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김부겸 민주당 의원

민주당 당권 경쟁 시작…승부는 친노·친문 손에
정부 여당 악재에 시달리며 문대통령 지지율 요동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불안…민주당도 동반 추락
추 법무장관 입장문 유출사건 발생 정부에 큰 짐

민주당 당권 경쟁에 불이 붙었다. 유력한 대권 주자인 이낙연 의원이 지난 7일에 “국가적 위기 상황, 가시밭길 마다하지 않겠다”면서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국난극복이야말로 당정의 시대적 책임이고, 그것이 문재인정부의 성공"이라며 "국난극복과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민주당은 정부에 협조하고 보완하면서도, 때로는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를 선도해 최상의 성과를 내는 '건설적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 길을 열고 걷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코로나19 확산,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침체와 민생 고통, 격차 확대·청년층 좌절·저출생 고령화 문제, 평화의 불안 등 중첩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하며 경제입법, 사회입법, 개혁입법, 한반도 평화 진전, 일하는 국회 정착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소통하며 지혜를 모으는 가칭 '민생연석회의'와 '평화연석회의'를 구성해 가동할 것을 여야에 제안한다"고 도 밝혔다. 민주당에 대해선 새로운 각오와 태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느 경우에도 거대 여당의 본분을 다하는 ‘책임 정당’, 모든 과제에 성과로 응답하는 ‘유능한 정당’, 국민과 역사 앞에 언제나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한 정당’, 내외정세와 지구환경, 인간생활과 산업의 변화를 직시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도록 ‘공부하는 정당’, 미래 세대에 희망을 드리고 신뢰를 받는 ‘미래 정당’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맞서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꽃가마 타는 당 대표가 아니라, 땀 흘려 노 젓는 ‘책임 당 대표’가 되겠다”며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재집권의 선봉에 서겠다”며 “임기 2년의 당 대표 중책을 완수해 국민을 하나로 모아 더 큰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5년 재집권을 이루고, 100년 민주당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호소했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책임 국가’를 위한 코로나19 사태 이후 시대 대비, 검찰 개혁 완수, 남북 관계 교착 상태 돌파, 부동산 자산 불평등 해소, 광역상생 발전 실현, 노동·일자리 문제 해결 등 6대 정책 공약도 함께 발표했다. 김 전 의원은 특히 최근 크게 이슈가 된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철저한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다주택 보유 정치권 인사와 고위공직자는 3개월 내에 부동산을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김 전 의원은 “코로나 이후 '책임국가' 대한민국은 국민의 더 나은 삶, 더 안전한 삶, 더 고른 기회를 책임져야 한다. '책임국가' 실현을 뒷받침하는 '책임정당' 민주당을 이끌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당권 경쟁 양자 대결 구도속에서 두 후보의 영입 경쟁에도 불이 불었다. 우선, 1990년대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쌓아온 친노 원로 정치인영입이 눈에 띈다.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 이강철 전 청와대(노무현 정부) 시민사회수석은 이낙연 의원 편에 섰고,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각각 후원회장·상임고문으로 김 전 의원 캠프에 합류했다. 두 후보가 앞다퉈 친노 인사를 영입하는 배경에 대해 당 내부에선 “당 핵심이자 주류인 친문 그룹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그 기원에 해당하는 친노 세력을 우선 포섭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노·친문 세력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의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김부겸 후보 모두 경쟁력 있는 인물로 장·단점이 있다. 이낙연 후보의 최대 강점은 부동의 대선 후보 1위에 기반 한 ‘이낙연 대세론’이다. 지난달 30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발표한 6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결과, 이낙연 의원은 30.8%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5월 조사 대비 3.5%포인트 하락했지만, 13개월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이 의원은 8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민주당에는 대선 후보가 아무도 없다"며 자신이 차기 주자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데 대해 "굉장히 과분하다"면서도 "국민들의 기대나 목마름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저에게 투사됐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일면 자부심을 보였다. 이 의원은 자신에게 오는 '국민의 기대'란 "문제를 해결해 가는 리더십에 대한 갈망일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5선·인천 계양을) 의원이 7일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대선후보 이낙연 당대표 낙마하면 치명타"라며서 이 의원을 간접적으로 지지했다.

