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충북 한 마을 시멘트 공장과 주민들 갈등…인과관계 입증책임 완화 필요성

일상용품은 물론 바깥 공기를 통해서도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시대. ‘환경의 역습’이 시작됐다. 그에 따른 갈등도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는 환경 분쟁을 어떻게 풀고 있을까. 알아두면 좋을 환경법은 무엇이 있을까. <주간한국>과 환경 전문 법무법인 <도시와사람>이 함께 살펴봤다. 구성은 각 소송의 판례를 중심으로 스토리텔링했다. [편집자주]

[주간한국 주현웅 기자] 2010년 충북의 한 마을. 주민 십 수 명에 돌연 호흡기 질환이 발생했다. 사회적 유행 질병도 아니었는데, 비슷한 시기 유사한 증상을 토로하는 주민들이 늘자 지역사회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무엇이 원인이었을까. 상당수 주민들은 인근 시멘트 공장을 지목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이 해당 공장 인근에 거주했던 까닭에서다. 이에 국립환경과학원에 건강검진 등을 의뢰, 미세먼지 및 분진 등이 질병의 원흉일 수 있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이어 환경부 환경분재조정위원회도 공장발 오염물질이 주민들의 질병과 개연성이 클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결국 주민들은 이 시멘트 공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시멘트공장

“공장을 운영하면서 관련 법령에 규정된 대기오염기준을 모두 준수했습니다. 환경오염물질 배출에 관한 어떠한 위법행위를 한 바 없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공장에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방출되지 않았고, 원고 공장에서 발생한 원인물질이 피고들이 거주하는 지역까지 도달한 바도 없습니다. 따라서 원고 공장의 분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주민들

“공장의 시멘트 분진 등에 오랜 기간 노출되어 진폐증 또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이 발병·확대된 게 분명합니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이 실시한 이 사건 건강조사의 결과에서도 그것이 확인된 것과 다름없습니다. 공장에서 배출된 분진 등으로 입은 피해를 모두 배상하는 건 당연한 절차입니다.”

1심 재판부(2013년 12월)

"진폐증과 COPD 질병이 심각한 상황이군요. 이 둘을 따로 살펴봤습니다. 자, 먼저 진폐증부터 보지요. 의학적으로 이는 폐에 분진이 침착, 염증과 섬유화가 되는 것으로, 환자의 직업력 및 임상 증상 등 여러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원인을 따져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멘트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 중 진폐증을 유발할 수 있는 분진은 이산화규소인데, 석회석에 포함된 이산화규소의 양이 적다고 나왔습니다. 시멘트 공장은 여과집진시설을 설치하는 등 그 분진 발생을 막기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요. 특히 이 공장은 차폐시설이 된 컨베이어 벨트 등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산화규소의 배출 여지가 희박합니다. 때문에 이 공장에서 발생한 분진으로 진폐증이 발병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입니다.

다만 COPD는 다릅니다. 공장에서 배출된 분진이 위 피고들에게 도달했다는 판단이 타당해 보입니다. 이 공장의 배출량이 공법적 규제에 적합하다고는 하나, 지속적으로 내뿜는 먼지에 장기간 계속적으로 노출된 주민들 입장에서는 건강 상태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거지요. 따라서 공장측은 주민들에게 COPD 발병·확대 등에 따른 손해는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2심 재판부(2014년)

"진폐증의 경우 1심과 같은 판결입니다. 공장 내 대기 중에서 진폐 원인물질(결정형 실리카)이 검출되었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가 없습니다.

COPD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이 질환은 비특이성 질환, 즉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따라서 개인별로 시멘트 공장발 유해물질에 노출되기 이전 주민들의 건강 상태, 생활습관, 질병 상태의 변화, 가족력 등이 추가로 증명돼야 합니다.

그런데 주민들은 그 와 같은 점들을 명확하게 입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장에서 배출된 시멘트 분진이 주민들의 COPD 발생 원인이 됐다고 단정짓기가 힘듭니다. 따라서 손해배상을 구하는 주민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승태 변호사

"무척 어려운 문제입니다. 당시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진폐증 환자 3명과 COPD 환자 13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에서 인과관계에 대해 엄격한 입증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한 사안이에요.

비도시지역 환경오염피해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피해자의 대부분은 고령인 경우가 많지요. 따라서 이들에게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된다 해도, 가동연한을 기준으로 한 배상 금액은 소액에 그치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그러면서도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신체검증, 현장조사 등의 감정에 어마어마하게 큰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지요.

자, 이 사건 소송 기간도 3~4년에 달했습니다. 소송에 긴 시간이 요구되는 점도 피해구제에 큰 걸림돌인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소액의 배상을 청구하기 위하여 거액의 감정비용을 지불하면서 소송을 쉽게 제기하지 못할 터입니다. 이 사건 역시 2심 판결 후 주민들이 상고를 취하했답니다.

자, 어때 보이시나요. 법원이 피해자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증명 책임을 요구한 듯 비치지 않나요. 주민 피해에 대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듯 보이기기도 합니다.

아쉽게도 일반적인 환경오염피해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은 ▲원인물질이 배출되어 ▲피해자 측에 도달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피해자가 입증하면, 손해배상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었다고 봅니다. 그렇게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 사안과 같은 대기오염피해에 관해서는 인과관계 입증 책임을 완화하지 않는 태도를 반복하고 있답니다. 이는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대기오염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이나, 환경소송을 시작단계에서부터 좌절시키는 치명적인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게 사실입니다.

따라서 피해자의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구제를 위하여 인과관계의 입증 책임을 완화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이런 요구에 따라 201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환경오염피해구제법) 제9조 제1항은 특정 시설이 환경오염피해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때에는, 그 시설로 인해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이 이 같은 입법의 취지를 적극 고려하여 환경오염피해 배상에 있어 적절한 구제를 폭넓게 인정해주기를 기대하는 바입니다."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