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얼룩진 가정사…현대적으로 재탄생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존 루키페르는 정말 아들에 의해 죽었을까. 선과 악은 각각 무엇일까.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대체 어느 정도일까. 신은 정말 존재할까. 들춰내자니 조금은 불편한, 하지만 우리 현실의 참의미를 고찰케 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현대적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뮤지컬 ‘블루레인’이다.

이 공연은 오는 9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펼쳐진다. 소품은 의자 5개가 전부지만 화려하되 몽환적인 조명, 실력파 배우들이 선보이는 뛰어난 연기력이 더해져 수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에서 창작 뮤지컬상을 거머쥔 데 이어 1년 간의 개발 과정을 더 거친 뒤 상경했다.

뮤지컬 블루레인이 오는 9월 1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펼쳐진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친부살인이라는 최악의 패륜을 소재로 인간 세계를 그렸다. 지극히 세속적인 유산상속 문제를 중심으로 인간 욕망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그들 사이의 첨예한 대립을 통해 선과 악에 대한 고찰을 유도한 이야기로 세기의 명작 반열에 올랐다.

이를 재해석한 블루레인은 현대적 감각을 입힌 게 특징이다. 1990년대 후반 자본주의 심장부인 미국의 한 가정을 배경으로 원작의 메시지는 물론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특히 국내 창작 뮤지컬로서 한국 뮤지컬 시장의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공연이란 점에서 의미가 더해졌다.

1997년 미국 유타주 스프링데일의 유지 ‘존 루키페르’가 자신의 저택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살해사건의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현장에서 검거된 그의 장남 테오. 테오의 변호를 맡은 촉망받는 변호사이자, 그의 이복동생 루크는 형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무던히 애쓰지만 사건은 어렵기만 하다.

사실 테오와 루크는 어려서부터 아버지 존 루키페르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당해 왔다. 그런 가정환경 속에서 테오는 가출을 택했고, 루크는 공부에 열을 올려 변호사로 성장했다. 상반된 삶을 보내온 탓일까. 루크는 자신의 형을 변호하면서도 내심 그가 실제 범인이라고 의심한다. 하지만 사건 현장 가까이 있던 이들 사이에서는 엇갈린 증언들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해당 공연을 구성한 추정화 연출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인간의 나약함을 떠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대의 유일한 소품인 의자들이 매 장면마다 다른 형태 위치에 놓이면서 얽히고 넘어지기도 한다”며 “앉고 나면 내면에 부딪히는 의지를 회피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인물의 감정들이 묘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루레인에서 테오 역할은 이창희, 이주광 배우가 맡았다. 그간 선 굵은 연기와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보이스로 무대를 사로잡아 온 두 배우는 거칠지만 섬세한 면모를 지닌 테오를 통해 서로 다른 매력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킬 예정이다. 루크 역은 뮤지컬 ‘킹아더’ 등으로 주목받은 임병근과 ‘아랑가’ 등에서 활약한 박유덕이 보여준다.

존 루키페르 역은 김주호와 박송권이 이름을 올렸다. 김주호는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박송권은 ‘노트르담 드 파리’ ‘안나 카레니나’ 등 대형 작품에서 명품 연기로 주목받았었다. 두 배우는 절대 악(惡)인 존 루키페르 특유의 악랄함과 강렬함을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테오의 여자친구 ‘헤이든’ 역할은 김려원과 최미소가 맡는다. 극중 헤이든은 불우한 유년기를 겪으면서 가수의 꿈을 키워 온 인물로 나온다. 집을 뛰쳐나와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테오의 옆을 지키면서도, 가끔은 돈의 유혹에 휘말리고 존 루키페르 사망사건에도 연루되는 등 기구한 삶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여인이다.

이밖에도 오랜 세월 존 루키페르 저택의 가정부로 일한 ‘엠마’ 역은 한지연과 한유린이 캐스팅됐다. 또 같은 저택의 하인 ‘사일러스’ 역할은 임강성과 조환지가 소화한다. 특히 조환지는 제1회 DIMF 뮤지컬 스타 대상을 수상한 배우로서 업계의 촉망을 받고 있다.

존 루키페르를 살해한 자는 이들 가운데 있다. 극 말미에 용의자는 묻는다. 누구보다 사악하고 탐욕스러웠던 존 루키페르를 죽인 것이 그토록 잘못된 일이냐고.

이처럼 베테랑과 블루칩이 한 데 모여 펼치는 블루레인은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공연된다. 해당 작품은 씨워너원이 기획·투자했다. 네이버도 제작투자에 참여했다. 예매는 인터파크와 티켓링크 및 세종문화티켓 등에서 가능하다.

주현웅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