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지 2주가 지났다. 2주 이내에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의 제안에 미국 국무부는 수락했지만 북한이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현재로선 양측이 조만간 만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실무협상이 결렬된 후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라’고 말하며 협상에 시간적으로 쫓기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2주는 지났지만 올해 안에 북미가 협상 테이블에 다시 마주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실제 미국은 대화의 동력을 이어나가기 위해 북한에 공개적으로 ‘실무협상 재개’ 손짓을 보내고 있다.

데이비드 스틸웰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장관을 면담한 뒤 발언하기 앞서 안경을 쓰고 있다. 연합

실제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지난 16일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북한과의 대화에 힘쓰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들의 안보 이익을 고려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가장 우려하는 체제 안전 보장에 관해 ‘북한의 안보 이익(security interests)’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조속한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제스처로 해석된다. 미국이 북한의 지속적인 체제 안전보장 요구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엔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 및 종전선언 등이 포함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반면 북한은 한미훈련 중단과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하지 말라는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기기획본부장은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 정의와 방법, 일정표에 대한 구체적이고 진지한 논의를 거부했다”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요구 사항들과 ‘전면적인 비핵화’로 연결되지 않는 ‘부분적인 비핵화’ 조치를 수용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스틸웰 차관보가 체제 안전보장을 언급하며 대화를 촉구한 것도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읽힌다. 워싱턴에서도 스틸웰 차관보의 발언을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이전에는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를 들어줄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현빈 기자



천현빈 기자 dynamic@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