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리그 일정 ‘혼선’… 내년엔 WBC와 겹쳐

마스크를 쓰고 리그 일정을 논의 중인 정운찬 총재(가운데) 및 KBO 이사회.

2020년 7월에 예정됐던 도쿄 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도쿄올림픽을 늦어도 2021년 여름까지 연기한다고 밝혔다.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연기 압박을 받아왔다. 급기야 영국과 캐나다, 호주 등 주요 국가들이 올림픽 보이콧을 외치자 IOC와 일본이 백기를 들면서 연기가 확정됐다. 올림픽 연기는 야구 대표팀, 그리고 KBO리그에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대회가 열리는 기간 동안 리그 일정을 중단할 정도로 올림픽 야구에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 일정이 내년으로 미뤄짐에 따라 리그 새 일정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사라진 18일의 올림픽 휴식기, KBO리그 일정에 ‘숨통’

KBO리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시범경기를 취소하고 수차례 개막을 연기했다. KBO는 긴급 실행위원회를 통해 처음에는 일주일 연기를 논의했으나, 계속되는 코로나19 확산세에 ‘개막 마지노선’이라 말한 4월 20일 이후로 개막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KBO가 4월 20일을 ‘개막 마지노선’으로 잡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10월까지 144경기를 정상적으로 치르면서 11월에 포스트시즌을 마치는, 겨울야구를 최대한 피하는 시나리오를 계산한 일정이다. 여기엔 7월 24일부터 8월 10일까지 2주 이상의 도쿄올림픽 휴식기가 포함돼 있었다. 올림픽 기간 동안 리그 일정을 ‘올스톱’하고 대표팀에 ‘올인’하는 시기다. 이 휴식기까지 고려해 일정을 계산한 ‘마지노선’이 4월 20일이었다. 그러나 이 휴식기 때문에 KBO가 새 일정을 짜는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막이 연기된 상황에서 2주 이상의 휴식기까지 고려하기엔 일정이 너무 빡빡했다.

하지만 올림픽 연기로 휴식기가 없어지면서 자연스레 KBO리그 일정에도 숨통이 트였다. 사실 4월 중순 개막도 불안하긴 했다. 최근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세가 줄어들고 있고 방역 체계도 세계적인 찬사를 받고 있지만, 1만명 이상의 관중들을 운집시키기에는 아직 안전상으로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다행히 올림픽이 1년 미뤄지면서 일정 조율에 여유가 생겼다. 사라지는 올림픽 휴식기 18일까지 고려해 5월 초순에 개막하는 시나리오를 세울 수 있다. 더 안전한 상황 속에 무관중 경기 없이, 이전보다 다소 여유로운 일정으로 시즌을 치를 수 있는 상황이다. 구체적인 KBO의 개막 일정은 4월 6일 초중고 개학 결정에 맞춰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정상적으로 개학이 이뤄진다는 것은 정부가 코로나19로부터 어느 정도 안전해졌다고 판단한 것이고, 아울러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완화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개학이 미뤄질 경우 개막 역시 불투명하다. 그러나 다행히 올림픽 연기로 약간의 여유를 벌었다.

우천 취소-코로나19, 변수는 많다…체력-선수층 중요해진 시즌

여전히 불안 요소는 많다. 많은 변수에도 KBO는 경기 수 축소는 고려하지 않았다. 관중 수입이나 경기 수에 따른 광고 계약 등 복잡한 관계가 얽혀있기 때문. 일정이 다소 빡빡하더라도 어떻게든 144경기를 모두 채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그렇기 때문에 리그 일정은 여전히 빡빡하다. 시즌 중 변수는 많다. 예상치 못한 우천 취소와 코로나19 등의 변수가 겹친다면 자칫 11월을 넘어서까지 시즌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KBO는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인 구성원이 단 한 명이라도 나오면 해당 구단의 일정을 ‘올스톱’시킨다. 이는 시즌이 시작되고 나서도 마찬가지. 시즌 중 의심 증세를 보인 선수가 비록 음성 판정을 받는다고 해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하루이틀은 훈련이나 경기를 치를 수 없다. 경기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

결국 올림픽 휴식기는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월요일 경기와 더블헤더가 불가피해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선수들의 체력 관리와 선수단의 뎁스(선수층)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빡빡한 일정으로 올스타전과 올스타전 브레이크마저 없어질 위기다. 구단들이 전열을 정비할 수 있는 올스타전-올림픽 두 휴식기가 모두 없어지면서 선수 관리와 선수층이 여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시즌이 될 전망이다. 올림픽 연기는 야구 국가대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다행히 축구처럼 연령 제한이 없어 선수 구성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김경문 감독의 계약 기간과 주요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그리고 같은 해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변수는 다양하다.

WBC에 올림픽까지 한 해에 두 대회, 에이스들의 ML 진출 러시도 변수

우선 올림픽이 1년 연기되면서 야구 국가대표팀은 1년에만 국제대회를 2개나 치러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대표팀은 2021년 3월에 열리는 WBC와 같은 해 5월로 예정된 올림픽까지 두 대회를 치러야 한다. KBO리그는 또 다시 혼란을 빚을 전망이다. 3월에 열리는 WBC에 맞춰 KBO리그는 시범경기와 개막 일정을 미뤄야 하고 올림픽에 맞춰 휴식기를 또 마련해야 한다. 경기 수가 축소되지 않는 이상 또 빡빡한 일정 속에 다양한 변수에 전전긍긍하며 시즌 일정을 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 임기에도 변수가 생겼다. 지난해 1월 올림픽 우승을 목표로 선임된 김경문 감독의 임기는 2020년 올림픽까지다. 하지만 그 목표였던 올림픽이 1년 미뤄지면서 김 감독의 계약 연장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현재로서는 김경문 감독의 연임이 확정적이지만, 올림픽에 앞서 WBC까지 지휘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만큼 김 감독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대표팀 구성에도 변수가 생긴다. 앞서 국가대표 에이스 양현종과 김하성 등이 이번 시즌을 마치고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내년에 이들이 좋은 성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안착하면 좋겠지만, 1군 26인 로스터 안에 든 메이저리거들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대표팀은 주전 선수들을 잃은 채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해야 한다. 머리가 복잡하다.

윤승재 스포츠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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