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의원이 4일 <주간한국>과 인터뷰하고 있다./이혜영 기자
지난 9월 무소속이었던 이언주 의원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해 삭발을 단행하자 의아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잇단 삭발을 기억해 보면 이 의원의 `한발 앞서가는 판단’에 일정부분 수긍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의 소신있는 행동이 다른 의원들의 릴레이 삭발로 이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의원이 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1일 ‘미래를 향한 전진 4.0(가칭)’이란 이름의 신당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었다. 이 의원은 “제4차 산업혁명이란 시대에 발맞춤하기 위해 ‘4.0’을 당명에 넣었다”고 밝혔다. 또 신당을 통해 진정한 보수,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를 구현해 한국사회 혁신에 이바지하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왜 세대가 교체돼야 하나.
“세대 교체보다 세대 공존에 가깝다. 노·장·청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지향한다. 다만 사회를 이끌고 가는 주체는 젊은 층이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경제·과학·교육 분야는 결단코 젊은 사람 중심으로 가야 한다. 한국사회는 극심하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거의 100년 간극으로 겪어야 할 일들을 우리는 20여년 간극으로 겪고 있다. 산업화, 민주화를 지나 이제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선 젊은 세대의 역량이 요구된다. 만일 노·장년층이라도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배움에 적극적이라면 사회의 주축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시대는 어떤 시대인가.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개인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졌다. 신당을 기획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4.0 시대이자 개인의 고도화 시대라고 명명했다. 1.0이 건국, 2.0이 산업화, 3.0이 민주화라면 4.0은 혁신의 시대다.”

-무엇을 혁신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엘리트층 혁신만 얘기해왔다. 사실은 국민도 혁신해야 한다. 국민들은 자신들이 주권자라고 말하지만 자유에 대한 책임은 지려고 하지 않는다. '국가가 알아서 해주겠지, 국가가 해결해 주겠지'라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또한 국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가 해결하자'는 생각보다 '정부는 뭐하냐'는 질타가 앞선다. 국민도 주권자로서 권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 나라에 대해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퍼주기식 복지 같은 이슈에 대해 함께 논의할 수 있다.

또 혁신해야 할 것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잘못된 개념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원래 정신을 제대로 구현하자는 것이 신당의 목표다. 경제활동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일상 속에서 자유가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 집단주의에 따른 폐단과 국가 권력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개개인의 자존감을 극대화하고자 한다.

조금 과장한다면 현재 한국사회는 남미와 비슷하다. 우리나라 독재타도를 외쳤던 586세대들이 또 다른 기득권 계층이 됐다. 사회 주류 세력이 부패하거나 기득권적 면모를 보이면 국민들은 이에 반기를 든다. 이때 사회주의세력이 준동하면서 경제적 양극화와 권력 횡포는 자유주의의 문제라고 국민들을 세뇌시킨다. 마치 사회주의로 가면 평등한 세상이 올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사회주의로 가도 계급사회가 기다리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계급사회를 뒤로 숨겨둔 채 완전한 평등을 가장한 셈이다. 결국 국민들은 사회주의자들의 피지배계층으로 전락하고 만다. 한국 사회에는 아직까지 사회주의에 대한 환상이 남아 있다. 이걸 혁신해야 한다.“

-신당 이름을 보수 4.0에서 전진 4.0으로 바꾸게 된 이유는?
“젊은 사람들은 자신이 보수인데도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끌어안기 위해선 외연을 확장할 필요가 있었다. 당명을 보수에서 전진으로 바꿨더라도 신당의 목적은 ‘제대로 된 보수’를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보수주의와 보수의 가치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이 많지 않다.”

-이 의원에게 보수란 무엇인가.
“구 보수세력과는 달리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구 보수세력은 개인의 자유보다 국가를 우선시했다. 한국 보수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 보수 중추 세력은 공산주의자와의 전쟁을 통해서 형성됐다. 반공 사상에 기반해서 보수주의가 싹텄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는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이때의 보수는 민주주의란 ‘형식’만 가져왔을 뿐 국가주의적인 면, 집단주의적인 면을 그대로 끌고 왔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많이 뒤떨어지고 있다.”

-보수에 대한 신념이 확고한데 오랜기간 민주당 소속이었다.
“원래 민주당이 내세운 게 진보적 자유주의였다. 그런데 겪어보니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었다. 수구좌파였다. 외적으론 대단히 시대를 앞서나가는 것처럼 말하지만 막상 경제정책을 보니 획일적이고 국가주의적이었다. 그들이 선전하는 것과 실체는 많이 달랐다. 보다 더 큰 문제는 인권 문제다. 그들이 말하는 노동인권은 겉으론 그럴듯해 보여도 실상은 노조의 기득권이다.

진보 진영의 허상을 깨닫고 용기를 내기까지 5년의 시간이 걸렸다. 처음엔 내부에서 싸우려고 했지 탈당하려는 생각은 안 했다. 탈당하면 철새로 찍히거나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탈당하려면 ‘정치 안 해도 좋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특히 거대 정당을 탈당할 때는 부담이 크다. 하지만 한 번 결심이 선 다음에는 일사천리였다. 다른 사람들이 우물쭈물할 때 결단력 있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왔다.”

-어느덧 2선이다. 이 의원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공적 정의(public justice)를 실천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이를 국민에게 설득하고 내가 먼저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이 정치다. 특히 유럽의 모델을 벤치마킹하고자 한다. 유럽은 기존 기득권 세력과 새로운 시민 혁명 세력이 연대를 해서 사회주의를 몰아낸 뒤 자기들끼리 경쟁한다. 우리나라 보수와 진보도 이렇게 가야 한다고 본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