이 의원의 약점은 ‘임기 7개월 당 대표’다. 이 의원은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내년 3월에 중도 사퇴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에 대하 이 의원은 "당을 2년간 맡겠다는 분들이 지방선거 공천권을 갖게 되는데 내년 봄에 누군가 그만둘수 있다고 하면 그 경쟁이 내년 봄까지 미뤄지는 것"이라면서 "국가적인 위기때는 그런 경쟁은 뒤로 미루는 것이 더 좋지 않는가 그런 판단"이라고도 했다.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대 최장수 국무총리 전남지사, 4선 국회의원 등 풍부한 국정 및 정치 경험을 갖고 있다. 더불어 안정적인 이미지가 큰 자산이다. 여기에 친노-친문이 아니라는 초계파성이 통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 의원의 최대 위협 요인이 호남 출신으로 표의 확장성이 약하다는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호남지역 28곳 지역구에서 27곳에서 승리하고, 59.0%(1,645,765표)의 득표율을 얻은 것은 바로 이낙연과 정세균을 축으로 하는 ‘호남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열망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문제는 호남을 넘어 과연 표를 확장시킬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경선에서 호남이 영남지역 출신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켜 노풍을 일으켜 대선에서 승리한 원동력은 바로 확장성 때문이었다. 따라서 이번 당 대표 경선에서 민주당 당원들이 “영남 대표, 호남 대선 후보‘ 구도에 손을 들어주면 이 후보는 불리하다.

김 전 의원의 최대 강점은 민주당 험지로 꼽히는 영남 출신으로 표의 확장성이다. 김 전 의원은 “차기 대선 승리의 확실한 길을 알고 있다”며 ‘영남 300만 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750만 명이 영남에서 투표했다”며 “당 대표가 되면 대선까지 1년 6개월의 시간이 있는데 영남에서 정당 지지율 40%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의식한 발언이다.

최대 약점은 낮은 인지도다. 4선 의원 출신이지만 이낙연 후보와 비교해 인지도가 낮다. 더구나, 김 전 의원은 1997년 신한국당과 민주당 합당으로 출범한 한나라당에 합류한 이력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당 대표 경선에선 당내 다른 대권 후보들과의 연대가 기회가 될 수 있다. 정세균계를 비롯해서 이재명 경기 지사 등과 연대를 구출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전당대회는 대선 전초전이 아니다”라며 “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2년 당 대표론을 내세운 것은 이 의원과의 차별화 전략이다. 김 전 의원은 “내년 4월 7일 재·보궐 선거의 승패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의 갈림길”이라며 “이 중요한 선거를 코앞에 둔 3월에 당 대표가 사퇴하면, 선거 준비가 제대로 되겠나”고 이 의원을 겨냥했다. 김 전 의원을 위협하는 최대 요인은 '이낙연 대세론'이다. 김 전 의원은 이를 '재집권 선봉자'론으로 극복하려고 한다.

