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북한인권특별보고관 “국제 인권법 존중하라”
노유선기자 yoursun@hankooki.com 기사입력 2020-07-27 09:47:28
정부, 탈북민단체 2곳 법인 설립 취소… 대북단체들 “우려할 만한 통제의 시작”
  • 지성호·박진 미래통합당 의원과 북한인권 탈북민 단체 대표 등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통일부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 조치 및 북한인권,탈북민 지원 단체 억압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으로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정부는 탈북민단체 두 곳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한 데 이어 북한 인권단체들에 대한 사무검사를 시행할 방침이다. 유엔은 즉각 반박했다. 21일(현지시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문 정부를 향해 “법의 지배와 국제 인권법을 존중하라”고 말했다.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에도 문 정부의 대북 러브콜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외교안보라인을 ‘친북 성향 북한통’으로 교체하는 등 남북대화 가능성을 열어놨다.

北의 숨겨둔 핵시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21일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근거는 2018년 특사단 방북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이었다. 이 후보자는 "김정은 위원장은 특사단에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 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명백하게 밝힌 바 있다"며 "김 위원장은 우리 대통령을 포함 각국 지도자들에게 자신의 비핵화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와 전혀 차이가 없다는 점을 수차례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CNN 보도와 반대되는 주장이다. 8일 CNN은 북한 평양시 만경대구역 원로리 일대에서 핵시설이 가동 중이란 정황을 보여주는 위성 사진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CNN은 민간 위성 업체 '플래닛 랩스'가 포착한 사진을 입수해 원로리 일대에 감시시설과 고층의 주거지, 지도부 방문 기념비, 지하 시설 등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원로리 일대는 핵시설로 신고되지 않은 곳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원로리 지역을 매우 오랫동안 관찰했고 핵 개발 프로그램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며 "북한은 핵 협상 때나 현재도 공장 가동을 늦추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미북정상회담도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이외에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에 반대하며 협상을 결렬로 이끌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영변이 대규모 시설인 것이 분명하지만 영변의 해체만 가지고는 미국이 원하는 모든 비핵화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해체에 동의했지만, 미국은 추가적인 비핵화가 필요했다"며 "고농축 우라늄 시설 등 기타 시설 해체도 필요했지만, 김 위원장이 그걸 할 준비가 안 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같이 북의 핵 위협이 살아있음에도 이 내정자는 우호적인 태도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는 ‘조건부’ 비핵화인데, 국제사회가 수용하기 힘든 조건을 내걸고 있다”며 “군사위협 해소, 체제 안정 보장 등이 대표적인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을 군사 위협 해소 방안으로 보고 있다”며 “다시 말해 비핵화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북 전단 살포 이슈
북한 주민들은 전세계가 북한 비핵화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길이 없다. 북한 당국은 CNN 보도나 미북정상회담 내용 등의 정보를 차단해 놓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탈북민단체들은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있지만 정부는 달갑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 6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쓰레기들의 광대 놀음(전단살포)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4시간 만에 긴급 브리핑을 열어 '대북전단살포금지법'(가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대북 전단 저지 움직임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통일부는 대북 전단을 살포한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에 대해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 결정을 내리고 통일부 등록 법인에 대한 사무검사를 시작했다. 1차 사무검사 대상 25곳 중 탈북민이 법인대표인 곳은 13곳이다. 통일부는 비영리 법인에 이어 비영리 민간단체들의 등록요건도 점검하고 있다.

이에 대북단체들은 유엔(UN)과 유럽연합(EU) 등에 서한을 보내 문 정부의 조치를 규탄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과 북한인권시민연합 등 21개 단체는 17일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유럽연합(EU) 및 각국 외교관계자 등에 "최근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단체들에 하려는 일련의 조치는 우려할 만한 통제조치의 시작"이라며 "한국 정부가 이러한 시도를 철회하도록 국제사회가 촉구해달라"고 요청했다.

유엔은 한국 정부의 일련의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21일(현지시간) “최근 북한은 두 개의 별도 성명에서 또 다시 탈북민들을 모욕하고 위협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이런 움직임과 행동으로 탈북민들에게 압박과 압력을 가하기보다는 반대로 안전과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인권선언은 모든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이는 국경을 넘어 정보를 보낼 자유에 대한 권리도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를 향해 “법의 지배와 국제 인권법을 존중하라”고도 했다.

문 센터장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은 인권인데 북한 주민들은 알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북한 인권단체는 정부를 대신해 북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 정부의 조치는 북한에 강력한 제재를 가해 비핵화를 유도하려는 국제사회의 스탠스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유선 기자 yoursu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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