET) 기술을 통해 차별화된 이점을 팹리스 고객사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MBCFET은 기존의 가늘고 긴 와이어 형태의 GAA 구조를 한층 더 발전시켜 종이처럼 얇고 긴 모양의 나노시트를 적층하는 방식이다.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핀펫 공정과도 호환성이 높아 기존 설비와 제조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클라우드로 팹리스 설계 지원

이날 삼성전자는 또 팹리스 고객에게 설계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세이프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도 밝혔다.

이 서비스는 아마존 웹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자동화 설계툴 회사인 케이던스, 시놉시스와 함께 진행한다. 속도와 보안성이 검증된 클라우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구체적으로, 아마존 웹 서비스와 마이크로소프트는 SAFE™에서 클라우드 환경을 제공하고, 케이던스와 시놉시스는 클라우드와 EDA(자동화 설계 툴) 등의 설계 툴을 함께 제공한다.

이로써 팹리스 고객들은 삼성전자와 파트너사들이 제공하는 공정 설계 키트, 설계 방법론, 자동화 설계 툴, 그리고 설계 자산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선 팹리스 고객들이 투자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보다 속도감 있게 반도체를 제작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팹리스 업체인 가온칩스의 정규동 대표는 “세이프 클라우드는 자동화 툴과 공정 정보 등이 미리 구비돼 있으므로, 앞으로는 신제품 설계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클라우드를 이용한 반도체 설계 환경은 중소규모 팹리스 업체에게 더 많은 사업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는 글로벌 팹리스 고객과 파트너사 80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인공지능(AI), 5G, 자율 주행,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반도체 기술을 공유했다.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반도체 공정과 생산, 패키지 분야의 앞선 기술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업체와 고객, 파트너가 서로 신뢰하고 비전을 공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번 포럼을 통해 삼성전자의 기술적 성과와 목표를 공유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쁘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미국(5월)을 시작으로 중국(6월), 한국(7월), 일본(9월), 유럽중동아프리카(10월)에서도 삼성 파운드리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포럼을 통해 파트너들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확대하며 '가장 신뢰받는 파운드리 회사'로서의 비전을 실현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주현웅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