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 30년 만에 우승 앞두고 리그 연기… 김광현 ML 첫 등판도 미뤄져

모두가 힘들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퍼지면서 당장 생계를 위협받고 생업이 흔들리는 이들이 많다. 너나 없이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어 아픔의 경중을 따질 일은 아니나 서로 사는 환경이 다르다 보니 차이는 존재한다. 당연히 동종업계 안에서도 입장에 따라 상대적으로 더 억울한 사연들도 많다. 다만 눈치가 보여 속만 끓일 뿐. 마음 같아서는 ‘내가 더 억울하다’고 소리치고 싶은 이들의 말못할 사연을 들어본다.

리버풀.

리버풀 : 30년 만에 우승이 눈앞인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정상을 눈앞에 두고 유로2020이 1년 연기되면서 참 난감한 신세가 됐다. 리그 무효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또 리그를 완주하지 않은채 중간성적만으로 우승이 결정되면 정통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코로나가 유럽을 휩쓸기 시작하면서 17일(한국시각)까지 경쟁팀 아스날의 미켈 아르테타 감독, 첼시의 윙어 허드슨 오도이 등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고 스페인 발렌시아는 선수단 35%가 확진자로 드러났다. 리버풀의 마지막 우승은 1989~ 1990시즌. 드디어 30년 만에 리그 우승에 단 승점 6점만 남겨둔 상황이다. 남은 9경기에서 2승을 하거나 2위 맨체스터 시티가 지는 순간 한경기만 이겨도 된다. 리그가 중단된 3월 둘째주 주말 경기에서 맨시티가 지고 리버풀이 이겼다면 리버풀은 남은 8경기 볼 것도 없이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리버풀 입장에서는 30년간 못해본 우승의 한이 참 크다. 그 사이 무려 5번이나 준우승을 하며 찾아온 기회다. 2위 맨시티와 무려 승점 25점차나 날 정도로 너무나도 압도적인 시즌이었기에 더욱 아쉽다. 리버풀이 30년간 우승을 못하는 동안 철전지 원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무려 13회의 리그 우승을 하며 총 20번의 우승으로 리버풀의 우승 경력 18회를 훌쩍 넘어섰다.

여자농구 우리은행 : 찜찜한 정규리그 1위

여자농구 WKBL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지난 8일자로 리그가 중단됐다. 당초 25일 리그 속개를 예정했지만 20일 현재 리그 재개없이 시즌을 종료하기로 합의했다. 우리은행(21승6패)은 ‘디펜딩 챔피언’ 청주 KB(20승8패)에 1.5게임 차로 앞서 있다. 우승 매직넘버가 고작 ‘1’이다. 남은 3경기에서 1경기만 이기면 된다. 그런 상황에서 리그가 멈춰섰고 이대로 종료됐다. 우리은행에 이번 시즌 정규리그 우승은 예전보다 더 절실했다. 우리은행은 2017~18시즌까지 7시즌 연속으로 통합우승을 했던 최강팀. 하지만 지난시즌 박지수의 KB에 밀려 2위로 밀렸고 챔피언결정전마저 올라가지 못했다. 여자농구 역사상 첫 8시즌 연속 통합 우승의 꿈이 물거품이 됐었다. 그렇기에 더욱 올시즌 우승을 절치부심했던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1승만 하면 되는 우승에 더 아쉬울 수밖에 없다.

세인트루이스 김광현.

기성용-이승우-김광현 : 처음 찾아온 기회를

FC서울과의 협상 진통을 겪은 후 스페인 라리가의 마요르카로 향한 기성용도 답답하다. 이적 후 지난 7일 기성용은 한국인 7번째로 스페인 라 리가 무대를 밟았다. 후반전 교체투입돼 10분가량을 뛰며 드디어 스페인 무대에 안착해 출전시간을 늘려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10분의 출전 이후 리그가 중단되면서 기성용 입장에서는 올시즌 적은 출전 기회의 아쉬움을 풀 장이 닫혀버리게 됐다. 가뜩이나 마요르카와 4개월 단기계약을 해 6월 30일 계약만료다. 이러다 10분 출전을 끝으로 스페인 생활을 마감할지도 모를 기성용이다. 벨기에 신트 트라위던의 이승우는 드디어 찾아온 기회였는데 코로나가 야속하다. 전반기 마지막경기에서 교체출전한 것이 전부였던 이승우는 지난달 24일 헨트전 이후 3경기 연속 출전을 하며 드디어 주전경쟁에서 이겨내는가 했다. 그사이 온갖 조롱 등을 겪었기에 이제야 한을 푸는가 했지만 갑자기 리그가 중단되면서 기껏 찾아온 기회가 초기화될 위기에 놓였다.

야심차게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역시 메이저리그가 5월에야 개막이 가능해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김광현의 선발진입 가능성이 높았던 가장 큰 이유는 2~3선발급으로 확고한 선발 투수였던 마일스 마이콜라스의 부상때문이었다. 하지만 개막이 연기되면서 마이콜라스는 5월에는 부상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다시 김광현은 5선발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김광현의 몸상태 우려도 있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이기에 그 어떤 선수보다 빠르게 몸을 끌어올렸다. 스프링캠프부터 95마일에 육박하는 공을 던지며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일각에서는 ‘오버페이스’라는 우려까지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진출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야만 선발 진입 혹은 개막 로스터 진입이 가능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실제로 남들보다 더 빨리 몸을 끌어올렸기에 4경기 8이닝 무실점의 시범경기 성적도 가능했다. 그러나 갑자기 개막이 연기되면서 지나치게 빨리 끌어올렸던 몸상태가 확 식게 됐다. 서서히 타는 장작은 불이 잘붙지만 이미 타버린 장작에 불을 붙이기란 쉽지 않다. 김광현 입장에서는 참 답답하다.

이재호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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