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칼럼] 시장의 비이성적 흐름과 ‘버블 탈출’ 경고음
기사입력 2020-09-14 11:50:16
  • 테슬라 주가 추이.
높아가는 버블 경고음

최근 글로벌 증시에는 바이오와 IT 종목 중에 장중 최고가와 종가 차이 또는 전일 종가와 당일 시초가 차이가 무려 50% 이상 벌어진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 시총을 1000억이라고 하면 해당 회사 가치가 24시간 사이에 500억이 널뛰기를 한 것으로, 휘발성 주식의 가격변동성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이른바 공포지수라고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VIX가 본질적으로 변동성 즉, 주가데이터의 역사적 표준편차를 근간으로 하는 바, 1일 변동성이 50%라면 1년으로 단순환산 시 1만3000%(연간 영업일 260일 가정)이니 상상하기도 어려운 변동성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현상의 근본적 이유는 증시과열과 함께 연구개발(R&D) 산업의 속성이 합해진 데에 있다. 바이오류 주식이나 미래지향적 첨단 IT주식은 실상 주식이라기보다는 옵션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평가모델로서 전통적 주식평가모델(DCF 내지 Multiple 등)은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콜옵션 가격산정방식이 더 어울린다.

현금흐름할인법(DCF)이나 기업가치 가중치를 적용하는 가격변수엔 포함되지 않는 사업변동성이 주가산정의 가장 주요 변수라는 것에 근본적 차이가 있다.

먼저, 전통적 모델에서 중시하는 배당성향은 미래산업에 있어 무의미하기에 우선 제외된다. 또한 상수가 되어 버린 저금리 상황을 차치하면, 남는 것은 첨단산업이 내재한 ‘희망을 품고 있는 시간(t)’과 ‘내재변동성(∂)’으로 인수분해된다. 희망이 부대한 미래의 내재변동성(실상은 콜옵션)은 통상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막대한 레버리지 효과로 부풀어 오른다. 이 같은 속성에 개인 투자자들이 불나방처럼 덤벼드니 3연상(3일 연속 상한가), 5연상(5일 연속 상한가)의 극단적 가격패턴도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비난할 수는 없다. 금융시장을 도박판처럼 만들어 놓은 것은 미래 청사진이 거의 유일한 자산인 회사들의 상장을 허용한 전 세계 증권당국의 매뉴얼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굳이 당국자의 변명을 대변하자면, 이 같은 ‘옵션형 주식‘의 속성에 유의를 하여 큰 돈을 벌거나 또는 큰 돈을 잃더라도 투자자들이 자기책임 하에 알고 감수하기만 하면 그뿐이다.

행태적으로는 금일 상한가가 나왔다고 익절을 하지 않고, 3연상이 나와도 익절을 하지 않는 것이 코로나 신흥부자로 등극할 수 있는 첩경일 수 있다. 결국 옵션이라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탄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 상승의 윗단이 당일 상한가보다 몇 배 위로 올라가 있을 수 있다. 역으로 금일 하한가가 나왔다고 손절을 하지 않고, 3연하가 나와도 손절을 하지 않는다면 심각한 손해를 보는 길로 직행할 수 있다. 왜냐면 이 또한 옵션이 가진 명암으로, 본질가치의 훼손 폭이 하한가의 몇 배 아랫단에 똬리를 틀고 앉았을 가능성을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폭이 이러한 바, 전통적 전력회사나 식음료 회사 등의 1일 기업가치 변동폭을 기준으로 바이오나 매출이 미약한 IT주식을 대하려 한다면, 극단적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 상한가에 익절한 사람은 매도 후 며칠 동안의 상한가 행진에 몸져눕기 일쑤이다. 하루 하한가에도 손절하지 않은 사람은 며칠 동안 이어지는 하한가에 망연자실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시장의 도박성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전환가 200%짜리의 1주일 만기 콜옵션이 시장에서 절찬리에 팔리기 시작한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즉, 테슬라 주가가 1주일 만에 소위 ‘따블’을 친다면 동 옵션은 2000배(1주일 수익률 2만%, 1년 환산수익률 104만%)의 수익을 안겨준다는 믿기 힘든 배당표가 절박한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이 틈을 타, 5대 1의 액면분할을 발표하고 동시에 50억 달러의 유상증자계획을 동시에 묶어서 발표한 앨런 머스크는 카지노업자로 비난받는다 해도 과하지 않다. 자사의 주가가 비실대거나 자금이 필요하다면 앨런은 액면분할과 유상증자를 묶어서 몇 번이고 시장에 던질 성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비이성적 시장과 시장 참가자들의 뻔뻔함에 ‘버블로부터의 엑싯(Bubblexit)’에 대한 경고음은 더 높아만 간다. 이 같은 버블의 목에 누가 방울을 달 것인지가 경계되는 구간에 시장은 진입해 있다.

  •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지난 8월 31일 정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
스가노믹스(Suganomics)와 우려되는 일본 우경화와 엔저(円低) 공습

일본의 신임수상은 3명의 후보 중에 압도적 1강을 형성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유력하다 한다. 그가 선출된다면 그의 이름 요시히데(義偉)가 품은 문자적 의미처럼 의롭고(義), 훌륭하기(偉)를 빈다. 부인하고 싶어도, 경제적으로 일본은 한국의 미래를 10년쯤 앞서 비추는 거울이 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본의 정치경제적 패턴은 한국에게 중요하다. 일본의 선행적 행태는 한국에 있어서, 불행이기도 하고 동시에 행운이기도 하다. 오는 14일 투표, 16일 선출 일정의 일본의 신임 총리가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신임 수상에게는 아베노믹스의 주력부대였던 세 자루 화살을 대체할 새로운 경제정책이 요구될 것이다. 전임자 아베가 10여 년간 테이블 위에 올렸던 세 자루의 화살 - 유동성공급, 확장적 재정집행, 신성장 정책추진 - 은 이미 허리가 꺾였고, 그도 병마에 스러졌음은 신임 수상을 맞이할 불리한 전황이다.