민주당 당권 경쟁은 불이 붙었지만 정부 여당은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한국갤럽의 7월 2주(7일~9일)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 한다’는 긍정 평가는 47%였다. ‘잘 못한다’는 부정 평가는 44%였다. 5월 1주(71%)와 비교해 두 달 만에 지지율이 무려 24% 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총선의 총 유권자수가 4400만 명인데, 숫자로만 보면 무려 천만명 이상이 이탈한 셈이다. 리얼미터·YTN 조사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7월 1주(6월29일-7월3일) 조사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3월 3주 이후 15주 만에 처음으로 40%대로 내려앉았다. 긍정 평가는 49.8%, 부정평가는 45.5%로 차이는 4.3%포인트로 크게 좁혀졌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대통령 지지율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부동산 대책 관련 발언이 논란이 된 뒤 큰 폭으로 떨어졌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 강남 아파트가 아닌 청주 아파트를 판다고 발표했던 다음 날에도 또 한 번 출렁였다. 김 장관은 지난 30일 국회 예결위에서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집값 잡기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지금까지 정책은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황당한 발언을 했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정부가 3년간 21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으나 '땜질식' 핀셋 규제와 오락가락하는 정책 추진으로 주택 가격이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며 정책 전환을 요구했다. 경실련은 지난 23일 문재인 정부들어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 간의 상승률보다 2.5배가 넘고 상승액도 3배가 넘는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김헌동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본부장은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청와대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고위 공무원 상당수가 다주택자인데, 투기를 비호하는 관료들이 집값을 오르게 만들었다가 이제 와서 잡는 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대통령 지시로 비서실장이 지난해 말 청와대 다주택자들에게 한 채만 남기고 팔라고 했어도 거의 팔지 않았다”며 “이런 사람들이 내놓은 대책이 실효성이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노영민 비서실장이 7월 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

이런 와중에 노영민 비서실장이 청와대 참모들에게 1가구 1주택을 권고하면서 ‘똘똘한 한 채’(반포)를 남기고 3선을 한 지역구의 아파트(청주)를 매물로 내놓아 공분을 샀다. 이런 행태는 청와대가 집값을 잡기는커녕 '강남불패' 신호만 줬다는 비판으로 연결됐다. 결국 노 실장은 8일 성난 민심을 잡기 위해 "7월 내 반포아파트 팔겠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문 대통령이 '일본처럼 우리도 집값이 폭락할 테니 집을 사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면서 “대통령이 참모로부터 과거 잘못된 신화를 학습하셨구나”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전 국민이 실험대상도 아니다"라며 "정책이 듣지 않으면 정책을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갤럽의 7월 2주 조사에서 대통령 직무 수행 부정 평가 이유로 가장 많은 25%가 '부동산 정책'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지금 최고의 민생 과제는 부동산 대책”이라고 했다. 6·17 부동산 대책을 두고 여론이 크게 악화하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황급히 진화에 나섰다. 급기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최근 부동산 시장이 매우 불안정해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현재 가계 유동성이 1500조원이 넘어가는 상황이라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에 투자가 집중되기 마련이라서 긴급 처방과 금융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주택은 안정적인 삶의 조건이라 투기 대상으로 삼는 행태를 강력히 규제하고 실수요자의 안정적 주거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노 실장에 대한 비판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부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재산 처분권은 헌법에 보장돼 있는데, 공무원은 집 두 채 이상 있으면 팔라는 게 제대로 된 나라냐”고 덧붙였다. 한 통합당 관계자는 “본질은 강남 집값을 올려놓은 문 정부의 실정이지 강남 집을 아낀 노 실장이 아니다”라며 “개인보단 잘못된 원칙과 실패한 정책을 겨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하튼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목표ㆍ방향ㆍ타이밍이 잘못돼서 실패했다. 급기야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9일 '정의당-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정책 간담회' 때 "문재인 정부의 땜질 부동산정책은 실패했다"며 "저는 문재인 정부 부동산정책이 실패한 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철학 부재, 관료들의 무능, 신뢰 상실한 고위공직자’를 꼽았다.

