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연기부터 겨울야구까지 ‘혼란’

KBO는 10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28일로 예정된 정규리그 개막을 4월 중으로 잠정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1982년 프로 출범 후 최초로 시범경기를 전면 취소한 데 이어 정규리그 개막일마저 처음으로 늦춰졌다. 사진은 11일 서울 잠실야구장. 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프로스포츠들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프로야구 역시 개막을 4월로 잠정 연기하면서 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긴급 이사회를 열어 KBO리그 개막일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4월 중순을 개막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향후 코로나19 확진자 수 등 사회 분위기 등을 고려해 일정을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BO는 이미 개막 2주 전 예정돼 있던 시범경기를 전면 취소한 바 있다. 3월 14일 개막해 총 50경기가 치러질 예정이었던 시범경기는 코로나19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고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늘어나면서 선수단과 관중들의 안전을 우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시범경기 취소로 인한 스프링캠프 혼란…4월까지 기나긴 자체 훈련 실시

시범경기 취소는 당연히 10개 구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시범경기 일정에 맞춰 해외 전지훈련 일정을 잡은 10개 구단은 시범경기가 취소되자 해당 기간 동안 전지훈련 일정 연장 혹은 근접 지역 내 팀들과의 연습경기를 추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해외 전지훈련 연장을 추진했던 팀들은 연장에 따른 경비나 야구장, 숙박, 식사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해 예정대로 귀국을 추진했고, KIA와 롯데만이 연장에 성공했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진세로 항공편이 줄줄이 결항되면서 급하게 귀국길에 오른 팀들도 있었다. 한화가 이같은 이유로 귀국 일정을 하루 앞당겼고, 대만으로 전지훈련을 떠난 키움과 두산 2군은 항공편이 무더기로 결항되 전세기를 띄워 겨우 귀국에 성공했다. 일본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떠난 삼성과 LG는 캠프 연장에 성공하나 싶었지만, 일본 정부의 한국인 입국 규제 강화 방침에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은 15일 귀국 예정에서 8일 서둘러 귀국했고, LG도 19일 귀국 예정이었지만 7일 급하게 한국으로 돌아왔다. 특히 삼성은 연고지 대구의 확진자가 속출하는 상황이라 오키나와에서 훈련하는 것이 더 나았는데, 일본의 제한 조치로 결국 빠른 귀국길에 올랐다. 설상가상 직항편까지 끊기면서 일본 본토를 경유하는 코스로 귀국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귀국은 했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규시즌 개막까지 시범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유지하려고 했던 구단들은 시범경기가 취소되자 해당 기간 동안 근접 지역 내 팀들과의 연습경기를 추진했지만, KBO가 구단 간의 전염 가능성을 고려해 구단 간 연습경기 자제를 권고하면서 이마저도 무산됐다. 대신 구단 내 자체 청백전만 허용했다. 그러나 설상가상 정규시즌 개막도 4월까지 연기되면서 선수단은 기약 없는 한 달을 보내게 됐다.

외국인 선수 18명 귀국 연기, 10개 구단 또 하나의 변수

코로나19 여파로 예상치 못한 ‘이탈’도 생겼다. 전지훈련을 끝마친 외국인 선수들이 국내 코로나 확진세에 우려하며 한국 대신 외국에서 개인 훈련을 하는 것을 택했다. 키움과 LG, KT, 한화, 삼성, 롯데 6개 구단의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 입국 대신 미국 등에서 따로 훈련을 진행하는 것을 택했다. 30명 중 18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대부분 개막 일정이 확정되면 2주 전에 돌아오기로 약속은 했으나 우려의 시선은 당연히 남아 있다. 현재 정규시즌이 중단된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에서도 외국인선수 이탈자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3명이 ‘자진퇴출’을 택한 데 이어, 프로배구 역시 남자배구와 여자배구에서 총 4명의 선수가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프로야구도 예외가 아니다. 확진세가 계속되고 국내 외국인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불안감이 이같이 가증되면서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심리적인 영향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단 별로 자체적으로 외국인 선수들을 안심시키고 있고 체계적인 훈련 프로그램까지도 계획해주면서 관리하고 있지만, 단 한 명의 외국인 선수라도 이탈한다면 해당 구단에게는 치명적인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개막 연기부터 겨울야구까지, 사상 최대 변수 맞은 KBO리그

코로나19로 인해 리그 일정부터 외국인 선수들까지 큰 변수가 여럿 생겼다. 이 가운데 KBO는 일정 연기에도 불구하고 경기 수 축소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관중 수입이나 경기 수에 따른 광고 계약 등 복잡한 관계가 얽혀 있어 KBO가 쉽사리 축소를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4월 중순 개막을 마지노선으로 11월에 포스트시즌 일정까지 모두 마치는 그나마 최선의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중이다. 하지만 확진세가 계속된다면 4월 중순 개막 역시 불투명하다. 여기에 올 시즌엔 올림픽 휴식 기간도 겹쳐 있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KBO리그는 7월 24일부터 8월 10일까지 도쿄올림픽 때문에 2주 이상 쉬는데, 여기에 우천 취소 등 여러 변수가 겹친다면 자칫 11월을 넘어서까지 시즌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만약 경기 수가 축소되지 않는다면 KBO는 월요일 경기나 더블헤더 등의 일정으로 일정 연기를 최소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 또한 구단들에게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개막 연기부터 엑스트라 스프링캠프, 그리고 겨울야구까지. 어느 때보다 큰 변수를 맞이한 KBO리그다. 코로나19 변수가 KBO리그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윤승재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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