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

올 초부터 극장가에 불어 닥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많은 영화들의 운명을 뒤바꿨다. 상반기 공개 예정이었던 대부분의 영화들이 모든 일정을 연기했고 배우들 역시 무기한 대기에 들어갔다. 여전히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각 멀티플렉스들의 꼼꼼한 방역 체계 속에서 극장가의 타임라인은 다시 한번 가동을 시작했다. 이 가운데 두 차례 개봉일을 연기했던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 역시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결백’은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막걸리 농약 살인사건, 기억을 잃은 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엄마 화자(배종옥)의 결백을 밝히려는 변호사 정인()이 추시장(허준호)과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한 추악한 진실을 파헤쳐가는 추적극이다. 은 엄마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딸 정인 역을 맡았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저희 아버지께서 추천해주신 작품이었어요. 시나리오를 보시더니 ‘이건 꼭 했으면 좋겠다, 영화로 보고 싶다’고 하셔서 저도 출연을 결심하게 됐죠. 단순한 법정 스릴러를 넘어서 가족의 의미까지 내포한 지점이 마음에 드셨나봐요. 저 또한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좋았어요. 남한테 쉽게 굽히지 않는 정인의 성격이 마음에 들었고요, 작품 전체적으로는 숨겨진 비밀, 반전 덕에 몰입감부터 속도감까지 느껴져서 좋았죠.” 이 연기한 정인은 대형 로펌의 변호사로, 어느 날 TV를 통해 엄마가 살인 용의자로 체포됐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을 찾고 직접 엄마의 변호를 맡지만 수상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추악한 진실이 선명해지고 정인은 혼란에 빠진다. “정인은 친구가 없을 것 같은 인물이에요. 유머러스하지도 않고 내면의 트라우마 때문에 남한테 속을 잘 드러내지도 않죠. 딱딱한 나무젓가락처럼 쉽게 부러질 것 같지만 꼿꼿하게 서있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내 얼굴의 어떤 근육에 힘을 줘야 날 서 보일까’, ‘이런 눈빛은 어떻게 보일까’ 관찰하고 고민했죠.”

추적극이라는 장르를 내세운 만큼 현실감 넘치는 액션신들은 ‘결백’의 볼거리 중 하나다. 정인이 단서를 쫓기 위해 벌이는 차량 추격신에서는 리얼리티를 위해 차량에 카메라를 세팅하고 무전으로 상황을 공유했다. 특히 의 뛰어난 운전 실력이 빛을 발해 박상현 감독이 극찬했다는 전언이다. 은 “차만 몰 줄 알면 어렵지 않은 액션이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지금까지 추적극들이 대부분 남성 캐릭터 위주였다면, ‘결백’은 두 여배우가 묵직한 드라마를 끌고 가는 여성 중심의 추적극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배종옥은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시너지로 완벽한 차별성을 부여했다. “‘여성 투톱’ 영화이기 전에, ‘결백’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예요. 정인이 직업적인 윤리의식 속에서 갈등하다가 내린 결정을 옳다고 볼 수는 없을 거예요. 그래도 딸로서 엄마에게 빛을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대신 본인은 어둠 속에서 살게 됐죠. 신념을 구부린 것이니까요. 엄마가 날 위해 희생했던 것처럼 딸로서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해요. 아마 정인의 선택을 두고 어떤 분은 잘못됐다고 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옳고 그름을 가르는 게 포인트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결말이라 좋았어요.”

지난 2013년 KBS 2TV ‘학교2’로 데뷔한 은 맡은 작품마다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시청률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리고 데뷔 7년차에 만난 ‘결백’으로 첫 스크린 주연을 맡았다. “저는 운이 좋은 배우예요. 저보다 고생 많이 하신 분들도 많고 그에 비하면 나름 빨리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 역시 어릴 때부터 연기가 간절했어요. 데뷔 전엔 누가 오디션을 본다는 얘기만 들어도 부러웠죠. 그랬던 제가 영화의 주연을 맡았다는 게 지금도 감격스러워요. 첫 주연작이라 흥행도 기대되지만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코로나19 상황이 빨리 나아져서 많은 관객 분들과 영화관에서 만나길 바라고 있어요. 오랜만에 영화관에 오신다면 ‘결백’에 관심 가져주세요.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실 거예요.”

조은애 스포츠한국 기자 사진=키다리이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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