부동산 대책 실패로 민주당 지지도도 하락해 40%대 아래로 추락했다. 민주당 지지도는 전주 대비 2.9%포인트 내린 38.3%였다. 30%대로 하락한 것은 지난 2월 2주차 조사(39.9%) 이후 20주만이다. 미래통합당 지지도는 통합당은 전주보다 2.0%포인트 오른 30.1%로 나타났다. 민주당과의 격차는 지난 3월 3주차(8.5%) 이후 15주 만에 다시 한 자릿수로 좁혀졌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서울(38.9%→31.7%), 20대(37.5%→31.6%), 중도층(40.8%→35.0%)에서 하락을 주도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한 '극약 처방'에 나섰다. 정부는 10일 다주택자와 단기 거래에 대한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고, 임대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개편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을 6% 수준으로 기존(3.2%)보다 상향 조정하고 1년 미만 보유한 주택을 팔 경우 70%의 양도소득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현 정부는 “다주택자를 양질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집주인으로 만들겠다"며 각종 세제와 대출 혜택을 제시하며 등록임대 활성화에 나섰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 달리 다주택자 절세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과도한 세제 혜택을 축소 또는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정권의 운명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다. 통합당은 추가 대책보다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부터 물어야 한다며 김현미 국토부 장관부터 해임하라고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대통령이 해임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해임 건의권을 행사하겠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9일 부동산 폭등과 관련, “문재인 정권과 다주택 고위 공직자들의 행태는 6·25전쟁 당시 한강 다리를 폭파해버린 것과 다름없다”며 “계층 이동 사다리의 맨 끝을 부여잡고 힘겹게 사는 서민·중산층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단순히 개별 정책의 실패가 아니라 총체적인 국정운영의 실패”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년간 부동산 정책의 총체적인 실패에 대해 국민에게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세계적으로 유동자금은 사상 최대로 풍부하고 금리는 사상 최저로 낮은 상황에서 정부는 최선을 다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며, 서민들과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대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라며 국회에도 “지난해 내놓은 12·16대책과 최근의 6·17대책은 물론 곧 내놓을 정부의 추가대책까지 포함해 신속히 입법으로 뒷받침해 주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라고 협조를 당부했다.

여하튼 이번에 발표된 22번째 부동산 대책도 국민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면 주무 장관을 포함해 청와대 정책 담당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실패 속에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간의 법·검 갈등이 심화되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일 채널 A 검·언 유착 사건과 관련 윤석열 총장이 소집한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 중단과 함께 수사팀이 대검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하라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윤 총장은 전국 고검장 회의를 논의를 토대로 김영대 서울고검장이 수사팀을 포함해 '독립적 수사본부'를 꾸리고 수사 결과만 보고받겠다는 절충안을 건의했다. 하지만, 추 장관이 곧바로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는 윤 총장의 건의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대검은 9일 "윤석열 검찰 총장의 수사지휘권 상실 상태가 이미 발생해 결과적으로 서울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됐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한다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극단으로 치달을 것 같던 양측의 충돌은 일단 봉합되었다. 추 장관은 9일 "장관의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공정한 수사를 바라는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검은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이라며 "(추 장관의 지시가)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윤 총장의)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간부가 추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홍승욱 천안지청장은 9일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법무부장관 수사 지휘의 아이러니”란 제목의 글에서 “의견 개진과 건의가 ‘지시 불이행’이냐”며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법치국가의 문제”라고 했다.

