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항 포구 풍경.

봄소식은 남해 깊숙이 들어설수록 완연하다. ‘보물섬‘ 남해도의 풍경들은 비린 미역향과 함께 다가선다. 삼천포대교를 거쳐 섬의 남동쪽 끝자락으로 달리면 남해의 아름다운 포구 미조항이 모습을 드러낸다. 미조항은 멸치잡이배의 집어항이다. ‘미륵이 돕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어장이 기름지다. 국토를 종으로 가르는 3번 국도의 시발점인 초전마을을 지나면 미조항에 닿는다.

오붓한 포구 주변, 멸치쌈 식당

미조항의 첫 인상은 한가롭다. 어선이 드나드는 포구를 오붓한 마을이 에워싸고 있다. 미로 같은 마을 골목을 거닐면 포구마을 풍경이 따사롭게 골목에 내려앉는다. 여느 포구처럼 횟집, 다방 간판들이 담장을 채운다. 미조항에는 멸치회, 갈치회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모여 있다. 새벽이면 횟감을 내놓는 위판장도 들어선다. 봄이 오면 남해에서는 이곳저곳 시큼한 멸치잔치가 벌어진다. 마을마다 멸치액젓을 담가놓은 커다란 통들이 골목에 늘어서고, 식당들은 멸치조림, 멸치회 등을 내놓고 손님을 유혹하기에 바쁘다. 겨우내 숨죽였던 미조항도 봄만 되면 다시 들썩임이 시작된다. 예전 남해 주민들은 농사지을 때 새참으로 우물에 꽁보리밥을 넣어 뒀다가 상추쌈 안에 조린 멸치를 얹어 먹었다. 남해 마늘을 넣어 조린 멸치를 자작자작하게 국물까지 퍼서 상추쌈 안에 넣으면 맛이 좋았다. 멸치는 그만큼 흔하고 친숙했다. 멸치쌈 풍습은 미조항의 식당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남해의 옛 멸치잡이였던 원시 죽방렴은 섬 동북쪽 창선교 일대에 아직 남아 있다. 요즘 남해의 포구에서는 대부분 어선 그물망으로 멸치를 거둬들인다.

금산 보리암과 해변마을 드라이브

미조항 바다 건너로는 쌀섬, 팥섬 등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떠 있다. 미조항에서 설리까지 이어진 해안도로에서 포구와 바다를 내려다 보면 남해의 어촌마을들은 또 다른 탄성으로 다가선다. 비단결같은 상주은모래해변을 지나면 기암괴석이 즐비한 금산과 서포 김만중이 유배생활을 했다는 노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한려해상 국립공원인 금산에 자리잡은 보리암은 남해에서 일몰과 일출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보리암에서 내려다보는 한려수도의 바다는 아득하다. 보리암 뒤쪽으로 대장봉, 쌍홍문, 상사바위, 돼지바위 등 독특한 기암괴석들이 즐비하다. 금산 아래에는 모래사장이 드넓은 송정해변이 자리잡았다. 19번 국도는 또 다른 해안 드라이브 코스와 연결되는 1024번 지방도로 이어진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로 해안도로와 바다가 울렁이듯 춤을 춘다. 남쪽 바다를 향해 난 아기자기한 펜션들은 대부분 이곳에 모여 있다. 108개의 소담스런 계단식 밭으로 유명한 가천 다랭이 마을은 남서쪽 끝자락에 위치했다. 가천마을에서 남해읍내로 들어서도 볼거리는 풍성하다. 읍내로 가는 길에는 유배문학관과 국제탈공연예술촌이 자리했다. 유배문학관은 국내 최초의 유배 관련 문학관으로 서포 김만중의 사연을 접하고, 실제로 유배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세계각지의 탈이 전시된 국제탈공연예술촌은 장평저수지 주변으로 봄꽃들을 화려하게 피워낸다.

<여행 메모>

▲가는 길 : 남해 고속도로 사천 IC에서 빠져나와 창선, 삼천포 대교를 경유하면 섬 동북쪽으로 진입해 미조항까지 연결된다. 하동을 거쳐 남해대교에서 여행을 시작하려면 남해 고속도로 진교 IC를 이용한다. ▲식당 : 남해에서는 미조항 외에도 창선교 일대에서 멸치요리를 맛볼 수 있다. 창선, 삼천포대교 밑 창선포구에는 저렴한 회타운이 조성돼 있다. ▲숙소 : 깔끔한 모텔들은 삼천포대교 건너 첫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단항 방향에 밀집돼 있다. 미조항, 가천 마을에서 민박도 가능하다.

글ㆍ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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