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물갈이는 총선 승리 전제조건인가

역대 국회를 돌아보면 전체 의원 중 초선의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항상 높았다. 초선 비율은 17대 62.5%, 18대 44.8%, 19대 49.3%, 20대 42.3%에 달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 경쟁적으로 신인을 기용했다. 초선이 상대적으로 많은 당은 총선에서 승리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하지만 항상 초선이 많았음에도 국회가 달라지고 새로워졌다는 평가가 없었던 건 우리나라 헌정사의 아이러니다.

높은 초선 비율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초선 비율이 높은 이유로 ‘국회에 대한 국민의 낮은 신뢰’를 꼽았다(2009년 논문).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이 현역보다 초선에 투표한다는 것이다. 김현진 서울대 박사는 “새로운 인물에 대한 갈망”이라고 말했다.

당내 리더들이 자기 조직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초선비율을 높였다는 시각도 있다. 김 박사는 “지도부가 계파 정치를 확대하기 위해 초선비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경력을 쌓은 의원들은 지도부의 잠재적 경쟁자가 될 수 있다”며 “지도부는 초선비율을 높이고 기존 의원들을 컷오프시킴으로써 경쟁자를 미연에 방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달리 미국 하원선거의 재선율은 평균 90% 이상을 차지한다. 김 박사는 “이 같은 현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미국의 경우 전문성과 경력에 따라 공천이 이뤄지는 반면 한국은 전문성보다 참신한 이미지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성과 경력의 부재가 초래할 수 있는 부정적 측면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초선 많을수록 승리하는 이유
초선 비중이 높은 정당은 총선에서 의석을 상대적으로 많이 가져갔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초선 비율 71.1%)은 한나라당(50.4%)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했다. 18대에선 초선비율이 53.6%였던 한나라당이 민주통합당(25.9%)을 꺾고 승리했다. 19대 때는 새누리당(51.3%)이 더불어민주당(44.1%)을 제쳤다. 20대 총선에선 초선 비율이 46.3%였던 더불어민주당이 새누리당(36.9%)과의 대결에서 승리했다.

초선비율과 선거 승리의 관계에 대해 강상호 국민대 교수는 “정당 이미지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인물교체”라며 “우리 정당들은 정책보다 인물을 중요시하는 정치 공학에 매몰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박사도 “초선비율이 높은 것은 유권자를 향한 캠페인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새로운 인물 영입을 통해 변화와 개혁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하지 않는 국회 초선의원 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변함이 없었다. 김 박사는 “물갈이를 피해 간, 재선 이상을 노리는 인물들의 자기반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인물 영입이 구태의연한 기존 행태를 덮어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선의원의 이념과 성향도 원인이었다. 김 박사는 “이념적으로 정당과 비슷한 인물 위주로 충원되고 있다”며 “초선이 당 지도부를 향해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선 상당수는 지역구보다 비례대표를 통해서 유입된다”며 “비례 출신 의원들은 본인의 존재 기반인 정당에 대한 귀속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천과정에서 본인에게 힘을 실어준 지도부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미국과 비교해 한국은 당 지도부의 힘이 더 강하다”며 “지역구 투표의 경우 지역 인지도나 조직력이 낮아도 지도부의 평가가 좋으면 공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년 넘게 지역 민심을 닦아왔던 당협위원장들이 지도부에 의해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21대 총선서도 물갈이 효과가 작용할까
이 같은 선거 공식이 21대 총선에서도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현역 물갈이 이슈를 덮어버렸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코로나 19의 확산 초기에는 더불어민주당이 불리했다”며 “하지만 현재는 미래통합당이 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합당이 팩트를 거론하기보다 비판의 수위를 높이기만 했다”며 “통합당은 ‘위기 상황을 함께 극복하자’며 타협의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고도 했다. 통합당은 민주당의 ‘대구 봉쇄 발언’을 비판했지만 정작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대구에 내려가지 않고 화상 면접을 했다.

정부의 위기상황 대처능력이 선거 공식에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강 교수는 “코로나 19가 국내로 유입됐을 때 정부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선진국들이 한국을 모델로 삼아 코로나 19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유선 기자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