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브랜드 입지 북미서 공고히…딜러망 강화해 모멘텀 주력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팰리세이드 등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흥행 질주한 현대차는 2020년 ‘프리미엄 강자’로서의 입지 굳히기에 나선다. 차량 성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생산량도 대폭 늘려 시장 지배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당장은 제네시스의 유망주 GV80이 출격해 기대를 모은다. 이미 현대차는 현지 딜러망도 수백여 개 확보해 뒀다.
현대차가 GV80을 출시했다. (왼쪽부터) 장재훈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 부사장,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알버트 사장, 이원희 현대차 사장, 동커볼케 현대차 디자인담당 부사장, 이용우 제네시스사업부 부사장, 이상엽 현대차 디자인센터장 전무.
“2025년 美서 100만대 팔겠다”

현대차는 2019년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 71만7대를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4.7% 늘어난 수준이다. 싼타페(12만7373대)가 전년 대비 8.8% 올랐고, 코나(55.7%)·아이오닉(29.8%) 등 신차도 가파른 성장세를 그렸다.

선방한 현대차지만 전 세계 판매량은 같은 기간 4.8% 감소했다. 미국 외 신흥 시장에서의 수요 위축과 판매 부진의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북미 시장을 해외 실적의 거점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제네시스 등의 고급차의 점유율을 끌어올려 실적과 브랜드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올해 제네시스가 세운 목표 판매량은 72만8000대. 5년 뒤인 2025년에는 연간 100만대 이상 판매가 목표다.

현대차의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파운틴밸리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현대차의 미국 판매는 2012년 정점에 다다른 후 침체기를 겪어왔다”며 “다만 작년에는 전체 시장상황의 악화에도 판매량이 증가해 모멘텀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무뇨스 사장의 자신감 밑바탕엔 팰리세이드가 있다. 그는 “기존 현대차 고객이 아닌 토요타나 미국 회사의 고객들이 팰리세이드를 통해 현대차로 넘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도 여건이 어렵지만 라인업을 강화하고 제품 경쟁력을 높여 판매량을 더 늘릴 것”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실제 팰리세이드는 지난해 6월 미국 출시 이후 7개월 만에 2만8736대가 팔렸다. 한 달 평균 5000대가 나간 셈이다.

이 같은 선전에 힘입어 현대차는 럭셔리 차량을 전면에 내세울 전망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함께 참여한 마크 델 로소 제네시스 북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내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차량 등급은 고급 세그먼트”라며 “제네시스가 다양한 신차 출시와 고급 브랜드로서의 경험 확대를 이뤄 브랜드 인지도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무뇨스 사장도 지난해 “제네시스 브랜드는 현대로부터 분리된 지 4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판매를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며 “럭셔리 브랜드 시장에서 탁월한 실적을 남긴 마크 델 로소 CEO가 합류함으로써 제네시스는 북미 최고의 브랜드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올해 현대차는 현지 딜러망을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해 이미 딜러망 350여개를 확보했다. 이에 더해 엑셀러레이터, 제네시스는 키스톤 프로그램 등 딜러 성과 프로그램 도입도 계획 돼 있다.

유망주 ‘GV80’

당장 가장 세간의 시선이 쏠린 차량은 GV80이다. 국내에선 지난 15일 출시됐고, 북미에서는 올해 여름쯤 출격 예정인 이 차량을 제네시스는 ‘신(新)기원(Genesis)’으로 정의한다. 그러면서 “제네시스 브랜드를 이끌어갈 플래그십 SUV 모델로 자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로소 CEO는 “GV80은 제품 자체로도 다른 럭셔리 브랜드 차량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며 “여기에 각종 마케팅과 우수한 딜러망을 통해 GV80을 선택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은 “기존 SUV와 차별화된 디자인과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안전 및 편의 사양들을 담아 개발했다”며 “앞으로도 오직 고객의 니즈에만 집중해 제네시스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디자인, 품질,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제네시스에 따르면 GV80은 진보된 주행보조 기술,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했다. 측면 사고 시 2차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앞좌석 센터 사이드 에어백을 최초로 적용했다. 인공지능을 통해 운전자의 주행 패턴을 분석,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흡사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인공지능 기반 지능형 항속 기술도 입혔다.

그 외에도 정밀 내비게이션을 기반으로 한 자동 감속 기술, 방향지시등 작동만으로 자동 차로변경보조 기술, 근거리 차로변경차량 인식 기술 등 차세대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술(HDA II)이 대거 적용됐다.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최초로 적용한 ▲증강현실(AR) 내비게이션과 ▲제네시스 카페이(차량 내 간편 결제 기술) ▲제네시스 통합 컨트롤러(필기인식 조작계) ▲강화된 음성인식 기술 등이 포함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GV80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SUV지만 그 동안 동급 SUV 차종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고급감과 안락함, 강력한 성능으로 무장했다”며 “기존 SUV 시장의 판을 뒤흔들 것으로 자신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차와 함께 기아차 SUV도 북미 시장에서 청신호를 켰다. 지난 13일(현지 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TCF센터에서 열린 ‘2020 북미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텔루라이드 SUV 부문 ‘북미 올해의 차’로 최종 선정됐다.

주최측은 텔루라이드를 “럭셔리 SUV 수준의 디자인과 프리미엄 경험을 선사하는 신사양 및 성능을 겸비한 SUV”라며 “기존 SUV 브랜드 들이 긴장해야 할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라고 평가했다.

한국 자동차의 북미 올해의 차 수상은 이번이 5번째다. 2009년 현대 제네시스 세단(BH), 2012년 현대 아반떼, 2019년 제네시스 G70(승용 부문), 현대 코나(SUV 부문)가 선정된 바 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