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년 10만명에게 3년간 매달 50만원씩 6개월 지급

박원순 서울시장이 23일 서울시 청년일자리센터에서 열린 '청년, 서울시장 타운홀 미팅'에서 청년수당과 월세 지원 등 청년지원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내년부터 3년간 서울 미취업 청년 10만명이 ‘서울시 청년수당’을 받는다. 연간 지급 대상은 현재보다 4배 이상 늘어난다. 서울시는 신청을 받아 대상자를 선발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요건을 충족하는 청년 ‘모두’에게 수당을 주기로 했다. 또 청년 1인 가구에 최장 10개월간 월세 2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막대한 예산확보와 오·남용 논란 등 효용성과 ‘세금 퍼주기’ 문제점을 지적하며 현금성 복지를 부정적으로 보는 비판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런 것(청년수당 등)이 있을 때마다 늘 낭비라든지 포퓰리즘이라든지 이런 말이 나오지만, 경제는 그 바탕이 시민, 국민, 사람이 돼야 과감한 도전과 혁신도 이뤄지고, 그래야 경제가 발전한다”고 일축했다. 박 시장은 “청년수당은 서울시가 임의로 한 것이 아니고 청년들의 요청에서 나온 정책”이라며 “가장 절박하고 절실한 분야에서 시작된 것이고 이런 부분에는 예산을 아끼지 않아야한다고 본다. 포퓰리즘이 아니라 리얼리즘이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23일 중구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 서울시 청년출발지원정책’을 발표했다. 약 4300억원(청년수당 3300억원, 청년월세지원 1000억원)을 투입해 청년 양대 이슈인 구직과 주거 문제에 대응한다는 게 목표다.

시는 우선 월 50만원의 구직 비용을 최대 6개월간 지원하는 청년수당 수급자를 현재 연 7000명에서 향후 3년간 총 10만명으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내년에 1800억원을 투입해 대상자를 올해의 4배 이상인 3만명으로 늘리고, 2021년과 2022년에는 연간 3만5000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동안 중위소득 150% 미만 등 기본요건을 충족하는 미취업 청년 중 대상자를 선발했으나, 앞으로는 기본요건을 충족하는 청년 누구나 신청만 하면 청년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시는 설명했다. 청년수당 지급에는 내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3300억원이 투입된다. 대상자 요건은 기존과 동일하다. 만 19~34세 서울 인구 중 졸업 후 2년이 지나고 중위소득 150% 미만인 미취업 청년이다.

이와 함께 월세로 사는 청년 1인 가구에 월 20만원의 임대료를 최대 10개월간 지원하는 ‘청년월세지원’ 사업도 새로 시작한다. 내년에 5000가구를 지원하고 이듬해부터 연간 2만가구씩 3년간 총 4만5000가구에 1000억원을 지원한다. 월세 지원 대상자는 만 19~39세 중위소득 120% 이하 청년 1인 가구다. 서울시는 이와 별도로 만 19~39세 청년을 대상으로 한 임차보증금 대출과 이자 지원 기준도 완화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년들에게 공정한 출발선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과감하게 단행하고자 한다”며 “과거 일부 청년에게만 제공했던 지원을 대폭 확대해 적어도 구직활동이나 주거 면에서는 고통받는 청년들에게 거의 보편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청년수당 확대는 2016년 첫 도입 후 그간 사업이 성공적이었다는 서울시의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서울시가 지난해 참여자 3151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47.1%가 취업, 창업, 창작활동 등을 통해 ‘자기 일을 찾았다’고 답했다. 83.0%는 ‘수당이 구직목표 달성에 매우 도움이 됐다’고 답했고, 88.7%는 ‘다른 정책보다 직접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청년수당에 대한 만족도는 99.4%에 달했다.

그러나 구직활동 지원이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일부 수급자들이 노래방, 영화관등에서 유흥비로 쓴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금 퍼주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자체별 부익부 빈익빈에 따라 곳간 사정이 여의치 못해 청년수당을 도입하지 못하는 대부분 지자체와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됐다.

특히 예산 확보 방안과 관련, 박 시장은 “예산은 늘 어려운 문제다. 쓸 곳은 많은데 늘 부족하다”면서도 “서울시는 제가 있었던 지난 8년간 7조5000억원 정도의 채무를 감축했다. 지금 중앙정부도 하고 있지만, 확대재정으로 시민의 편익과 복지와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의 채무 비율이 GDP 대비 우리는 40% 정도인데 미국은 100%, 일본은 250%까지 된다”며 “물론 채무가 늘어나는 것은 늘 경계해야 하지만, 서울시는 어느 때보다 재정이 튼튼하고 충실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복지 예산은 여전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거의 최하위 수준이다. 아직 복지는 더 증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기자 hey33@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