집 나간 인플레이션이라도 꿔다 앉혀 놓아야 할 만성 저혈압 환자인 일본경제는 신임 수상에게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확장정책을 빌미로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적 재무장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선 정국에 접어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막대한 방위산업재 주문을 부추긴 것과, 스가 총리 선출설에 미·일의 애국 테마주가 주가상승의 탄력을 보이는 것 자체가 섬뜩하다. 벌써부터 미국의 방산업체들은 스가노믹스(Suganomics)는 자신들에게 달콤한 슈가노믹스(Sugarnomics: Sugar 설탕)가 될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아베 총리의 임기 말에 급격히 미국 방산물자 수입을 취소했던 것도 원위치되기를 바라며 벌써부터 워싱턴과 동경에는 사전 로비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루머도 흘러나온다.

통상 내구재 경기는 운송과 국방 부문의 영향이 크다. 그만큼 작위적 개입도 쉽다. 2019년 내내 진폭이 적었던 미국의 내구재 주문량이 연초 코로나 충격으로 급락한 후, 지난 3개월 연속 폭등세를 보인 것은 운송과 국방부문에 대한 정부 및 민간의 예산 조기집행에 힘입은 바 크다. 의심의 눈으로 보면, 대선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윈도 드레싱(Window Dressing)으로 보기 쉽다. 경기회복의 단방약으로 일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 살리기의 큰 숙제를 가진 신임 일본 수상은 군사 재무장이 주도하는 블랙 뉴딜의 유혹에 약해질 우려가 많다. 전임 정권의 적자(嫡子)로서 정책기조를 유지한다는 것과 경제 살리기의 명문을 앞세워, 일본의 군사 재무장까지 얻을 수 있다면 일거삼득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우려는 외환시장에서 벌어질 환율전쟁 가능성이다. 돌이켜보건대 2012년 12월 취임하였던 2차 아베 내각의 일성은 엔화 환율의 정상화였다. 쉽게 말해 엔화의 급격한 약세를 통해, 일본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자 함이었다. 당시 아베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세 자루의 화살보다 2012년 말 75선까지 내려갔던 엔·달러 환율을 취임 3년 만에 125까지 급격하게 올린 엔저 드라이브가 더 큰 효과를 불러일으켰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엄청난 숫자의 한국 관광객이 일본여행에 쏟아져 들어갔던 시기이기도 하였다. 엔화 약세로 제주도 여행보다 오사카 여행이 더 헐값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수출경쟁국인 한국과 중국에 막대한 위협이 되었고, 일본의 경상수지와 여행수지는 막대한 흑자로 돌변하였으며 같은 기간 일본 주가지수(Nikkei 225기준)는 아베 수상 취임 당시(2012년 12월) 9500선에서 약 1년 만에 1만6178(2013년 12월)로 60%가 넘는 폭등의 환호를 경험하였다.

온고이지신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일본 신임 총리는 아베노믹스가 한때 엄청난 승전보를 기록하였던 전투기록을 살펴보지 않을 이유가 없고, 현재 105선을 오르내리는 엔·달러 환율은 아베노믹스 당시 최고치인 125보다도 25% 가량 낮고, 1985년 플라자회담 굴욕 직후 150선보다도 한참 낮다는 것에 주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국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자명하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신임 일본 수상은 막대한 미국산 방산물자 수입을 발표함과 동시에 현재 100선의 엔화를 125~130엔까지 엔저(円低) 드라이브를 거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미국 재무성의 환율조작국 감찰은 신임 수상 취임의 허니문 기간이라는 점과 국가신용등급 또한 일본(A+/A1: S&P/Moody’s)이 한국(AA/AA2: S&P/Moody’s)보다 강등된 점을 들어 죽는 소리를 하면 대충 이해되고 방어가 될 듯하다.

비틀거리는 일본 경제가 주는 선행지표를 반면교사로, 중국에 비해 아직 몇 발짝 앞서가는 선착의 효에 기대어 연명해 오고 있는 한국경제에 버블만리의 글로벌 증시가 불러올 미증유의 후폭풍과 이에 더하여 신임 일본 수상의 강성 정책기조 가능성이 커다란 불확실성으로 도전해 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시대가 불러올 글로벌 소비자의 메가 트렌드 변화를 읽는 지혜와 다른 한편으로는 환율전쟁에서 펼쳤던 매뉴얼의 칼날을 더욱 예리하게 다듬어 스마트 코리아(Smart Korea)로 파고를 넘기를 기대해 본다.





● 김문수 Aktis Capital(Hong-kong) 최고 투자책임자(CIO)

1995년 골드만삭스(홍콩)에 입사한 이래로 20여년간 홍콩기반 아시아 전문 투자업에 종사하고 있다.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후 산업은행 딜리룸에서 국제금융을 익히고 씨티은행, 메릴린치 등 유수 투자은행에서 국제채권, 외환, 파생상품 및 M&A등을 경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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