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사태에 시달리는 지구촌…코로나가 원인?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 기사입력 2020-08-17 07:30:10
레바논 폭발사고·미국 워싱턴DC 주택가 총격사건·시카고 다운타운 약탈
  • 미국 경찰이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벌이던 15세 소년을 진압하는 모습. (사진 연합)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레바논 정권퇴진 시위가 한창이다. 이 시위로 레바논 행정부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졌다. 이번 시위뿐만 아니라 홍콩 보안법, 미국 경찰의 흑인 범죄자 과잉 진압 등으로 이미 세계 곳곳에서 유혈사태가 습관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수백 명이 파티를 즐기다 총격으로 1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당하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고 백악관 근처에서도 총격이 발생해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 도중 급히 퇴장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세계 최강국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미국이지만 수년 간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내부 총격 사고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세계인의 조롱을 받고 있다.

무너진 정부·허술한 공권력…“사회 문제 직접 해결한다”

기본적으로 세계 각국별로 정부와 사회에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어느 정부든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만을 받을 수 없고 어느 사회든 사람 간 갈등과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해 왔다. 여전히 폭력적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래도 과거와 달리 현대사회는 그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최대한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그게 미덕으로 여겨지는 세계적인 분위기가 한동안 형성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크게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형 폭발 참사 이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시위는 갈수록 격해졌고 결국 유혈사태로까지 번지면서 레바논 행정부는 사실상 마비 상태가 됐다. 정부 부주의와 관리 부실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해진 것으로, 시위대는 ‘정부가 살인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 부처 건물을 점거하고 정권 퇴진을 외치고 있다.

하산 디아브 총리의 레바논 내각은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 이후 국민들의 정권 퇴진 시위가 이어지자 지난 10일 총사퇴를 발표했고 이미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행정부는 이번 사고 희생자의 신원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번 폭발사고로 사망자는 170명 이상, 실종자도 40명 이상에 달한다고 파악하고 있다. 부상자는 6000여명으로 파악된 가운데 상당수가 응급실에 있어 앞으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 수도 워싱턴DC 주택가에서는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최소 2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워싱턴DC 동남부 그린웨이 지역 주택가 한 야외 파티에서 총격이 벌어졌는데, 그 파티에는 수백 명이 참석했고 참석자 중 벌어진 승강이가 결국 총격전으로 번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워싱턴DC에서 50명 이상 모임이 금지되고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상황에서 지침에 어긋나는 행사가 열린 셈으로 당국이 애초 행사 개최를 막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 미국 시카고 다운타운에서는 폭도 수백 명이 고급 상점 등을 부수고 들어가 물건들을 가지고 달아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경찰과 폭도들 사이에서 총격전까지 벌어지면서 일대가 마비됐다. 시카고 경찰에 따르면, 이번 폭동은 전날 오후 시카고 남부 한 우범지역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에서 촉발됐다.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달아난 한 남성이 총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고 결국 사망했다고 잘못 알려졌는데, 이 잘못된 정보가 순식간에 퍼지면서 폭동과 약탈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 스트레스로 발생한 폭력…전염병보다 더 심각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폭력 사태가 발생하는 것은 방역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오히려 폭력 사태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전문가들 주장이 나오고 있다. 스포츠와 여행 등의 외부 활동과 사회 교류는 인간의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코로나19로 수많은 제한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나 사회에 불만이 생기면 폭력적으로 표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실제 세계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시민들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심지어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갈등으로 인해 유혈사태를 빚기도 했다.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프랑스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 승객 2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후 병원 치료를 받던 버스기사가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는 트위터에 “국가는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다가 비열한 폭행을 당한 그를 모범 시민으로 인정하고 잊지 않을 것”이라며 “흉악한 범죄자들을 법에 따라 엄벌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서울시가 지난달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실시된 지난 5월 26일 이후 2개월 동안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며 운전기사에게 폭행을 하거나 승객 간 다투는 사고가 총 162건 발생했다. 하루 3.2건꼴로 마스크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

육성필 한국심리학회(코로나19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많은 국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주변인과 관계가 단절돼 생기는 고립감, 소외감, 사회적 단절감 등 심리적 불편을 겪고 있다”며 “학회 공인 심리상담 전공교수 및 1급 심리 상담전문가 230여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코로나19 위기극복에 보탬이 되고자 질병관리본부와 협의해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분명 개개인 성향 차이일 수 있고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유혈사태는 정치적 이유 등 다양한 원인이 저변에 깔려 있다. 하지만 확실히 코로나19 창궐 이후 예전에 없었던 폭력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체로 우울증이나 강박증 등 개인적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것들이 누적되고 오랜 기간 해소되지 않았을 때 통제력을 잃을 수 있는 경우도 항상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son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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