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폴론나루아, 캔디

바타나게 사원.
스리랑카 중부의 도시와 유적에는 세계문화유산 마크가 담겨 있다. 폴론나루아, 캔디 등 옹기종기 들어선 스리랑카의 옛 수도들은 싱할라 왕조의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공간들이다.

섬나라의 아침을 달린다는 것은 제법 흥미롭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유독 흰 옷을 사랑한다. ‘사리’로 불리는 여인들의 복장도, 학교에 가기위해 분주히 걷는 학생들도 죄다 흰 옷이다. 탐험가 마르코폴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스리랑카를 꼽았다. 탐험가의 호언 너머, 유적과 독특한 풍습이 뒤엉킨 땅은 수줍은 빛을 발한다.

스리랑카 전통결혼식.
플로나루아 와불상.
싱할라 왕조의 찬란했던 불교문화

스리랑카 싱할라 왕조는 아누라다푸라에서의 1500년 세월을 접고 힌두교도인 타밀족을 피해 중부 폴론나루아로 수도를 옮긴다. 스리랑카의 불교가 꽃을 피운 때가 11~13세기에 걸친 폴론나루아 시대다. 인구 3만여명의 옛 수도 폴론나루아는 도시 전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다.

흔적만 남은 왕궁터와 달리 왕궁 옆 사원들은 단아한 유적들을 간직하고 있다. 싱할라 불교양식을 대표하는 바타다게 사원은 원형불탑에 기둥들의 조각이 인상적이다. 이곳 부처의 얼굴은 유독 더디게 흐르는 시간을 반영하듯 평화로운 모습이다. 폴론나루아 유적의 백미는 갈비하라 삼존불인데, 천연 화강암에 조각된 와불, 좌불 등의 섬세한 기교는 아름답고 숙연하다. 사원 일대에서는 고풍스러운 복장에 전통 결혼식을 올리는 이들만의 풍습과 조우할 수도 있다.

캔디호수.
유럽향 가득한 실론티의 고장, 캔디

폴론나루아를 벗어나 캔디로 가는 길은 싱할라 왕조의 마지막 수도와 알현하는 길이다. 해발 500m 들어선 캔디는 스리랑카의 정신적 수도로 추앙받는 땅이다. 18세기말부터 영국의 식민지로 귀속됐다 1948년 독립한 도시는 유럽풍 분위기가 완연하다. 캔디 역시 구도심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보호받고 있다.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식민시대를 거치면서도 고유의 문화를 간직했던 캔디에 대한 주민들의 자긍심은 높다. 캔디의 도심 한 가운데는 왕조의 마지막 왕이 후궁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캔디 호수가 들어서 있다. 호수 위 언덕에는 부자들의 별장이 꽃송이처럼 매달렸다.

캔디는 실론티와 향신료의 최대산지로도 알려진 곳이다. 고원지대의 선선한 날씨는 돈 있는 자들과 차밭을 끌어들였고 또 다른 부를 잉태했다. 현지에서 맛보는 실론티는 깊고 은은한 향에 쓴맛이 없다. 도심 한가운데는 부처님의 치아사리를 모신 웅장한 불치사가 유럽풍 건물 사이에 들어서 있다.

캔디에서는 차밭까지 이동하는 열차투어가 가능하며 캔디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전통 춤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도시의 길목에는 과일시장이 들어서 오랜 섬나라의 향기를 더한다.

글 사진=서 진(여행칼럼니스트)

실론티 찻집.
여행메모

교통=스리랑카 입국에는 비자가 필요하다. 경제적수도 콜롬보가 여행자들의 관문이다. 폴론나루아를 거쳐 캔디까지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휴양을 위해서는 남서부 해안을 따라 벤토타, 갈레 등을 둘러보는 일정이 좋다.

음식=‘호퍼’는 스리랑카의 거리에서 흔하게 접하는 소박한 전통음식이다. 밀가루에 코코넛 밀크를 섞어 반죽해 얇게 구워낸뒤 달걀 한 개를 가운데 떨어뜨려 먹는다. 밀가루빵을 면처럼 잘라내 커리 등과 섞어 먹는 ‘꼬뚜’ 역시 부담 없이 맛볼 수 있다.

기타정보=스리랑카에서는 불교 외에도 힌두교, 이슬람교를 두루 믿는다. 언어는 싱할리어, 타밀어, 영어 등 3개 언어가 공용어다. 캔디에서는 언덕위에 들어선 ‘얼스 레전시 호텔’(Earl's Regency)이 묵을 만하다. 스리랑카 동부해안은 서퍼들의 서핑 포인트로 명성 높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tou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