(왼쪽) 추미애 법무부 장관, (오른쪽) 윤석열 검찰총장/연합

윤 총장의 '지휘권 상실'로 검,언유착 수사 주체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난 8일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지시를 이행하라”는 입장문을 발표하기 전에 그 초안이 열린 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최 전 민주당 의원, 조국 백서 저자 등 범여권 인사들에게 유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야당은 ‘제2 국정농단, 법(法),정(政) 유착’으로 검찰 또는 특별 수사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9일 “법무부 행정에 관한 논의와 정보를 공유하는 사적인 네트워크가 법무부라는 공적 조직 바깥에 존재한다는 얘기”라며 “전형적인 국정농단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가세했다.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법무부 내부에서 실제로 검토되던 가안이 어떻게든 정리된 형태로 외부에 유출됐고, 이를 일부 인사들이 공유한 것은 현재와 같이 첨예한 검찰개혁 국면에서 국민들에게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가 알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내용 일부가 국회의원의 페이스북에 실린 사실이 있다"며 "다만 위 내용은 법무부의 최종 입장이 아니며, 위 글이 게재된 경위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다음날엔 "이번 사안은 장관과 대변인실 사이의 소통의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입장문 가안’ 유출 사건은 정부에 큰 짐이 될 수 있다. 피의자(최강욱 의원)가 법무부 장관과 짜고 검찰총장을 공격했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장관은 강도높은 감찰을 지시하고, 법무부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 검찰은 수사로 실체를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정치권의 극한 혼란과 혼돈속에서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지난 9일 실종됐던 여권의 차기 대권 유력 주자였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번 극단적 선택에 앞서 박 시장이 서울시 전직 비서에게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박 시장은 인권변호사로 시작해 참여연대를 설립한 영향력있는 시민운동가였다. 그 이후엔 3선의 최장수 서울시장으로 탄탄한 정치행보를 보여 왔고 정책적으로도 서민들의 복지와 환경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면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인물이었다. 최근엔 ‘서울판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은 충격 그 이상이다. 고인의 유언장도 공개됐다. 박 시장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며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고 했다. 박 시장은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는 문구로 유언장을 마쳤다. 차기 유력 대권주자였던 박 시장의 극단선택으로 향후 민주당 대권 구도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아직은 의혹에 불과하긴 하지만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안희정 전 지사와 오거돈 시장에 이어서 벌써 여당 출신 자치단체장의 3번째 성추문에 연루되었다는 것은 집권 세력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초대형 악재임에 틀림없다.

현재 정부 여당은 인천국제공항 정규직화 논란,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인한 대북 관계 악화, 6·17 부동산 대책 실패, 법무부 장관과 검찰 총장의 격돌, 박원순 서울시장 죽음 등의 악재가 넘쳐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여당의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최근 대통령 한마디에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행정독재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대통령의 하명에 역대 최대 규모의 35조 추경 예산이 국회에서 5일 심사 만에 처리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법무부 장관과 여당이 정권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총장을 압박해 사퇴시키려고 하는 것도 실상 절제되지 않는 권력이 몰고 온 기현상이다. 통상 견제 받지 않는 권력에 도취된 정부는 정책 실패에 무감각해지고, 자신들의 무능과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야당 탓과 언론 탓만 한다. 그뿐만 아니라 국회가 오랜 기간에 걸쳐 쌓아온 규범과 관행이 하루아침에 헌신짝처럼 버려지고 있다. 여당이 ‘제도적 자제와 상호 존중’의 규범을 무시하면서 ‘의회 독재’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효율적이고 건강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권력은 스스로 견제 받아야 한다. 야당, 언론, 시민단체, 지식인, 그리고 시민들에 의해 권력이 무차별적으로 견제 받아야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성숙한다. 그런데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은 어떠한가? 보수가 몰락하면서 야당은 무기력해졌고, 일부 언론은 ’진실 보도’를 외면한 채 정치적·정파적·이념적으로 이용되는 소재에만 치중하고 있다. 권력을 감시해야 할 시민단체(NGO)가 정치권력 비판의 칼을 내팽개치고 정치권 진입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오히려 권력화 되고 있다. 양식있는 지식인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어용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몰염치한 인간이 활개치고 있다. 촛불 혁명 이후 시민들의 능동적, 자발적 참여는 늘어나고 있다.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코로나19의 재난 극복의 견인차 역할도 했다. 그러나, 최근엔 팬덤 정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명 문빠로 불리는 열성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진영 내 어떠한 이견과 비판을 허용하지 않으며 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면 적폐 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기형적인 상황에서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는 없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의 미래>라는 책에서 “결국 시민의 생각이 가장 중요합니다.” “시민의 생각이 역사가 됩니다”라고 했다. 대한민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야당은 권력의 비판을 넘어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언론은 진영의 논리에서 벗어나 진실 보도를 해야 하며, 시민단체는 본연의 권력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지식인은 침묵에서 벗어나 견제받지 않고 있는 권력을 질타해야 한다. 그리고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

● 김형준 명지대 교수 프로필

- ▦아이오와대 정치학 박사 ▦한국선거학회 전 회장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개혁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